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4’ 고난도 시각효과 총출동… “모험 담은 로드무비”

송은아 2024. 4. 2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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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즐거운 모험을 담은 로드 무비입니다. ‘혹성탈출’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작품이에요. 놀라운 비주얼을 거대한 스크린에 보여드릴 수 있게 돼 기쁩니다.”

내달 8일 개봉하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혹성탈출4) 홍보차 방한한 에릭 윈퀴스트 시각효과 감독은 23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의 완성도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윈퀴스트 감독은 VFX(시각특수효과) 기업 ‘웨타 FX’ 소속이다. 웨타FX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비롯해 ‘엑스맨’, ‘아바타: 물의 길’ 등 할리우드 유명 영화의 시각효과를 담당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윈퀴스트 감독은 “사실적이고 감정이 살아있는 유인원들의 이야기를 표현하려 했다”며 “이들의 표정을 통해 놀랍도록 미묘한 차이까지 전달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 3부작은 미학적으로 무겁고 어두운 톤이었다면, 4편은 그 이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기 때문에 미학적으로 완전히 톤이 달라졌다”고 소개했다.

혹성탈출4는 ‘혹성탈출’ 리부트 시리즈의 4번째 영화다. 전편의 주인공 시저가 죽고 난 뒤 몇 세기가 흐른 때를 배경으로 한다. 인간을 지배하려는 유인원들의 리더 프록시무스 군단에 맞서 침팬지 노아가 인간 소녀와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렸다. 

유인원들이 주인공이다보니 시각효과가 작품의 질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세세한 털과 근육의 움직임은 물론 바이러스 때문에 실제 유인원들이 지능을 갖게 된 듯 미묘한 표정 변화까지 표현해야 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혹성탈출4’를 30여분 분량으로 편집한 영상이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가장 눈에 띈 점은 긴박한 액션 장면 연출이다. 침팬지 노아가 독수리 알을 가져오기 위해 깎아지른 절벽을 아슬아슬하게 오르는 대목이나 유인원 리더가 노아 부족을 침략해 벌이는 전투 장면이 눈을 뗄 수 없을만큼 긴장감 있게 표현됐다. 

윈퀴스트 감독은 이날 함께 방한한 한국인 제작진인 김승석 페이셜 모델러, 순세률 모션 캡처 모델러와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우선 각각 유인원을 맡은 배우들이 카메라 두 개가 달린 헬맷을 쓰고 몸에 ‘포캡’이라 부르는 띠를 두른 채 연기한다. 시각특수효과 제작진은 이렇게 촬영된 배우들의 연기와 움직임을 유인원의 연기로 바꾸는 고난이도 작업을 한다.

극 중 배경은 미국 캘리포니아지만 실제 촬영은 호주 시드니 인근에서 진행됐다. 영화 배경은 실사 촬영에 컴퓨터 그래픽을 입혀 구현했다. 강 사진을 찍은 후 좀더 나무가 우거지거나 원시적인 느낌이 나도록 작업하는 식이다. ‘혹성탈출4’는 인간 문명이 멸망한 후 수백년이 지난 시점이기에 제작진은 고층빌딩, 콘크리트 구조물 등이 자연에 침식당한 모습을 구현해야 했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혹성탈출4) 홍보차 방한한 에릭 윈퀴스트 시각효과 감독(가운데)과 한국인 제작진인 김승석 페이셜 모델러(오른쪽), 순세률 모션 캡처 모델러.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윈퀴스트 감독은 “배우가 야외에서 실제로 촬영하는 게 목표였다”면서 “그렇게 해야 배우가 맥락을 이해하고 연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체 2시간20분 영화 중 33분 가량은 온전히 디지털로만 제작한 배경을 써야 했다. 

윈퀴스트 감독은 “가장 어려웠던 건 물의 다양한 흐름을 표현하는 것이었다”며 “강의 급류, 해안절벽에 부서지는 파도, 거대한 홍수 장면이 있는데, 이들 장면에서 유인원이 물살에 영향을 미치고 유인원의 털도 물에 젖는 모습을 구현하는 데 1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생성·삭제한 장면의 총 용량이 44페타바이트가 넘는다”며 “영화의 모든 (시각특수효과) 작업에 총 9억4600만 시간이 소요됐는데 이 모든 연산량을 시중 컴퓨터로 한다고 가정하면 랜더링 작업을 청동기 시대에 시작해야 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캐릭터의 표정을 구축하는 페이셜 모델러인 김승석씨는 “얼굴 움직임은 (VFX 분야에서도) 특별한 분야라 웨타의 강점으로 꼽힌다”며 “웃을 때 특정한 표정이 있고 주름마다 특징이 있어서 이를 캐릭터에 녹일 수 있게 작업했다”고 전했다. 그는 “유인원 자체가 표정이 풍부하지 않아서 굉장히 한계가 있다”며 “현실에서는 오랑우탄이 화를 내는 걸 본 적이 없고 아무리 자료를 뒤져봐도 항상 웃고 바보 같은 행동을 해서 화를 내는 부분을 실제처럼 잘 표현하려 계속 시도했다”고 전했다.

배우의 움직임을 다른 이미지로 바꾸는 모션 캡처 모델러인 순세률씨는 “이번 영화에서 유인원들이 말을 많이 하기에 얼굴에 중점을 두고 세세하게 작업했다”며 “촬영지에서 많은 사람들의 움직임을 캡처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했기에 좀더 사실적인 원숭이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혹성탈출4’에서는 시각특수효과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볼 수 있지만 윈퀴스트 감독은 ”관객이 스토리와 캐릭터에 몰입하고 기술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시각효과 등은 생각하지 않고 이 영화의 내러티브와 연기에 푹 빠지길 바란다”며 “아주 즐겁고 멋진 영화이니 즐거운 시간을 보내달라”고 했다.

그는 “이 영화의 주제는 유인원과 인간의 공존으로, 인간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며 “서로 싸우지 말고 공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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