의대 교수들 “주 1회 휴진”…불안한 환자들 “부디 남아달라” 호소

김현주 2024. 4. 2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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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흔들림 없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대 의과대학과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오는 30일부터 주 1회 휴진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부는 국민들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맞서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자들의 불안과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오후 총회를 열고 "이달 30일부터 주 1회 셧다운(휴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등 울산대 의과대학 소속 교수들도 오는 25일부터 사직한다. 진료과의 사정에 따라 당장 병원을 그만두지 못하는 교수들은 다음 달 3일부터 주 1회 휴진한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울산대 의대 강당 등에서 온오프라인 총회를 열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교수 사직서는 접수돼 예정대로 4월 25일에 사직을 진행할 예정임을 확인했다"며 "예약된 진료와 수술 상황에 맞춰 사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병원에 남는 교수들은 다음달부터 주 1회 휴진한다.

비대위는 "장기간 비상 의료 상황에서 교수들의 정신적, 신체적 한계 때문에 진료와 수술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5월 3일부터 주 1회 휴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어린 자녀를 키우는 의사의 경우 계속되는 진료와 당직으로 육아에 문제가 있어 육아휴직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비대위 “정신적, 신체적 한계 때문에 진료·수술 재조정할 수밖에”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역에서는 이미 휴진을 결정한 병원이 더러 있다.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대위는 이번 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진료를 휴진하기로 했다.

원광대병원 비대위도 오는 26일부터 매주 금요일 수술을 중단하기로 했고, 다음 달 3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진료를 하지 않기로 했다.

충북대병원 비대위도 지난 5일부터 매주 금요일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외래진료를 휴진하고 있다.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병원도 외래진료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들 병원은 모두 외래진료를 하지 않더라도 응급환자, 중증환자 진료·수술은 지속한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대 교수들의 주 1회 휴진이 시작되면 현장에서 적잖은 혼란이 벌어지고, 대형병원들의 경영난이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교수들이 자율적으로 주 1회 휴진하더라도 병원에 환자들이 남아있는 만큼, 병원 자체를 닫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계가 진료 축소를 행동으로 옮기는 가운데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 당선인은 정부 당국자를 향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임 당선인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사태의 원흉 박민수, 조규홍 그리고 김윤이 TV 화면에서 본인은 전혀 책임이 없는 듯이 여전히 얄미운 앵무새처럼 설치고 있는 것이 사태 해결의 걸림돌"이라며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고자 한다면 이 자들부터 하루속히 치워야 할 것"이라고 적은 게시물을 올렸다.

◆환자단체 “필수중증의료 안정 운영될 수 있도록 현장에 남아달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중증의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25일 이후에도 부디 의료현장에 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교수들이 무더기 사직과 휴진 등으로 정부 압박 수위를 높이는 데에는, 의대 입학정원 확정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의료계 안팎의 중론이다. 이달 말이면 각 대학의 입학전형 시행계획 확정 등 관련 절차가 종료돼 실질적으로 정원을 조정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현장을 떠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자, 정부는 "실제로 사직서를 제출해 오는 25일 효력이 발생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일부 교수들이 환자들에게 병원을 옮길 것을 안내하는 등 사직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포착돼 안심하기는 이르다.

지난달 말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 교수들이 후속 절차를 개시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정부 “협상 응하지 않은 채 ‘원점 재검토’ 의료계 유감”

그동안 일부 의대 중에서는 교수들이 쓴 사직서를 교수 비대위가 모아 가지고 있으면서 제출하지 않은 사례들도 적지 않았다. 의대 학장이 가지고 있으면서 대학 본부에 전달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00명 증원'에서 물러섰는데도 불구하고, 협상에 응하지 않은 채 원점 재검토를 반복하는 의료계를 향해 유감을 표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의정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의협,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 단체에 의료계-정부로만 구성된 협의체를 제안했지만, 의료계는 원점 재논의만 주장하며 1 대 1 대화도 거부하고 있다"며 "의료계는 지금이라도 어떤 형식이든 무슨 주제이든 대화의 자리에 나와 정부와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정부가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정책적 결단을 내린 만큼, 이제는 의료계가 화답하고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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