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임영웅, 공연문화를 바꾸다

2024. 4. 2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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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얼마 전 임영웅 공연의 좌석배치도가 큰 화제가 됐다. 임영웅은 5월 25일부터 26일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흔치 않은 스타디움 공연인데,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공연보다 더 보기 드문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연이어서 안 그래도 많은 기대를 받아왔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대관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치러진 대중음악 공연은 드림콘서트, SM타운 라이브, 서태지, 싸이, 빅뱅, 지드래곤 공연 정도가 다다. 대형 전문공연장이 전무한 서울에서 그나마 대형 공연을 소화할 수 있는 스타디움이 겨우 올림픽주경기장과 월드컵경기장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 실적이 많은 게 당연한 데도 극히 미미한 횟수다.

이건 너무 하다고 할 정도로 공연 대관을 꺼렸다는 이야기다. 작년에도 몇몇 가수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 대관에 실패했다고 한다. 현재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이 공사에 돌입했기 때문에, 월드컵경기장마저 공연 대관을 하지 않는다면 한류 문화강국이라는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대형 공연이 아예 불가능해진다.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올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임영웅 공연을 필두로 공연대관을 개시했다. 4월 세븐틴, 5월 임영웅, 그리고 9월 아이유 공연이다. 그러자 바로 제기된 우려가 잔디훼손 문제다. 애초에 월드컵경기장이 대관 심사를 까다롭게 했던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다. 특히 서울시설관리공단이 2021년 10월에 예산 10억 원을 투입해 하이브리드 잔디를 깐 이후 대중가수 공연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작년에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케이팝 콘서트'의 장소가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긴급히 바뀌자 비난이 터진 것도 잔디 문제 때문이었다.

올해도 대중가수들의 공연 계획이 잇따라 발표되자 누리꾼들이 잔디를 걱정해왔다. 그런 가운데 임영웅 공연의 좌석배치도가 발표되자 많은 이들이 충격 받은 것이다. 보통 스타디움 공연에선 한쪽 면에 대형 무대를 세우고 1차적으로 운동장에 관중석을 만든다. 반면에 임영웅은 무대를 운동장 가운데에 360도 개방형으로 만들면서 운동장엔 관중을 아예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운동장 잔디 바깥의 가장자리 4면에 돌출무대를 만들고, 한쪽 면 전체엔 거대 스크린을 설치한다고도 했다. 스크린이 설치되는 면의 관람석에도 관중을 받지 않는다. 결국 기존 관람석의 3면에만 관중을 받겠다는 이야기다.

이러면 임영웅의 공연 수익이 대폭 줄어들 것이다. 한쪽 면에 대형 무대를 설치하는 것보다 지금 발표된 방식이 훨씬 공연 난이도도 높아지고, 임영웅의 체력 소모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 단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잔디보호를 위해 선택했다는 것이다. 또, 관객들의 편의도 생각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한쪽 면에 대형 무대를 만들어 그쪽 면의 관람석을 비우는 대신 운동장에 관람석을 만든다. 이번처럼 운동장을 포기한다면 4면 관람석을 모두 채우는 방식이 대안이다. 스크린은 작게 설치하면 된다. 하지만 임영웅은 운동장을 비우면서, 초대형 스크린으로 한쪽 면 관람석까지 모두 비웠다. 바로 이런 스크린이 관객들의 편의를 극대화한 것이다. 자신의 동선이 너무 길어지는 데도 운동장 가장자리 4면에 모두 돌출무대를 두른 것도 관객들의 편의를 위한 선택일 테다.

임영웅의 잔디보호 정신은 작년에 있었던 서울월드컵경기장 시축과 축하공연 때도 나타났었다. 당시 임영웅은 물론 댄서들까지 축구화를 신고 공연했다. 춤추기에 부적당한 신발이지만 잔디보호를 위해 그가 직접 댄서들에게 선물한 것이었다. 이런 모습이 많은 찬사를 받았고, 그렇게 축구계와 신뢰를 쌓은 것도 이번 월드컵경기장 대관이 성사된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임영웅 공연의 대형 스크린도 유명하다. KSPO돔에서 공연할 당시 대형 전광판 스크린을 여러 대 설치했는데 그 모습이 인터넷에서 뜨거운 화제가 됐었다. 그밖에 다수의 간이화장실이나, 많은 스태프들을 배치해 친절한 안내를 제공한 점, 야외 대기실, 표 재발급 등에 누리꾼들이 충격 받았다. 이 정도의 공연 서비스는 보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팬들의 관람 편의를 위해 수익을 포기하고 대규모로 투자했기 때문에 가능해진 서비스다.

그래서 임영웅 공연이 공연계의 새로운 표준이라고들 말한다. 이번 화제를 통해 그가 스타디움 공연에서도 새로운 모범사례를 만들어간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렇게 화제가 커지면 결국 다른 공연도 영향 받는다. 그가 한국 공연문화를 바꾸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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