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전 일본 총리, 미국서 트럼프 만난다"… 재선 대비하는 일본

기시다 대신 트럼프와의 관계 구축 나서
기시다도 의식… "미일 관계 변화 없어"

일본 자민당 부총재인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가 2022년 11월 3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뉴스1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에 대비해 일찍부터 관계 구축에 나선 것이다.

교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본 집권 자민당 부총재인 아소 전 총리는 이날 오후 회담할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오후 2시까지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의혹 사건'에 대한 형사 재판으로 법원에 출석하므로 두 사람의 만남은 그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소 전 총리의 회담 추진은 지난 1월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뉴욕을 찾은 아소 전 총리는 물밑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일정으로 불발됐다. 그러나 아소 전 총리는 "트럼프의 귀에 내가 일부러 뉴욕까지 왔다는 말이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본 정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 구축에 신경 쓰고 있다는 메시지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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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과거 당선자 자격으로 아베와 만나기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8일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에 발언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아소 전 총리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대신해 움직이고 있다. 현직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을 노리는 상황에서 총리나 각료 등 일본 정부 주요 인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접촉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0일 미국을 국빈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돈독한 관계를 드러낸 바 있다.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 때도 관계 구축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6년 11월 당시 당선자 자격이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 외국 정상으로선 처음으로 만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후 아소 전 총리는 부총리 자격으로 미일 정상회담에 배석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골프를 즐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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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물밑에서 트럼프 진영과 관계 다져

기시다 총리 측은 공개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만큼 물밑에서 트럼프 진영과 관계를 다져나가고 있다. 지난 11일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추진할 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윌리엄 해거티 상원 의원과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의 협력을 끌어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대일 무역 적자를 문제 삼은 점을 의식해 도요타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부지가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州)를 방문하기도 했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 19일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관심을 두고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선거 결과가 일미관계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