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흔들림 없이 밸류업”…학계 “관건은 이사회”

최훈길 2024. 4. 2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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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밸류업 가이드라인, 세제지원 곧 발표
‘거수기 이사회’ 탈피, 이사회 개혁도 화두
행동주의펀드 활성화, 연기금 강화 해법도
금융위 ‘감사인 지정 면제’ 놓고 학계 비판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금융위원회가 기업 밸류업(Value-Up) 정책 관련한 인센티브와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발표하고, 지속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주식 저평가 현상) 해소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인센티브를 추진하되, 거수기 이사회 탈피 등 거버넌스 개혁을 위한 제도개선에도 적극 나설 것을 제언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3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소영 “밸류업 골든타임”, 정은보 “차질 없이 추진”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파크원 NH금융타워2 그랜드홀에서 한국증권학회 주최로 열린 ‘한국증권학회 제1차 정책심포지엄’ 환영사에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5월 중 확정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준비된 기업부터 적극적으로 공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업 밸류업 통합 홈페이지 개설 등의 인프라 구축도 5월 중 완료하겠다”며 “세제지원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인 만큼 준비되는 대로 조속히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월26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밸류업 정책을 발표했다. 전체 상장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밸류업 순위를 공개하고,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으로 구성된 지수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하반기부터 도입하는 게 골자다.

관련해 김 부위원장은 “3분기 중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을 마무리하고, 4분기에는 지수 연계 ETF를 개발·상장하는 등 후속 과제들도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포함해 지난 2년간 지속해온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중장기적으로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예고했다.

김 부위원장은 “그간의 노력에 힘입어 국내외 많은 투자자들의 우리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추진 상황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비춰 볼 때, 지금이야말로 기업 밸류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골든타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부위원장은 “투자자들의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제고하고, 글로벌 자금의 본격적인 유입을 유도하며, 우리 자본시장, 투자자, 기업이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하반기에 관련 방안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기업 자유를 바탕으로 (이들 방안이) 긴 호흡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추진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뀌도록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사회 변화 유도, 의무 강화 필요”

관련해 학계 전문가들은 꾸준한 밸류업을 위한 이사회 관련 후속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조발제에 나선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선 그 목표가 단기적 주가 부양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기업 펀더멘털을 향상시키는데 있어야 한다”며 “규제 개혁과 함께 특히 이사회 역할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강창모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내재가치 성장을 위해 일반주주 이익 보호와 지배구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며 “주주환원 정책 및 일반주주 이익 보호 정책에 대한 기업의 공시 책임 강화, 이사회의 일반주주에 대한 책임 강화, 장기적 기업가치 증대를 목표로 한 기관투자자의 주주관여 활동 관련 입법 및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ESG운용부문 대표는 “이사진의 업무 전문성 제고, 경영진 보수지급과 관련한 객관적 기준 도입 및 공시 등 추가적인 조치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이사회가 직접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행동주의펀드 역할에 대한 중요성도 제기됐다. 이수철 NH투자증권 운용사업부 총괄대표는 “한국증시 저평가 원인은 경영권을 행사하는 지배주주와 기타 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사회 변화를 유도하고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규제 강화보다는 행동주의펀드나 주주권 행사를 활성화하는 것이 자본시장 발전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도 “상법 개정, 행동주의 펀드와 연기금의 감시 기능 강화 등 추가적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상법 개정 시 여러 개가 얽혀 있어 바꿀 게 많다”며 “정관부터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서 한국증권학회 회장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 면제 놓고 이견

금융위가 지배구조를 개선한 우수 기업에 ‘감사인 주기적 지정 면제’라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도 나왔다.

김광윤 한국감사인연합회장(아주대 경영대학 명예교수)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면제해주겠다는 발상은 회계투명성 향상의 중요한 버팀목인 주기적 지정제를 약화시키는 것”이라며 “잘못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고상범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세부 방안을 짜서 우려 상황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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