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지만 다르고 가격은 훨씬 싸네"…입소문 나더니 '돌풍' [현장+]

김영리 2024. 4. 2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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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물 같은데 더 비싸다고?"…똑똑해진 소비자들
'스마트컨슈머'만 살아남는 고물가 시대
제조원·원재료명까지 꼼꼼히 확인
고물가 특수 본 'PB 브랜드'
유통가 불경기에도 PB는 '호실적'
"유통업체엔 PB가 브랜드 신뢰도의 척도"
22일 오후 서울 시내 노브랜드 매장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사진=김영리 기자


"맛도 구별 안 되고 가격이 훨씬 싸요. 제조사, 원재료명이 완전히 똑같더라고요. 이 두루마리 휴지는 ○○사 ○○제품과 무늬, 너비까지 똑같네요. 가격은 더 싸죠."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는 한 살림 인플루언서가 영상에서 이같이 말했다. 영상 속에서 그는 이마트의 자체브랜드(Private Brands·PB) 전용 매장인 '노브랜드'에 방문해 제조원, 원재료명을 비교해가며 시중 일반 상품과 품질이 같거나 비슷한데 가격이 더 저렴한 제품을 추천했다.

온라인에서 인기를 끈 노브랜드 제품 비교 영상. /사진=인스타그램 '우렁신랑' 캡처


해당 시리즈는 총 3개의 영상으로 구성돼 4월 2, 16, 20일에 게재됐고 각각 456만, 399만, 137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누리꾼들은 "요즘 같은 시대에 정말 필요한 정보다", "팔로우(구독) 안 할 수가 없다" 등의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추가로 다른 제품들도 공유하는 모습이었다. 

기자가 22일 오후 서울 시내 노브랜드 매장에 직접 방문해 확인해보니 온라인에서 알려진 추천 제품들의 제조원과 원재료명이 실제로 일반 브랜드 제품과 거의 동일하거나 비슷했다. 이 중 휴지 등 일부 인기 생필품은 오프라인 매장에 몇 개 안 남아있거나 온라인에서 품절이기도 했다.

영상에서도 언급된 파이 과자, 휴지 등은 실제로 제조원이 시중 일반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동일했다. 가격은 대부분 10~30%가량 저렴한 편. 특히 파이 과자는 제조사부터 원재료명까지 아예 똑같은데 12개입 기준으로 가격이 3480원, 4220원(대형마트 판매 가격 기준)으로 달랐다. PB제품이 17%가량 저렴했다.

일반 브랜드 과자와 노브랜드 과자의 제조사와 원재료가 동일한 모습. PB제품이 17% 가량 더 저렴하다. /사진=김영리 기자


노브랜드뿐만 아니라 이랜드의 '오프라이스', 롯데의 '오늘좋은' 등 고물가 영향으로 유통사 PB 제품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 브랜드의 제품보다 가격이 더 저렴해서다. 

내수 시장 위축으로 유통업계가 고심에 빠진 가운데 PB상품은 호실적을 기록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오프라인 소매점의 2022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 매출을 기준으로 국내 PB상품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11.8% 성장했다. 노브랜드의 2023년 매출은 1조3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 신장했다. 노브랜드를 론칭한 시점인 2015년부터 매출 상승세를 이어왔다. 첫해 234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8년 새 약 58배 성장한 셈이다.

불경기에 저가형 제품이 인기를 끈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소비 양상이다. 이에 더해, 요즘엔 '무조건' 싸기만 해서는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온라인에서 인기를 끈 비교 영상처럼, 소비자들이 '똑똑하게'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품질도 보장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22일 오후 서울 시내 노브랜드 매장의 모습. 사진=김영리 기자


노브랜드 매장에서 만난 40대 직장인 이모 씨는 "노브랜드에서만 구매하는 '가성비' 제품이 정해져 있다"며 냉동 치즈케이크와 우유, 김치 등을 꼽았다. 이어 "솔직히 PB 제품은 '싼 맛에 산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며 "특히 난 1인 가구라 우유도 1L씩 사는 것을 선호하는데 대형 마트의 할인 제품은 대부분 2개씩 붙어 있어서 노브랜드 우유를 애용한다"고 밝혔다.

퇴근 후 장을 보기 위해 들렀다는 30대 한모 씨도 "물가가 너무 올라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사려고 찾다가 PB 제품 전용 매장을 알게 됐다"고 푸념하면서도 "직접 써보니 포장지만 다르지 품질의 차이를 못 느꼈고, 어떤 제품은 되려 일반 브랜드 제품보다 더 좋은 것도 많더라"며 쇼핑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PB 제품을 소비자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것과 관련, 이마트 노브랜드 관계자는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애고, 광고비 등 마케팅 비용을 줄여서 가격을 책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통업체 입장에선 PB 제품이 해당 유통 브랜드의 신뢰도를 대변하기 때문에 품질 관리에 신경을 쓸 것"이라며 "마진을 최소화해서라도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제품이라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에게 더 각광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업체 간 지나친 염가 판매 경쟁으로 상품 품질이 떨어지거나 제조업체 간 출혈 경쟁이 붙을 수 있지 않겠나"라며 "불경기로 최저가 경쟁이 더 심화하는 시점인 만큼 지속 가능성, 균형의 측면도 고려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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