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시위 ‘지하철 탑승→승강장 눕기’로 바꿨지만···경찰 대응은 그대로

강한들 기자 2024. 4. 2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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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인 지난 20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비롯한 시위 참가자들이 장애인 권리 보장을 호소하며 ‘다이 인’(드러눕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오는 5월 개원하는 22대 국회에 장애인 권리 관련 입법을 촉구하며 향후 1년간 지하철 탑승 시위를 멈추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은 ‘강제 퇴거’ ‘체포 후 구속영장 신청’ 등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전장연은 최근까지 해오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내년 4월 20일 장애인의날(장애인 차별철폐의 날)까지 1년간 멈추기로 했다. 지난 4·10 총선에서 선출된 22대 국회가 향후 1년 내에 교통약자법을 전면 개정하고,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지원 특별법·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장애인평생교육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면서다. 해당 법안들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전장연은 지하철 탑승 대신 승강장에서 ‘다이-인(Die-in)’ 행동을 하기로 했다. ‘다이-인’은 사이렌 소리에 맞춰 공공장소·거리 등에 죽은 듯이 눕는 시위 방식이다. 전장연은 “비장애 중심 사회의 억압과 고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는 “출근길에 지하철 연착 투쟁을 했으나 시민들의 불편을 고려해 지하철에 타지는 않겠으니, 승강장에 누워서 외치는 것만은 허락해달라는 의미”라며 “1년 안에 장애인 권리 법안들이 통과된다면 시위를 더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의 반복되는 구속영장 신청, 공사 측이 제기한 9억90만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을 감안한 변화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경찰과 공사 측의 지하철 역사 내 시위 ‘원천 봉쇄’는 계속되고 있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23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지하철 혜화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하면서 ‘서울시 탈시설 지원 조례 폐지안 철회하라’라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승강장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시위를 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역 시설에서 허가되지 않은 불법 침묵시위 등 철도종사자의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철도안전법에서 금지하고 있다”고 밝힌 뒤 활동가들을 강제퇴거 조치했다.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도 반복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9일 휠체어로 엘리베이터에 충격을 가해 고장 낸 혐의(특수재물손괴)로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를 현행범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을 포함해 올해에만 세 번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전장연 활동가의 주거가 명확하지 않고 도망할 염려가 있으며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사유로 들었다. 법원에 의해 잇따라 영장이 기각되자 아예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 위험성’도 꺼내들었다. 이 대표의 경우 오랜 활동 과정에서 보여온 범죄 경력들을 재범 위험 근거로 든 것이다.

경찰과 공사 측의 이 같은 원천 봉쇄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무리한 방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면 활동가들을 48시간 이상 유치장에 가둘 수 있고, 기각되더라도 압박을 받아서 더 조심하게 만든다”며 “경찰은 밑져야 본전이니 구속영장 신청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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