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사노위원장 “여야 불균형에 개혁 험로… 노동계 이중구조 해결 최우선” [세계초대석]
공익위원 구성 갈등… 원칙대로 나가야
사회적 대화는 속도 아닌 방향성 중요
65세 정년 연장론? 청년취업 고려 필요
이중구조 개선 없인 ‘주4일제’ 시기상조
노조 회계공시 등 투명성 강화 큰 성과
특권 의식 없는 MZ노조 새 희망 떠올라
투쟁 대신 대화하는 노사문화 정착 목표
“노조와 야당이 상당한 정도로 목소리를 내면서 사측과 여당은 많은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사노위는 올해 2월 윤석열정부 들어 첫 본회의를 열고 사회적 대화의 시작을 알렸다. 그런데 이달 4일 예정됐던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위원회’ 첫 회의가 취소되면서 노사정 대화는 또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한국노총이 공무원·교원 타임오프제(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를 논의할 공익위원 구성에 이의를 제기한 게 회의 취소의 이유로 지목된다. 김 위원장은 “공익위원 선정이 문제가 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일단은 좀 (한국노총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노동개혁 과제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중구조 완화다. 노조가 없는 86% 미조직 취약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노동계의 사명이다. 노조가 있는 데는 (노동계의) 상층이라고 봐야 한다. 밑에는 죽게 생기지 않았나. 노조 없는 86% 근로자들을 들여다보면 배달 라이더 같은 플랫폼 노동자, 방송사 작가 등 프리랜서, 식당 주방에서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 등이 있는데, 노조 있는 14%와 임금, 근로 여건 등 차이가 크다. 그런 부분을 집중해 개선해야 하는데 쉽진 않다.”
―이번 정부의 노동개혁 성과를 꼽는다면.
“법치주의를 확립했다는 점이다. 노사관계 부분에서 특히 법치가 무너졌었는데 2년이 안 되는 기간에 법치를 확립한 것은 엄청난 성과다. 특히 노조 활동의 투명성과 직결되는 행정 문제나 조합원 수 파악이 이전에는 제대로 안 됐다. 노조 회계공시제도로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는 회계를 공시해야 ‘조합비 15%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제도로 노조들이 회계공시에 참여하게 했다. 어떤 정부도 하지 못한 대단한 개혁 성과다.”
―이달 4일 예정됐던 특별위원회 첫 회의가 연기됐다. 이유와 향후 계획을 설명한다면.
“정부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가장 효율적일 것이다. 그러나 노사문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기 가장 어려운 문제다. 오죽하면 노동법 개정이 헌법 개정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겠나. 노사정 대화가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회적 대화는 속도가 아니고 방향’이라는 말처럼 노사정 간 숙의를 통해 국민이 공감하는 방향과 대안을 정교하게 마련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며 효과적일 수 있다.”
―정부 초반 근로시간 제도 개선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근로시간 제도 개선은 개인적으로 유연화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요일마다 관악산에 가는데 정상 근처 마당바위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파는 분이 계신다. 평일에는 삼성전자 수원공장에 출근해 천장에 달린 등을 교체하는 일을 하시는 분이다. 그 일만으로는 돈을 얼마 못 버니까 투잡을 뛴다고 하더라. 투잡을 뛰느니 그 공장에서 주 52시간 이상인 60시간, 70시간 일하는 게 낫지 않나. 그런데 오버타임을 하면 사장이 범법자가 된다. 소위 상층에 있는 사람들, 노조 있는 조직에 있는 사람들은 모른다. 산 정상에서 음료수 팔고, 밤에 대리기사로 뛰고 배달 라이더로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노동계는 60세로 정해진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하자고 주장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법을 고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주4일제를 법제화하면 주5일 사업장은 처벌 대상이 될 텐데 시기상조다. 지금처럼 민간에서 자율로 하는 거야 주 1일제여도 상관없다. 임금을 낮추거나 생산성이 올라가지 않는 조건 속에서 근로시간만 줄이는 것은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 이 역시 대기업, 유노조, 정규직만 수혜를 볼 가능성이 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심화할 수 있다.”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종사자가 빠르게 늘면서 이들에 대한 논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 보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플랫폼 종사자는 해고뿐 아니라 임금 체불, 직장 내 괴롭힘 등 보호 규정에서 배제돼 있다. 2022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용보험 가입률은 46.4%, 산재보험 가입률은 36.5%에 그친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경사노위 내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위원회’에서 플랫폼 종사자들의 기본권리에 대해 논의를 할지 검토할 예정이다. 또 권익 침해 상황이 발생했을 때 분쟁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분쟁해결기구를 마련하는 것도 검토하겠다.”
―이른바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경사노위에 공식 참여 주체가 아니다. MZ노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새로고침은 비공식적으로 자주 본다. 과거 노조와 달리 노조라고 해서 특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교통공사에 MZ 직원 위주로 구성된 ‘올바른 노조’도 마찬가지다. 서울교통공사에서 노조 활동을 이유로 업무 수행을 안 한 직원 34명이 파면·해임되는 일이 있었는데 관련해서 MZ 직원들은 바른 소리를 한다. 굉장히 상식적이고, 용기도 있고, 정의로우면서 사명감도 있다. 우리나라 노조운동의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남은 임기 내 목표가 있다면.
“경사노위는 시위보다는 대화를 하자는 취지에서 테이블을 갖다 놓은 것이다. 투쟁보다 대화가 비용이 더 적게 든다. 임기 안에 대화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목표다. 배달 라이더, 식당 종업원 등 답답한 사람들은 언제든 와서 이야기할 수 있게 하겠다.”
●1951년 경북 영천시 출생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한일도루코 초대 노조위원장 ●노동인권회관 이사 ●제15∼17대 국회의원 ●제32∼33대 경기도 도시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2022년 10월∼)
대담=엄형준 사회부장, 정리=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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