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칭 정보 무기 잃은 한동훈은 그저 경험 없는 초보"

조현호 기자 2024. 4. 2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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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오찬 거절 논란에 "잘못 바로잡는 건 배신 아닌 용기" 尹 향한 글?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채널A가 지난 21일 저녁메인뉴스 뉴스A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오찬 초청 제안을 거절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채널A 뉴스A 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용산에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건넸으나 한 전 위원장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한 전 위원장이 배신하지 말아야할 사람은 국민이며 바로잡는 것은 용기라는 글을 남겨 윤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도 불렀다. 이런 가운데 법조팀 출신 한겨레 간부는 한 전 위원장의 패배를 두고 비대칭 정보라는 무기로 게임에서 늘 승리했던 검사 시절과 달리 투명한 정치의 세계에서 바닥을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이종섭 대사를 대하는 한 전 위원장의 태도가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의 오찬 초청을 한 전 위원장이 거절했다는 소식은 채널A가 첫 보도했다. 채널A는 지난 21일 저녁 메인뉴스 뉴스A <[단독]윤 대통령, 한동훈 비대위 용산 초청>에서 “채널A 취재 결과 총선이 치러진 이후 윤 대통령이 한 전 위원장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는데, 한 전 위원장이 이를 거절했다”며 “여권이 총선 패배 책임론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 사이 갈등 기류가 봉합되지 않은 채 그대로 노출됐단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채널A는 <“건강상 이유로 참석 어려워”> 리포트에서 “표현은 정중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한 전 위원장이 일부 여권 인사들의 패배 책임론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21일 출입기자 단체SNS메신저에 올린 글에서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9일 대통령실로부터 한동훈 비대위와의 오찬을 제안받은 바 있으나,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찬이 취소된 것이 아니라 일정을 아직 못잡았다고 표현했다. 19일(금요일)에 연락해 22일(월요일)에 하자고 한 것은 너무 촉박해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는 등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돌연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며 배신론을 꺼내들었다. 한 전 위원장은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 뿐”이라며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심없고 신중하기만 하다면 누가 저에 대해 그렇게 해 준다면, 잠깐은 유쾌하지 않더라도, 결국 고맙게 생각할 것”이라고 썼다. 한 전 위원장은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배신과 용기의 표현은 최근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한 홍준표 대구시장 주장에 대한 반론이자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장윤미 변호사는 22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문맥상 대통령을 직격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정치인이고, 윤 대통령의 하수인, 부하직원이 아니다. 정치적 미래에 무슨 선택이 유리할 것인가. 대통령이 불러도 가지 않는 이 모습이라고 판단한 거겠죠”라고 추측했다.

이와 관련, 한동훈 전 위원장이 정치인으로서 이번 총선에서 패배한 요인을 냉정하게 분석한 목소리도 나왔다. 법조팀에서 7년을 근무한 김태규 한겨레 토요판 부장은 23일자 칼럼 <한동훈과 게임의 법칙>에서 한 전 위원장의 총선 책임을 두고 “그는 정치인으로서 바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종섭 대사' 건이 결정적이었다고 지목했다. 윤 대통령이 3월4일 이종섭 주 호주 대사를 임명했을 때 평생 검사만 했던 한동훈이 불길함을 감지하지 못했다면 이상한 일이라고 김 부장은 해석했다.

▲한겨레 2024년 4월23일자 27면 강조표시.

한 전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도피·도주 논란에 불이 붙을 때도 “호주라는 나라가 국방 관련 외교 사안이 많은 나라로 안다”며 넘어갔고, 15일에 가서야 “(이 대사가) 신속하게 들어와서 신속하게 정리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15%포인트 빠지는 격변이 일어난 뒤였다. 더욱이 이 대사가 귀국했지만 조사 계획이 없다는 공수처를 향해 “정치질을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태규 부장은 한 전 위원장이 검사 시절 극심한 '정보 비대칭성'을 십분 활용해 거대한 게임에서 항상 승리했지만 정치는 투명한 영역이라며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량급 대사'라는 설명보다는 수사 외압 사건의 핵심 피의자라는 '팩트'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생을 게임으로 본다는 분석에 터잡았을 때 한동훈이 치른 이번 총선 게임의 상대는 국민 아니었을까”라며 “뭐라고 변명하든 국민들은 보이는 대로 느끼고 상식선에서 판단한다. 이를 뒤집을 만한 은밀한 정보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썼다. 김 부장은 “'비대칭 정보'라는 강력한 무기를 잃은 한동훈은 그저 경험 없는 초보였을 뿐”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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