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파국’” vs“산업구조 고려해야”

김지환 기자 2024. 4. 2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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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 4년 만에 열린 헌법소원 변론…아시아 최초
청구인 측 “정부 역량 고려했을 때 현저히 낮아”
정부 측 “감축 목표 상향하면 기업 경쟁력 약화”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기후 소송'의 첫 공개 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헌법재판소가 기후 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를 심사하는 헌법소원 공개변론을 23일 열었다. 정부의 기후 정책이 헌재 심판대에 오르는 것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 최초다.

이날 헌재는 ▲청소년 기후 행동 활동가 19명 ▲시민 (시민사회단체 및 정당) 123명 ▲영유아 62명 ▲시민 51명 등 200여명이 각각 제기한 헌법소원을 한데 묶어 심리했다. 청구인 측에서는 윤세종 변호사 등 기후소송 공동 대리인단이 참석했고, 이해관계인인 환경부 장관 등을 대리해 정부법무공단 소속 변호사들이 참석했다.

공개변론 시작에 앞서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은 “이 사건은 정부가 녹색성장기본법, 탄소중립기본법에서 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불충분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가 주된 쟁점”이라고 했다. 녹색성장 기본법은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성장을 위해 목표나 계획을 설정하고 필요 조치를 강구하도록 규정한다. 정부는 2021년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면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를 감축하겠다고 했고, 2022년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을 시행하면서 2018년 대비 40%를 줄이겠다고 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기후 소송'의 첫 공개 변론에서 기후소송 청구인 측 변호인단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윤 변호사는 “현재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 현황은 파국 수준”이라며 “모든 국가의 감축 목표가 달성된다고 해도 2030년까지 지구 온도가 2.9도 상승할 것으로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영희 변호사는 “현 정부의 기본계획은 5000만톤 이하로 감축하는 것인데, 오히려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이 증가하는 구조”라며 “2031년부터 42년까지는 감축 계획이 없고 연도별 대책도 없으며, 앞선 계획들이 실패했을 때 어떻게 할지 계획도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부 측은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즉각적인 감축이 힘들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2018년 배출량이 정점을 찍고 점차 감소하는 형태로, 정부의 감축 목표는 경제적 대전환을 요구하는 도전적인 목표”라며 “주요7개국(G7)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내 산업 현황을 고려하지 않고 감축 목표를 상향한다면 국가 산업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라며 “오히려 기업 경쟁력이 약화해 이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도 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기후 소송'의 첫 공개 변론에서 기후소송 피청구인인 정부 측 변호인단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첫 기후 소송인 만큼 헌법재판관들의 질문이 1시간 30여분이 넘도록 이어졌다. 김기영 재판관은 청구인 측에 “파리협정에서는 각국의 자발적 목표 설정을 전제하고 있다”며 “온실가스 감축 목표 관련해 합의되지 않은 개념을 갖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한 법령을 위헌이라고 볼 수 없지 않느냐”라고 했다. 청구인 측은 “단순히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해서 일정 부분 감축했다는 것만으로 헌법에 따른 보호의무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며 “지구 온도 상승을 막을 수 있는지 등이 판단돼야 한다”고 했다.

정정미 재판관은 정부 측에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확실하지 못한 점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국내 산업구조는 중화학과 철강이 중심으로, 온실가스에서 ‘난감축’ 분야로 꼽힌다”며 “감축을 위해 산업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생산설비를 전부 바꿔야 하는데, 예산과 시간이 소요된다”며 “다만 2020년 (온실가스) 잠정치를 내보면 감축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온다. 희망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후 청구인 측이 추천한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과 정부 측이 추천한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의 의견을 청취했다. 헌재는 이날 공개변론 외에도 추가 변론기일을 잡아 청구인 측의 박덕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부 측의 유연철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한편 헌법소원을 낸 청소년·시민단체 등은 이날 오후 12시30분쯤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정된 기후에서 살아갈 권리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환경권의 가장 근본적인 내용이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라고 주장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후 헌법소원 공개변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빠른 판결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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