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정치하는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 참패 후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말만 놓고 보면 생뚱맞기 그지없다. 대통령은 정치가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통령은 정치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치 지도자이다. 그런데 취임 2년이 지나서야 정치를 하겠다니 만감이 교차한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되겠다’고 말한다면, 그동안 뭘 했길래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정치하는 대통령’의 뜻을 이렇게 얘기했다. “지난 2년 동안 중요한 국정과제를 정책으로 설계·집행하는 데 업무 중심이 가 있었다. 지금부터는 국민들에게 더 다가가서 우리가 나아갈 방향과 정책에 대해 더 설득하고 소통하겠다.” 정책과 정치를 서로 다른 영역으로 나누고 있는 것이다. ‘국정 방향은 옳았지만 소통과 홍보 부족 때문에 (총선에서) 국정운영이 저평가받고 있다’는 독단의 연속선에 있는 발언이다.
대통령에게 정치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다. 국가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국민들과 부단히 소통하고, 야당과 이해관계자들도 끊임없이 만나 설득해야 한다. 의견을 듣다 보면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고, 정책 자체를 접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모두 정치 행위다. 정책과 정치는 분리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그동안 정치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 사회 갈등 중재, 국민 통합은 대통령에게 부여된 책무인데 윤 대통령은 민생 위기를 깊게 만들고, 국민을 갈라쳤다. 오만하게 국민 위에 군림하려 했던 ‘윤석열 정치’의 현주소일 뿐이다.
윤 대통령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인선을 직접 발표하기 위해 하루에 두 차례 브리핑룸을 찾았다. 1년5개월 전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 중단 후 처음으로 기자 질문도 받았다. 대통령이 해야 할 당연한 일인데도 기자 질문 받는 게 뉴스가 된 것은, 윤 대통령이 그만큼 불통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윤 대통령이 뒤늦게라도 정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면 다행이다. 제대로 정치를 하려면 상대를 인정하고 자신의 생각과 정책이 바뀔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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