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개국 2340건 ‘기후소송’…“탄소정책 불충분 위헌” “인권 침해” 판단 잇따라

정봉비 기자 2024. 4. 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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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첫 기후소송 공개변론이 시작됐지만, 세계 각지에선 이미 국가를 대상으로 한 기후소송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가 나날이 심화되는 가운데 최근들어 전세계 법정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더 많은 시민·지역사회가 정부와 기업 등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기후소송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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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기후소송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에서는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첫 기후소송 공개변론이 시작됐지만, 세계 각지에선 이미 국가를 대상으로 한 기후소송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가 나날이 심화되는 가운데 최근들어 전세계 법정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더 많은 시민·지역사회가 정부와 기업 등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기후소송에 나서고 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가 최근 펴낸 ‘세계기후소송 동향’ 보고서를 보면 1986년부터 지금까지 51개 국가에서 2340건(2023년 집계 완료 전)의 기후소송이 제기됐다. 이런 기후소송은 2000년대 초반까지 드물게 이뤄지다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 결과, 네덜란드 환경단체 위르헨다가 2013년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지 않다며 소송을 제기해 2019년 대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이끌어낸 것을 시작으로, 2020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독일 정부의 탄소 제로(0) 정책 목표가 불충분하다며 위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특히 지난 9일(현지시각)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고령자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결정하며, 정부의 부적절한 기후위기 대응을 ‘인권 침해’(유럽인권협약 제8조 위반) 문제로 판단하는 데까지 나갔다.

이런 가운데, 오는 6월 미국 하와이에선 10대 청소년 14명이 ‘정부의 교통시스템 관리 부실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 심리가 시작될 예정이다. 하와이주 교통부가 화석연료 소비 촉진과 온실가스 생성을 돕는 고속도로 개발 계획을 추진함으로써 주 헌법에 명시돼 있는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게 핵심이다. 지난해 8월 몬태나주 지방법원이 ‘주 정부의 화석연료 개발 정책이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원고들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결한 이후 이뤄지는 첫 사례라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지난해 1월 칠레와 콜롬비아가 미주인권재판소에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국가의 법적 의무를 명확히 해달라’며 권고 의견을 요청했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미주인권재판소의 권고 의견은 미주 지역 법원들에 지침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방출한 북반구 국가에 손실·피해 보상과 관련한 책임을 어떻게 물을지도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한 점에서 결과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24~25일)와 브라질(5월27일)에서 다양한 기관 및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는 개인들의 의견을 듣는 공개변론이 열릴 예정이다.

그린피스 북유럽 등이 2016년 노르웨이 정부가 북극에서 석유를 탐사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결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돼 기본권이 침해당했다며 2022년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한 건도 관심을 받고 있다. 유럽인권재판소가 지난 9일 스위스 정부의 부적절한 기후위기 대응이 유럽인권협약에 위밴된다고 결정한 바 있는데, 이번 헌법소원도 같은 협약 조항을 근거로 제기된 만큼 승소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인권협약의 효력이 협약 체결국 전체(46개국)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유럽인권재판소의 판단이 46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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