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꽃비 내린다

경기일보 2024. 4. 2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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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내린다

                             정두리

활짝 핀 벚꽃이

하나 둘 꽃잎을 날린다

꽃자리가 촘촘해

서로 비켜주다가

그예 꽃잎은 떨어지는 것이다

호올로

가볍게 흩날리는 꽃잎들은

꽃비가 되었다

맨땅은 꽃비를 안았다

봄 땅이 촉촉하다.

이미지투데이

낙화의 아름다움

우리나라 비 이름 가운데 참 예쁜 이름들이 많이 있다. ‘꽃비’도 그중 하나다. 비가 꽃잎처럼 가볍게 흩뿌리듯이 내리는 비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꽃비다. 그런데 시인은 벚꽃이 떨어지는 것을 꽃비라고 봤다. 비좁은 자리 때문에 서로가 함께 자라기 어려운 것을 안 꽃잎이 동료 꽃잎을 위해 땅으로 떨어진다고 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낙화인가! 동료를 위해 기꺼이 자기를 버릴 줄 아는 저 벚꽃! 남은 벚꽃은 땅에 떨어진 동료 벚꽃의 몫까지 피어 더욱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시를 읽다 보니 고 박완서 작가의 글 한 토막이 생각난다. 살아 있는 우리들은 우리를 위해 먼저 간 사람들의 몫까지 살아줘야 한다는 글이었다. 특히 나라가 어지러울 때 우리를 대신해 죽음을 택한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는 나를 포함해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들이 참 많을 듯싶다. ‘맨땅은 꽃비를 안았다/봄 땅이 촉촉하다.’ 떨어진 꽃비 덕분에 맨땅은 딱딱하지 않고 촉촉하다는 것! 아름다운 희생만이 세상을 기름지게 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두리 시인은 현재 새싹문학회를 이끌면서 어린이를 위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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