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투수만 만나는데"…이정후 'ML 1위 등극', 美도 천재타자에 감탄했다

김민경 기자 2024. 4. 2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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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는 올해 메이저리그 루키 가운데 가장 잘 치는 타자다. ⓒ 연합뉴스/AP통신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은 이정후의 시즌 초반 활약에 놀라워하고 있다. 멜빈 감독은 "타석당삼진비율 5위에 오른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이정후는 경기마다, 시리즈마다 기본적으로 새로운 상대 투수와 마주아는데, 전에 한번도 본 적 없는 투수의 공을 그렇게 꾸준히 치고 있는 것"이라고 감탄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가장 인상적인 점은, 이정후는 매일, 시리즈마다 전혀 모르는 투수만 만나는데 전혀 삼진을 당하지 않는 느낌이다. 그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23일(한국시간) 뉴욕 메츠와 홈경기에 앞서 만난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슈퍼루키 이정후(26)의 타격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이정후는 올해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557억원)에 계약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한국에서 보여준 콘택트 능력을 믿고, 또 스프링캠프에서 지켜본 빠른 발에 확신을 가지면서 주로 1번타자로 기용하고 있다. 이정후는 올 시즌 22경기에서 타율 0.284(88타수 25안타), 2홈런, 7타점, 13득점, OPS 0.729를 기록하면서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전체 신인을 통틀어 2번째로 많은 안타를 생산하고 있는 타자다. 이정후는 23일 현재 25안타로 메이저리그 전체 신인 2위에 올라 있다. 1위는 김하성이 뛰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인 잭슨 메릴로 26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단 1개 부족한 2위라 신인 최다 안타 기록은 얼마든지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샌프란시스코가 주변의 우려 속에서도 이정후에게 1억 달러가 넘는 거액을 안긴 이유다. 이정후는 현재 팀 내 야수 연봉 1위에 올라 있는 선수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무한 선수에게 샌프란시스코가 위험이 높은 투자를 했다는 시선이 있었는데, 이정후의 타격을 오랜 기간 지켜본 샌프란시스코는 확신이 있었다. 단순히 한국에서 7시즌 통산 타율 0.340으로 역대 1위에 올라서만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정후가 낯선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도 충분히 대처가 되는 콘택트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했기에 큰 금액을 안긴 것이다.

멜빈 감독이 이정후의 시즌 초반 활약상을 돌아보면서 가장 놀라워한 점은 '어떻게 매일 모르는 투수를 만나면서 잘 칠 수 있나'였다. 타자들은 보통 낯선 투수를 만나면 아무리 분석을 하고 타석에 들어서도 대응하기 쉽지 않다. 한국에서 3할 타율에 30홈런-100타점을 쳤던 김하성이 메이저리그 첫해였던 2021년 타율 0.202(267타수 54안타)로 고전한 것도 매일 낯선 투수와 마주하는 이유가 컸다.

김하성은 빅리그 데뷔 시즌을 마친 뒤 "다들 좋은 공을 던지고, 처음 만나는 투수들이 많았다. 한국에서는 (투수를) 자주 만나게 되는데,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런 일이 드물었다. 계속 처음 보는 투수들을 상대해야 하는 점이 달랐다"고 되돌아봤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서 데뷔 시즌을 보내면서 매일 전혀 모르는 투수를 만나도 낯을 가리지 않았다. 이정후는 지난 8일 샌디에이고전부터 21일 애리조나전까지 11경기 연속 안타를 치면서 한국인 메이저리거 데뷔 시즌 최다 연속 안타 신기록을 작성했다.

▲ 이정후가 23일 뉴욕 메츠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윌머 플로레스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AP통신
▲ 안타 기계를 재가동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이정후는 저렇게 허리를 쭉 뺀 상태에서도 기어코 공에 방망이를 맞히면서 안타를 생산했다. ⓒ 연합뉴스/AP통신

안타를 꾸준히 생산하는 능력도 빼어나지만, 삼진을 잘 당하지도 않는다. 이정후의 타석당삼진비율은 9.1%로 리그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전날까지 9.5%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5위였는데, 이날 1위로 올라섰다. 메이저리그 최고 교타자로 잘 알려진 루이스 아라에스(마이애미)가 8.7%에서 9.3%로 올라 2위로 밀려났다. 이정후는 현재 루키 중에서 제일 잘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메이저리그 전체 타자를 통틀어 최고 수준의 타격을 펼치고 있다.

멜빈 감독은 이와 관련해 "이정후는 타석에 들어가서 스윙을 할 때면 안타를 칠 것이라고 생각하고 치는 것 같다. 이정후가 타석당삼진비율 5위에 오른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이정후는 경기마다, 시리즈마다 기본적으로 새로운 상대 투수와 마주아는데, 전에 한번도 본 적 없는 투수의 공을 그렇게 꾸준히 치고 있는 것"이라고 감탄했다.

이어 "그런 강점은 이정후의 일부일 뿐이다. 이정후가 올 때부터 잘할 줄은 알았지만, 빅리그는 이정후가 뛰던 KBO리그보다 수준이 높은 리그다. 게다가 전혀 모르는 투수들을 상대하는데 나온 수치니 정말 인상적이다. 스프링캠프부터 봤다면 잘 알겠지만, 이정후의 공을 맞히는 기술은 최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후는 23일 메츠전에서 또 한번 감탄을 자아내는 콘택트 기술을 보여주면서 왜 한국에서 천재 타자였는지 증명해냈다. 2-0으로 앞선 3회말 2번째 타석에서 안타 생산에 성공했다. 선두타자 윌머 플로레스가 볼넷을 골라 걸어나간 상황. 이정후는 1, 2구 싱커를 모두 스트라이크를 지켜보면서 볼카운트 0-2로 몰린 가운데 다음 공 2개를 모두 커트하면서 버텼다. 이어 5구째 슬러브를 걷어올려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시즌 25번째 안타이자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첫 안타였다. 13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 간 순간이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이정후가 안타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이정후는 퀸타나의 슬러브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낮게 잘 떨어지는 공이었는데도 허리를 뒤로 쭉 빼고, 한 손을 놓으면서 배트를 공에 툭 갖다 맞혔다. 한국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기술이었는데, 이정후는 끝내 우전 안타를 생산하면서 극강의 콘택트 기술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미국 현지 해설진은 "이게 바로 이정후의 타격"이라며 감탄했다.

이정후는 7회말 1사 후 4번째 타석에서 멀티 출루에 성공했다. 이정후는 메츠 우완 불펜 션 리드-폴리와 처음 마주했다. 리드-폴리는 스트라이크존에 전혀 공을 넣지 못했고, 이정후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솔레어까지 연달아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리드-폴리를 더더욱 압박했다. 그러나 채프먼이 3루수 땅볼, 콘포토가 삼진에 그치면서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이정후는 3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5-2 승리에 기여했다.

이정후는 이제 강정호(은퇴)의 기록에 도전한다. 강정호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절인 2015년 17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하면서 한국인 메이저리거 데뷔 시즌 최장 연속 출루 신기록을 세웠다. 이정후는 강정호를 넘기까지 5경기를 남겨뒀다. 지금과 같은 콘택트 능력과 선구안이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거리다.

▲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이 득점에 성공한 이정후를 맞이하고 있다. ⓒ 연합뉴스/AP통신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은 이제 강정호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데뷔 시즌 최장 연속 출루 기록에 도전한다. 강정호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절인 2015년 17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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