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불황 속 늘어나는 공실… 수익나기 어려운 곳에서 가치 만든다"

박순원 2024. 4. 2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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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구 아이엠박스 전략부문 대표
지식산업센터 상가 수익률 낮아 인기 시들… 셀프 스토리지로 돌파구
개인·법인 고객에 도심 속 창고공간 제공… 안정적 수익원 창출 폭증

"셀프 스토리지(도심형 개인창고)는 요즘 부동산 시장 불황에도 수익을 내는 거의 유일한 부동산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지식산업센터와 상가를 중심으로 수익형 부동산 공실이 대거 늘어난 것이 셀프 스토리지 산업에는 오히려 기회가 되고 있죠. 부동산 경기 불황이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수익이 나기 어려운 곳에서 수익을 낸다, 그것이 셀프 스토리지의 진짜 의미입니다."

이학구(54·사진) 아이엠박스 전략부문 대표의 말이다. 그는 한화호텔앤리조트(옛 한화국토개발)와 삼성생명, 도이치자산운용, 싱가포르투자청(GIC), 다올자산운용 대체투자부문 부사장 등을 거친, 30년 이상 금융부동산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말 부동산 서비스에 IT기술을 접목한 프롭테크 스타트업인 아이엠박스에 전략부문 대표로 지난해 10월 합류했다.

지난 2015년 12월 남성훈 대표가 설립한 아이엠박스는 개인이나 법인 고객에게 도심 속 창고 공간을 제공하는 '셀프 스토리지' 서비스 기업이다. 이 회사는 부동산 불황으로 지식산업센터·상가 공실이 넘쳐나는 시기에도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부동산 만사형통 시대가 있었다. 어떤 부동산을 사도 가격이 오르던 시기다. 2020~2021년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두 자릿수에 달했고, 주변에서는 매수 아파트 값이 두 배로 뛰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었다. 이런 시기 비주거 상품인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도 급증했다. 수익형 부동산은 주기적으로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으로, 지식산업센터와 상가 등이 대표 투자 상품이다. 부동산 대출 규제 문턱이 높던 시절 틈새 투자처로 각광 받아왔다. 수익형 부동산은 아파트처럼 매매로 시세 차익을 얻기보다는 주기적인 임대 수익을 얻기 위한 상품이다 보니 대출이자보다 월세 수익이 더 높아야만 투자 가치가 있다. 하지만 현재 지식산업센터 상가 수익률은 은행 예금금리인 연 3.5%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경기 불황도 찾아와 세입자를 찾는 것마저 어려워졌다.

이 대표는 셀프 스토리지 사업이 공실 문제를 겪는 건물주(임대인)들에게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다년간 방치된 부동산이 아이엠박스의 주요 타켓이다. 공실인 건물을 활용해 수분양자에는 안정적 수익원을 제공하고, 이용자들에게는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그는 "금융부동산업계에서만 30여년을 근무해온 안목으로 볼 때 부동산 시장 불황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며 "이는 오히려 셀프 스토리지 시장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아이엠박스의 전국 셀프 스토리지 점포 수는 50여개. 2015년 설립 이래 지난해 4월까지는 점포수가 10여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1년여새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식산업센터·상가 공실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점포 신청 문의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한정돼 있던 점포는 전남 나주와 울산 등 지방으로 확산됐다. 2020년 이후 지방에 잇따라 들어선 지식산업센터에 공실이 다수 발생하면서 점포 수도 늘어난 것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수도권 지식산업센터 상가 공급은 2022년 1분기 2555곳에서 올해 1분기 2배 이상 증가한 5418곳으로 나타났다. 저금리와 유동성에 힘입어 최근 몇 년간 우후죽순으로 늘어났지만 공급이 과잉되면서 공실률이 치솟고 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는 아예 건물 자체가 아이엠박스 점포인 곳도 있다.

아이엠박스 신월동점은 3층짜리 건물 전체를 셀프 스토리지로 활용하고 있다. 건물 규모가 작고, 대로변에 위치하지 않아 공실이었던 건물이 현재는 셀프 스토리지로 안정적 수익을 내는 곳이 됐다.

이 대표는 "재개발 구역에 속해 있어 리모델링하기 어려워 1년 반 넘게 공실이었던 곳"이라며 "셀프 스토리지를 도입면서 안정적 수익원을 창출하는 부동산이 됐다"고 설명했다.

아이엠박스는 저평가 건물을 직접 매입해 점포를 운영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도 계획하고 있다. 공실인 부동산에 현금 흐름성을 더해 부동산 가치를 높인 뒤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대내외 경제 여건이 셀프 스토리지 산업이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연결되고 있고, 이런 시기 저평가 부동산을 매입해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는 사업도 고려하고 있다"며 "셀프 스토리지는 부동산 수익이 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수익을 내는 거의 유일한 비즈니스"라고 전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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