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블링컨 방문 앞두고 “미국, 중국 견제 중단해야”
중국 외교부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방중을 앞두고 미국은 대만·남중국해 등에서의 중국 포위망 구축과 대중국 첨단기술 견제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이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슈에 대해 자국의 입장을 먼저 밝히며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23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북미대양주사(북미·오세아니아국) 책임자는 전날 블링컨 장관이 왕이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주임 겸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24~26일 중국을 방문한다고 알리며 배경브리핑을 진행했다. 이 책임자는 “지난해 11월 중·미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가 안정됐다”면서도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을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의 내정에 계속 간섭하고 중국의 이미지를 훼손하며 중국의 이익에 해를 끼치는 잘못된 언행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책임자는 이번 블링컨 장관의 방문에서 중국은 5대 목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내세운 5대 목표는 ‘올바른 이해 확립’, ‘대화 강화’ ‘대만·남중국해 문제나 대중국 제재 등에 관한 이견 관리·통제’, ‘호혜·협력’, ‘강대국의 책임 공동 부담’이다.
이 책임자는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5불 정책’에 더해 ‘중국 발전 억제를 추구하지 않음’, ‘중국과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을 추구하지 않음’까지 총 7개 항목을 미국이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불 정책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적대시하지 않겠다면서 말한 다섯 가지 약속으로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음’, ‘중국 체제 변경을 추구하지 않음’, ‘동맹 강화를 통해 반중을 추구하지 않음‘,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음’, ‘중국과 충돌을 일으키기를 원하지 않음’이 해당한다.
이 책임자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제기한 ‘과잉 생산’ 논란은 “완전히 거짓 서사”라며 “미국의 디리스킹(위험제거) 정책은 위험생성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첨단 기술 억제와 수출 통제, 투자 심사 등 제재 문제와 미국의 대중국 공세 새 전선이 된 전기차·리튬 전지·태양광 설비 ‘과잉 생산’ 문제, 미국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 문제가 자국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반드시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책임자는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넘을 수 없는 한계선”이라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고 대만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다. ‘대만 독립’과 대만해협의 평화는 양립할 수 없다”고 중국의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영국·호주·일본·필리핀 등과 남중국해 중국 공동 대응 전선을 강화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티베트자치구, 홍콩 등의 인권 문제 거론은 내정 간섭이라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이 책임자는 “중국과 미국은 강대국으로서 세계 평화에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중국은 중동, 우크라이나, 한반도 등 현안에서 주요 국가로서 건설적이고 책임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도 그렇게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식 회원국 가입이 미국의 안전보장이사회 단독 거부권 행사로 인해 무산된 것에 극도의 불만과 실망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이 중국의 러시아 방위산업 지원을 거론할 것을 예상한 발언이다. 이 책임자는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의 창시자나 당사자가 아니다”라며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미·중관계의 문제로 끌어들이려 한다고 말했다.
이 책임자는 블링컨 장관이 거론할 이슈 중 하나로 꼽히는 펜타닐 문제에 대해선 “중국의 문제가 아니고, 중국이 만든 문제도 아니다”라면서도 “우리는 수수방관하지 않고 미국 인민에 도움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며 “미국은 응당 중국의 우려를 대등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는 중국 정부가 세금 환급으로 불법 펜타닐 원료와 합성 마약 생산·수출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 책임자는 아울러 최근 중국 외교부가 자주 문제 삼아온 자국 유학생의 미국 입국 금지 문제도 거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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