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택·건축사업 無”... ‘황금알’ EPC로 반전 이룬 삼성E&A

이미호 기자 2024. 4. 2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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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경기가 좀처럼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 건설업체 중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곳이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 E&A은 건설사인 듯 아닌 듯, 애매한 위치에 있었다"면서 "최근 사명을 바꾸면서 '엔지니어링'을 떼어 냈는데 주택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타사와 완전히 차별화하겠다는 취지 아니겠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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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주택 원가율·PF 채무 리스크 없어”
사우디發 8조원 수주 등 올해 실적 기대

국내 건설경기가 좀처럼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 건설업체 중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순수 EPC(설계·조달·구매)’ 기업인 삼성 E&A(전 삼성엔지니어링)다. 국내 주택 및 건설사업에 아예 손 대지 않고 있다는 점이 건설업계 불황기에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E&A(구 삼성엔지니어링) 사옥 전경. 사명 변경 후 아직 새 CI를 공개하지 않았다.

23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이 공개한 작년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삼성 E&A은 영업이익 9931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41.3% 상승했다. 매출은 10조6249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고, 순이익은 6956억원으로 16.8% 늘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 E&A은 지난 2015년 1조3053억원 순손실을 내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바 있다.

삼성E&A는 시공 중심의 건설사와 달리 플랜트 설계를 주력으로 한다. 따라서 통상 건설사 규모를 파악할 때 통용되는 국토교통부 ‘건설사 시공능력 평가’에서 제외된다. 토목과 건축 실적을 기준으로 따지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건설 전문지 ENR이 집계해 발표하는 ‘인터내셔널 건설사 도급순위’에는 작년 기준 50위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현대엔지니어링, 도화엔지니어링과 같이 엔지니어링사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주택 시공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국내 주택·건설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전무한 것이다. 일례로 힐스테이트 아파트를 짓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국내 주택·건축 비중은 약 40%에 달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 E&A은 건설사인 듯 아닌 듯, 애매한 위치에 있었다”면서 “최근 사명을 바꾸면서 ‘엔지니어링’을 떼어 냈는데 주택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타사와 완전히 차별화하겠다는 취지 아니겠냐”고 했다.

건설업체들의 주택 매출 실적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꺾일 것으로 보인다. 자재값·인건비 급등으로 주택사업 원가율이 높아졌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기다리고 있다. 금리 인하 불확실성도 커졌다. 이에 각 건설사들은 재무 리스크를 관리하고 비주택 분야 신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택 시공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업이익 증가를 노리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삼성 E&A는 이 모든 리스크에서 자유롭다. 동시에 작년에 주춤했던 해외 시장 ‘화공 수주 실적’도 올해에는 개선될 전망이다. 우선 이달 초 수주한 8조원 규모 사우디 ‘파드힐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패키지 1·4번’ 공사가 2분기에 반영된다. 그러면 상반기에만 10조원의 수주 실적을 달성하게 된다. 이 밖에도 연내 사우디 알루자인 PHD/PP(2조7000억원), 말레이시아 쉘 OGP2(2조원)·SAF(1조3000억원) 등 굵직한 수주건이 예약돼 있어 전망은 밝다.

물론 비화공부문에서 미청구공사액이 증가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해외에서 벌어 들이는 수익으로 상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E&A는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I 물량이 많은 편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단기미청구공사액은 작년 말 1조5497억4722만5120원으로 1년 전(9232억3517만5681원)에 비해 6200억원 이상 늘었다. 주로 평택 반도체 사업장 관련 공사대금이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 E&A는 미착공 PF 사업 노출도가 낮고 올해 안정적인 실적 성장이 가능하며 비즈니스 확장을 바탕으로 구조적인 중기 성장이 가능하다”며 “사명 변경과 함께 천명한 ‘AHEAD(앞서 간다는 뜻)’ 혁신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수주 입찰 가능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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