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도 청소년도 255명 기후소송…“온실가스 목표치 불충분”

김정수 기자 2024. 4. 2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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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기후소송 4년만에 첫 공개변론
2020년 청소년 제기한 4건 병합 진행
“정부에 기후대응 요구할 권리 있어
헌법소원 통해 그 권리 되찾을 것”
기후위기 헌법소원 첫 공개변론이 열린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소년기후행동 등 기후소송 원고 단체 활동가와 공동 대리인단이 연 기자회견에서 한 어린이가 “빨리 판결을 내려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는 석탄화력발전소를 그린 그림을 들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번에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까지 이어진 기후소송은 청소년 환경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 회원 19명이 2020년 3월13일 첫 헌법소원을 내며 물꼬를 텄다. 이 소송을 시작으로 헌재에는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모두 4건의 헌법소원이 제기돼 있다. 이번 공개변론은 청소년기후행동의 ‘청소년 기후소송’과 2022년 6월 5살 이하 영유아 40명 등 62명이 참여한 ‘아기 기후소송’ 등 4건이 병합된 것으로, 청구인은 모두 255명에 이른다.

소송 청구인들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도록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옛 녹색성장법)과 시행령 등에 규정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해 미래 세대를 포함한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계획이 달성되더라도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출량(탄소 예산)이 초과하게 되고,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제35조 제1항)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기후소송에 대한 공개변론을 시작한 건, 소송이 처음 제기된 지 4년1개월 만이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 헌재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헌재는 ‘쟁점이 많고 사안이 복잡하여 심층적으로 이해 중’이라며 본격적인 심리를 미뤄왔다.

기후소송 청구인들은 23일 첫 공개변론 시작에 앞서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에게는 정부를 향해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이 권리는 원칙적으로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 헌법소원을 통해 그 권리를 되찾아오고 싶다”고 밝혔다.

윤세종 기후소송 공동대리인단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우리에게 나중은 없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못하면, 남은 탄소 예산을 모두 소진하면 기후변화 마지노선이 무너질 것”이라며 “국회와 정부의 기후대응 실패가 우리 국민, 특히 다음 세대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헌법재판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공개변론은 사안의 중대성과 파급력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두차례로 나눠서 진행된다. 변호인단은 헌재가 다음달 21일로 예정된 2차 변론 뒤 2~4개월 안에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헌재가 기후소송을 심리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청구인들은 지난해 8월21일 국가인권위원회가 탄소중립기본법과 시행령에서 정한 탄소 감축 목표치가 낮고 2031년 이후 감축 목표가 없어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재에 제출한 점을 들어 위헌 결정을 기대하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의 소송 대리인이었던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헌재가 공개변론까지 열었다는 건 사안이 갖는 중요도를 높게 보는 것”이라며 “헌법불합치 가능성도 더 높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이나 판단을 내리지 않고 기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유럽인권재판소에서 포르투갈 시민들이 제기한 기후소송에 대해 다른 법적 구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한 것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후소송이 결과를 떠나 우리 사회의 낮은 환경 인식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현재 국가의 환경 정책은 이후 기후재난뿐 아니라 우리 경제와 미래 세대의 일자리 및 생존권과도 연관된 중요한 문제”라며 “청소년들의 기후소송은 경제 발전을 우선순위에 두고 환경 문제를 등한시한 우리의 낮은 환경 인식을 조금씩 깨부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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