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바다와 육지는 다르다”…중처법 확대 불안한 어민들

이원희 2024. 4. 2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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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시행됐습니다.

육상뿐만 아니라 바다에 있는 어선들까지 예외 없이 적용되는 건데, 어민들은 준비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현장 취재한 이원희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직접 배를 타 보셨잖아요.

안전사고 위험이 크던가요?

[기자]

네, 배 위에서는 조금만 방심해도 안전사고가 날 만한 요소가 곳곳에 있었습니다.

제가 탄 배는 서해 바다에서 새벽에 쭈꾸미와 꽃게를 잡는 어선이었는데요.

영상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바다 위에 그물을 넓게 펼치고 도르래를 돌려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 방식인데요.

배 곳곳에서 이런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어서, 긴장을 놓칠 수 없습니다.

[차종업/선장 : "여기 딸려 들어가면 무조건 다 끼어가는 거거든. 그래서 (구명조끼) 줄 같은거 보면, 이런 줄 이런 것들이 늘어지면 안 되거든."]

바닷물이 계속 들어요는 데다 비까지 내려서 바닥도 미끄럽습니다.

또 잡히는 어종에 따른 주의사항도 모두 숙지해야 합니다.

[차종업/선장 : "(복어) 입에다 뭘 넣으면 안 돼. 이빨에. 여기 넣으면 딱 끊어져."]

[차종업/선장 : "처음에 타는 사람들한테 이런 거, '꽃게 던지지 마라'. 선장들이 가장 먼저 교육 시키는 게 그거에요."]

[앵커]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런 안전사고를 막아보자고 시행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어민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있나요?

[기자]

어촌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 들이 있다는 겁니다.

해양수산부도 매일 써야 할 점검표라면서, 안전 관련 매뉴얼을 전국 어촌에 배포했는데요.

이게 너무 육상 중심으로 되어있는거 아닌가, 이런 지적입니다.

실제로 매뉴얼을 보시면, '안전화'나 '안전모'를 착용했는지 묻는 규정이 있습니다.

물론 안전을 위해 필요한 건 맞지만, 배 위에선 어떤게 안전한건지 규정 해 주는 게 먼저라는 겁니다.

[차종업/선장 : "바다는 항상 물이 흘러요. 그렇기 때문에 안전화 계통을 신으면은 발이 젖어서 작업을 할 수가 없어요."]

[앵커]

바다와 육지는 다르다는 거네요.

실제로 발생하는 안전사고 유형도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제조업은 비교적 안정된 환경이어서 외부 영향을 덜 받지만, 바다는 날씨에 따라 변수가 많은 곳이죠.

예방에 최선을 다해도 피할 수 없는 돌발 상황이 많다고 합니다.

[임병묵/영흥 수협조합장 : "날씨가 아주 안 좋을 때는 작업 환경이 너무 나쁘기 때문에 그런 데서 그 법을 적용한다는 것이 현실과 안 맞는 것 같고."]

실제로 지난해 발생한 3천여 건의 해양 사고 중에 안전사고는 4%에 불과했습니다.

부유물이 감기거나 충돌, 전복, 좌초 같은 운항상 발생하는 사고가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육지에서 난 사고는 사업주가 처벌을 받지 않습니까?

저런 작은 배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나면 누가 처벌을 받는 거죠?

[기자]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게 확인된다면, 선장이 처벌을 받습니다.

그래서 어업인들도 안전관리를 더 철저히 하게 되긴 했는데, 처벌을 피하기 위한 행정 절차들이 복잡해서, 정작 실제 안전사고 예방에는 소홀 해지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차종업/선장 : "(안전) 교육 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을 다 어디다 뺏기냐, 처벌 안 받으려고 서류 작성하는 데 시간을 다 뺏기는 거예요. 나중에 점검 나오면 단속 걸리지 않으려고."]

[앵커]

이런 현장의 목소리들을 반영하긴 어려운건가요?

[기자]

해양수산부는 현장 의견을 지속적으로 듣겠다면서도, 중대재해처벌법 자체가 모든 산업에 적용되기 때문에 어선만 따로 완화 규정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이원희 기자였습니다.

촬영기자:조원준/영상편집:양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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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기자 (21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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