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예산, 앞으로 얼마 못 가 소진…법정 전등 몇 개 더 꺼도 돼"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2024. 4. 2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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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인 측, 과학적 근거 토대로 탄소감축 시급성 주장
정부 "무리한 감축, 미래를 위해 현재 제한…제조업 특성 반영해야"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후 헌법소원 공개변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빠른 판결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이른바 ‘기후 소송’에 대한 첫 공개 변론을 진행한다. 2024.4.2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부실이 기본권을 침해에 해당한다며 제기된 '기후 헌법소원' 공개변론에서 청구인 측은 과학적 사실과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주된 근거로 들었다.

정부 측은 "현재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최고와 최선의 결과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법적 판단의 대상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의 위헌여부를 확인하는 사건의 첫 변론기일을 얼었다.

헌법 소원을 낸 청소년 기후소송, 시민 기후소송, 아기 기후소송 등 청구인측은 국제적 판결 사례와 국가의 현재 대응 상황, 향후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제시하며 현재 정부의 대응은 기본권 침해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 주세종 변호사는 "한국 정부 대응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 재산 보호라는 기본적인 의무를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NDC는 자의적이고 안이하다"고 했다.

주 변호사는 현재 기후변화 대응 수준을 보면 2100년까지 2.9도 기온상승이 자명하다는 유엔환경계획(UNEP) 자료를 들며 "지구 기온상승에 특히 한국의 책임이 두드러진다. 한국의 잔여 탄소배출 허용량인 '탄소 예산'은 2030년 이전 모두 소진될 것"이라고 했다.

탈핵법률가 모임 '해바라기'의 김영희 변호사는 "감축이 용이할 때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 많이 감축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계획은 2030년에 가까울수록 감축 목표가 더 커진다. 미래세대에 부담을 미루는 꼴"이라고 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나온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성적이 안좋은 학생이 매일 공부해서 10~20점 올리는 건 대단히 쉽지만 90점이 된 뒤에 1~2점 올리는 건 어렵다"고 예를 들며 "2030년 지속가능한 기후위기 대응 목표가 닫히기 전에 속도감있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선형적, 즉 일정 비율씩 줄여나가는 게 아니라 최종 년도에 급격한 감축을 꾀하고 있는데, 이 점을 꼬집은 것이다.

김 변호사는 "한국 정부는 지난 2009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해놓고도 실제로 이행하지 않고 폐기한 전과가 있다. 2030년 감축 목표에 대해서 그 재발 가능성을 통제할 법적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 것도 위험해 보인다"고 했다. 그는 당장 탄소감축을 위해 "이곳(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법정 전등도 몇 개는 더 꺼도 좋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구인들은 2050년 탄소 중립을 주장하면서, 2031~2050년의 탄소중립의 연도별 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또 정부가 탄소중립 기술로 제시한 탄소 포집·활용(CCUS)에 대해선 "유전과 가스전 등 저장 공간 마련이 어렵고, 경제적 부담이 클 것"이라고 했다.

환경부장관, 국무조정실장을 대리하는 정부법무공단 측은 제조업 중심의 한국 산업구조를 설명하며 "무리한 탄소배출 감축 목표는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기업경쟁력 약화와 고용 불안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미래의 기본권을 위해 현재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현재 정부 탄소감축 목표 근거가 되는 파리협정의 '자발적 목표 설정' 원칙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에 탄소중립 목표를 미리 구축·수행 중인 선진국과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은 청구인 측이 근거로 든 '탄소예산'을 놓고는 보편적·자율적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추구하는 파리협정에 특정 기준을 강제하는 것은 본래 취지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은 "최근 유럽인권재판소에서 스위스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책이 불충분해 스위스의 여성과 노인 등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결정을 선고한 바 있고, 국내 언론에도 크게 보도되며 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더 높아졌다"면서 "이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해 충실하게 심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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