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헌, ‘나쁜 손’의 최대 피해자 박지원에게 직접 사과 그리고 인증샷까지…“쇼트트랙 발전 위해 함께 노력하자”

김하진 기자 2024. 4. 2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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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로 화해한 쇼트트랙 박지원과 황대헌. 넥스트크리에이티브 제공



국제대회에서 ‘나쁜 손’으로 비난의 목소리를 한 몸에 받았던 황대헌(강원도청)이 최대 피해자였던 박지원(서울시청)을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

황대헌의 매니지먼트사 라이언앳과 박지원의 매니지먼트사 넥스트크리에이티브는 23일 두 선수가 만나 화합한 순간을 전했다.

소속사에 따르면 둘은 지난 22일 만나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황대헌은 박지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이날 둘의 만남이 성사된 것에 대해 라이언앳 측은 “세계선수권 1500m 경기 후 황대헌 선수가 찾아가 사과를 했지만 다음날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대화를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귀국 후 황대헌이 박지원에게 연락을 했지만 박지원은 소속팀인 서울시청에 합류해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떠났고 이후 두 선수 모두 국가대표 선발전에 집중해 대회 종료 후 만남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두 선수는 “우리나라가 쇼트트랙 강국으로서 한 발 더 앞서 나아가기 위해 함께 노력을 해야만 쇼트트랙을 아껴주는 팬분들과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서로 응원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황대헌은 최근 나가는 경기마다 반칙 논란을 빚었다. 주로 ‘피해자’는 박지원이었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 10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 앞서 달리던 박지원(서울시청)을 밀치는 심한 반칙을 범해 옐로카드를 받고 모든 포인트가 몰수됐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는 남자 1500m 결승에서 결승선을 세 바퀴 남기고 박지원과 충돌했다. 황대헌은 인코스를 비집고 들어가 박지원을 몸으로 밀어낸 뒤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다. 하지만 심판진은 황대헌의 반칙을 선언해 페널티를 부여했고 금메달도 날아갔다.

다음날 열린 1000m 결승에서도 ‘못된 손’이 나왔다. 결승선 3바퀴를 남기고 황대헌에 이어 2위로 달리던 박지원은 세번째 곡선 주로에서 빠른 스피드로 인코스를 파고 들었다. 선두 자리를 뺏긴 황대헌은 손으로 박지원을 밀쳤고 박지원은 휘청이며 대열에서 이탈했다. 결국 박지원은 그대로 경기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심판은 황대헌에게 페널티를 부여했다. 명백한 황대헌의 잘못이라는 공식적인 판정이 내려진 것이다.

세계랭킹 1위인 박지원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기회를 여럿 날렸고 국가대표 자동 선발 기회도 놓쳤다.

12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4-205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2차 선발전 남자부 1000M 예선 2조 경기에서 박지원(흰색 헬멧,서울시청)과 황대헌(보라색 헬멧,강원특별자치도청)이 역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귀국 후 박지원은 목에 보호대를 하고 팔에 붕대까지 감은 채 인터뷰를 했다. 당시 박지원은 “1000m 결승 경기 후 황대헌이 직접 사과했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그 부분에 대해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전 시즌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지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다시 한번 언급을 피했다.

황대헌은 “절대 고의로 그런 건 아니니 너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경쟁하다 그런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같은 사태가 반복되자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달 22일 자체 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는 ‘고의성이 전혀 없음’이었다. 조사를 시작한 지 3일 후인 25일 빙상연맹은 “조사 결과 국가대표 선수간의 연이은 충돌은 고의성은 전혀 없었으면 ‘팀 킬’을 하려는 의도 또한 전혀 없었음을 확인했다”고 결론지었다.

당시 조사 과정에서 황대헌은 “고의는 아니지만 본인의 플레이로 인해 박지원 선수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박지원이 소속팀 훈련을 마치고 일본에서 귀국하는 대로 찾아가 직접 사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지원과 황대헌. 연합뉴스



그러나 또 다시 황대헌과 박지원의 악몽이 이어졌다. 6일 열린 국가대표 1차 선발전 남자 500m에서 첫 바퀴 세번째 곡선 주로에서부터 둘은 충돌했다. 황대헌은 인코스를 비집고 들어가 박지원을 추월했고 이 과정에서 박지원이 휘청이며 뒤로 밀려나 펜스에 부딪혔다. 박지원은 정신을 차리고 레이스를 다시 시작했지만, 거리를 좁히기엔 무리였다. 주심은 해당 장면에 관해 페널티를 부여하진 않았다. 황대헌은 2위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고 박지원은 그대로 탈락했다.

황대헌은 지난 7일 열린 국가대표 1차 선발전 1000m 2차 예선에서도 반칙을 범해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에는 박지원 대신 박노원(화성시청)이 영향을 받았다.

이어 11일 남자 500m 결승 레이스에서도 심한 몸싸움을 펼치다가 실격당했고 12일 경기에서도 포인트를 추가하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박지원은 선발전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같은 날 열린 남자 1000m 결승 파이널 B에서 1분26초632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해 랭킹 포인트 3점을 추가했다. 이로써 1, 2차 선발전 최종 총점 92점으로 전체 1위에 올라 새 시즌 대표팀에 승선했다.

그리고 기나긴 논란의 과정에 종지부를 찍고 두 선수가 직접 만나 ‘인증샷’을 찍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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