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낸 형과 너무나 닮은 판결…남은 건 원직 복직"

김예리 기자 2024. 4. 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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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재학 PD 동생 이대로씨 "정규직 지부가 빠르게 당사자 끌어안아야"
해고무효 소송 승소한 김남헌 PD "이재학PD 바람대로 된 것 같아 감사"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이재학 PD의 동생 이대로씨(엔딩크레딧 대표). 사진=미디어오늘

“이렇게 당연한 판결에 이토록 기뻐하고, 2년 동안 염려했어야 한다는 것이 역설적이다. 이제 회사는 김남헌 PD 복직에 빠르고 대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건 정규직지부의 역할이다.”

고 이재학 PD의 동생 이대로씨(엔딩크레딧 대표)는 김남헌 춘천MBC '프리랜서 PD'가 해고무효 확인 소송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소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춘천MBC가 항소를 포기하고 그를 정규직 PD로 복직 조치할지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대로씨는 춘천MBC의 방송 노동자들이 김 PD를 같은 동료로 인정하고 복직을 위한 요구에 함께 나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남헌 PD는 23일 승소 소감으로 “이재학 PD가 자신의 판례로 다른 프리랜서들이 구제되길 바란다고 했는데, 그분의 바람대로 된 것 같아 감사하다. 이제는 회사가 더 늦기 전에 판결을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재학 PD는 생전 청주방송으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한 뒤 소송에 나서면서 “판례 남기면 전국에 알려지게 되겠죠. 14년 동안 못 썼던 계약서 한 번이라도 쓰겠죠. 전국에 있는 프리랜서들”이라고 말했다.

이대로씨는 이번 판결을 접한 소회가 남다르다면서 “형과 너무나 닮은 사건이다. 형의 판결 이후로 PD 직군에서 처음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해고부터 근로자성을 인정받는 부분까지 너무나도 닮았다”고 말했다. “김남헌 PD님이 형의 바람대로 선례를 이어줬다는 생각에 너무나 고마웠다”고 했다. “PD님이 그동안 많이 힘드셨다는 걸 알고 있다. 소송 중 건강도 잃으셨고, 동료도 잃었고, 돈도 잃었다. 인생의 2년도 멈춰 있었다”라며 이씨가 겪은 고통도 고인의 사건과 닮았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2월19일 56개 단체가 꾸린 'CJB 청주방송 이재학 PD 사망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명예회복,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이씨는 이번 사건의 결론은 “당연히 원직 복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춘천MBC가 내로남불처럼 사법부 판단조차 무시하고 다른 행태를 벌이면, 결국 (근로자성 인정된 아나운서 복직 조치를 하지 않는) 광주MBC와도 다를 바 없다. 그들이 욕하는 보수 매체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을 것”이라며 “그것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방송사가 판결 취지를 거슬러 대응할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최근 방송비정규직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자, 방송사들은 원직 복직이 아니라 별도의 노동조건과 직군·지위를 만드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며 “사측이 원직 복직 조건을 가지고 다투려하거나, 꼼수를 통한 2차 가해로 이어질 경우 사회적 파장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대로씨는 “제일 중요한 건 정규직지부의 역할”이라며 “정규직 지부가 빠르게 당사자를 끌어안아야 회사가 판결을 부정하지 않고 복직 조치에 더 적극 나설 수 있다”고 했다. 김 PD는 춘천MBC지부 지원 없이 소송을 진행해왔고, 언론노조 미디어연대지부에 가입한 상태다. 이씨는 “김 PD를 춘천MBC지부가 받지 못하니 언론노조가 미디어연대지부를 만들어 받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춘천MBC지부도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고 이재학 청주방송 PD 부당해고 2심 판결문에 나타난 이 PD의 노동자성 인정 근거와 김남헌 춘천MBC PD의 근무 양식 비교. 김 PD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이유서 참고, 미디어오늘 보완. 그래픽=안혜나 기자

김진후 언론노조 춘천MBC지부장은 지난 19일 김 PD 승소 판결에 대해 “회사로부터 소식을 들었는데 판결문을 못 받아봤다. 지부가 아닌 언론노조에서 직접 관여해 회사와 진행했던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부 차원의 지원 계획에 대해선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라 말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노조가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되면 해야 할 일에 대해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PD의 지부 가입 자격에 대한 검토 여부엔 “복직 진행되고 나면 얘기하겠다”고 했다.

서울남부지법 13민사부(재판장 최정인)는 지난 12일 김남헌 PD가 춘천MBC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 판결했다. 김 PD는 11년여간 이른바 '무늬만 프리랜서'로 일하다 2022년 1월 회사로부터 카카오톡으로 '계약연장 불가 통지'를 받았다. 이번 승소는 지난 2021년 고 이재학 CJB청주방송 PD의 2심 판결 이후로 프리랜서 PD의 부당해고를 인정한 새로운 판례다. 김 PD 사건은 그가 일한 방식과 사측의 자의적 해고 통보 및 노동자성 부정 논리 등에 비춰 '제 2의 이재학 PD' 사건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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