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송환’ 르완다법, 英의회 통과… 인권단체 “인권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

김보라 기자 2024. 4. 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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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걸고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온 '불법이민자 르완다 이송 계획(르완다 모델)' 법안이 약 2개월 간의 공방 끝에 결국 의회 문턱을 넘었다.

르완다 모델은 영국으로 들어온 불법이민자들이 망명 신청을 하면 르완다로 보내는 방식이다.

이에 수낵 총리는 르완다를 안전한 국가로 규정하는 내용을 추가하는 등 '살짝 재수정한' 법안을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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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22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10~12주 뒤엔 르완다로 망명 신청자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르완다 모델 실현을 확신했다. 런던=AP 뉴시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걸고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온 ‘불법이민자 르완다 이송 계획(르완다 모델)’ 법안이 약 2개월 간의 공방 끝에 결국 의회 문턱을 넘었다.

23일(현지 시간) 공영방송 BBC 등에 따르면 영 상원은 이날 하원에서 보낸 해당 법안을 더는 수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르완다 모델은 영국으로 들어온 불법이민자들이 망명 신청을 하면 르완다로 보내는 방식이다. 대신 영국은 르완다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한다.

수낵 총리는 이 법안을 적극 추진해왔지만,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위법으로 판결하며 제동이 걸렸다. 불법이민자들이 르완다로 가게 되면 본국으로 다시 송환돼 학대를 당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였다. 이에 수낵 총리는 르완다를 안전한 국가로 규정하는 내용을 추가하는 등 ‘살짝 재수정한’ 법안을 밀어붙였다.

수낵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법안 통과를 확신하며 “첫 번째 항공편은 10∼12주 뒤쯤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내무부는 법적 이의를 제기할 위험이 가장 적은 이민자 350명을 이미 추려놓은 상태다.
최근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불법이민자 급증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영국으로 오는 불법이민자는 2019년 299명에서 2022년 4만5774명으로 늘어났다. 올 1분기만 따져도 4644명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25일 영국 해협을 건너다 보트 사고를 당한 뒤 영국 해경에 구조된 불법이주민들. 도버=AP 뉴시스

때문에 총리직을 맡으며 “이민자 보트를 멈추겠다”고 자신했던 수낵 총리에게 현 상황은 심각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올 가을 총선을 앞둔 수낵 총리에게 르완다 모델은 ‘정치적 생존’이 걸린 이슈”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집권 보수당은 해당 법안의 통과가 야당 노동당에게 지지율이 20%포인트가량 뒤지고 있는 현 상황을 바꿀 계기가 되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미 방송 CNN 등은 “법안 통과를 수낵 총리의 정치적 승리가 되어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영국은 유럽인권협약(ECHR) 서명국이기 때문에, 르완다 모델이 유럽인권재판소에서 법적 제제를 당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미 유럽인권재판소는 “르완다 모델은 국제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경고한 바 았다. 때문에 보수당 내 일각에선 ECHR 탈퇴 주장도 나오고 있어, 집권당 분열 등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

르완다 모델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지금까지 관련 정책에 2억2000만 파운드(약 3750억 원)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르완다 모델이 본격적으로 실현되면 비용이 6억 파운드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이는 여야 모두에게 비판받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안팎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영국 인권단체들은 이날 “의회의 결정은 ‘난민의 외주화’로 인한 인권 침해이자 대법원의 위법 판결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와 리버티 등도 “영국 정부는 망명 시스템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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