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는 다 알고있다' 디플레·엔저까지, 中·日 경제 ‘아픈 곳’ 보인다

송주희 기자 2024. 4. 2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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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소비자물가 가늠자 돼지고기 가격
소비 둔화 이어지며 가격 급락, 장기 침체
3월 CPI 저조, 돼지비중 큰 식품가격 영향
"중국 경기회복에 디플레 압력" 지표 주목
■日 엔저·물류난에 수입 돈육 재고 급감
5개월 연속 전년 동월比 재고량 줄어들어
수입물가 치솟고, 중동 항로 타격에 운임↑
햄 원료 유럽산돼지고기 도매가 급등 우려
[서울경제]

중국과 일본이 각각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과 엔화 약세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돼지’가 두 나라 경제의 ‘아픈 곳’을 상징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에서 돼지고기는 육류 소비의 60%를 차지해 소비자물가의 바로미터로 통한다. 경기 침체로 소비가 쪼그라들면서 중국 내 돈육 가격도 갈수록 떨어지는 양상이다. 반면에 34년 만에 기록적인 엔저를 맞닥뜨린 일본에서는 중동 리스크에 따른 해상 물류난까지 겹치며 수입 돼지고기 재고가 달려 도매가가 연일 오름세다.

23일 중국 돼지고기 가격 지표인 다롄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돈육 선물 가격은 ㎏당 14.74위안이다. 2022년 10월 26위안대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10위안 이상 떨어진 셈이다.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은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물가의 가늠자로 통한다. 전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가량이 중국에서 생산되는 데다 중국 육류 소비의 60%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돼지고기 소비가 줄어들면서 중국의 물가 상승률도 저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1일 발표한 3월 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포인트 올라 두 달 연속 상승했지만 시장 전망치(0.4%)에는 한참 못 미쳤다. 여기에다 상승 폭도 전월(0.7%) 대비 0.6%포인트나 떨어졌다. 품목별로는 식품 가격이 2.7% 빠지며 낙폭이 2월(0.9%)보다 확대됐고 이 중 돼지고기 값은 2.4%나 내렸다. 국가통계국은 “식품 가격이 CPI를 끌어내리는 주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2월 춘제 이후 수요가 다시 얼어붙으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돼지고기 공급과잉도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농무성 발표를 보면 올해 중국 돼지고기 생산량은 약 5600만 톤으로 추산된다. 지난해보다 다소 줄었지만 생산이 침체됐던 2020년 시점(약 3600만 톤)에 비하면 약 50% 증가한 규모다. 일본 농림수산정책연구소는 “사육 마릿수의 목표를 부과하는 (정부 주도) 정책의 부작용으로 ‘공급과잉’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격 하락으로 양돈 농가 및 관련 기업들의 도산이 잇따르자 중국 정부는 올 3월부터 번식을 위한 암퇘지 사육 마릿수 목표를 기존 4100만 마리에서 3900만 마리로 5%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반면 일본에서는 기록적인 엔화 약세와 수입물가 상승에 되레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일본 농축산업진흥기구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돼지고기 재고량은 18만 7100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5% 감소하며 5개월 연속 전년 같은 기간보다 적었다. 국산(2만 1400톤)의 경우 전년 수량 대비 7.7% 증가했으나 수입품(16만 5700톤)은 12.4%나 줄었다. 중동발 리스크로 인한 수에즈운하의 물류난과 운임비 상승,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 가격 상승 등 여파로 유럽산 돼지고기 수입이 줄었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54엔 후반까지 찍으며 34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진흥기구는 “4월 재고가 지난해 동기 대비 21.6% 줄어든 17만 6100톤을 기록하는 등 전년을 밑도는 기록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산 돼지고기는 일본에서 햄이나 소시지의 원료로 사용된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에서 거래량이 많은 스페인산은 현지 생산자들의 제시 가격이 4~6월 생산분의 경우 1㎏에 690~720엔(운임 포함) 수준으로 1~3월 생산분과 비교하면 50엔(7%) 정도 올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홍해와 수에즈운하를 지나는 유럽 항로에 차질이 빚어지기 전과 비교하면 100엔(17%) 정도 비싸진 셈이다. 현재 일본에서 수입하는 유럽산 돼지고기는 수에즈운하를 우회해 아프리카 남부 희망봉을 돌아서 들어온다. 출항(출발)에서 착항(일본 도착)까지 기존 45여 일에서 60여 일로 늘었고 비용도 그만큼 증가했다. 이처럼 수입산 돼지고기 재고가 바닥을 보이자 식품 가공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도매가격 오름세가 가라앉지 않자 식품 회사와 종합상사 등은 원료 확보를 위해 남미 등 새로운 조달처 확보에 나서고 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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