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반장'은 왜 이승만 독재가 폭주한 1958년으로 돌아갔을까('수사반장 1958')

최영균 칼럼니스트 2024. 4. 2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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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반장 1958’, 코미디와 진한 휴머니즘에 거는 기대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MBC 드라마 역사를 대표하는 클래식은 확실히 힘이 셌다. 1971년부터 무려 18년간 880부라는 믿기 어려운 방송 횟수를 기록했던 수사물 <수사반장>이 금토드라마 <수사반장 1958>로 돌아왔다. <수사반장>은 국민 반장 박영한(최불암)이 김상순, 서호정, 남성훈, 조경환(실명과 극중 배역명 동일) 등 국민 형사들과 함께 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추적하고 법의 처단을 받게 하는 스토리로 한국 수사물의 효시이자 상징이 된 작품이다.

<수사반장>의 프리퀼로 제작된 <수사반장 1958>은 반장이 되기 전 열혈 형사였던 박영한이 1958년 서울 종남서로 발령받으면서 펼치는 정의 활극을 10부작에 걸쳐 담고 있다. <수사반장>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드라마 끝판왕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첫 회 시청률이 10.1%(이하 닐슨코리아)를 기록하는 괴력을 선보였다.

첫 회 10.1%는 MBC 금토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이다. 현재 시청률 20%를 돌파한 최고 인기 드라마이자 올해 최고 시청률 작품으로 남을 기대를 모으고 있는 tvN <눈물의 여왕>도 첫 회가 5.9%였기에 <수사반장 1958>의 출발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2회 시청률은 7%대로 내려왔지만 20%를 또 넘긴 토일 드라마 <눈물의 여왕>과 맞대결 결과임을 감안하면 <수사반장 1958>에 대한 기대는 계속될 듯하다. <수사반장 1958>의 압도적인 출발은 <수사반장>에 향수를 가진 중장년층 시청자들이 총집결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2049 시청률에서도 3%대를 기록, <수사반장> 미시청 세대들에게도 반응이 좋은 상황이다.

첫 회 시작에 최불암이 은퇴한 경찰로 직접 등장한 구성은 강한 인상을 심었다. 생계형 범죄를 처벌하는 문제로 고심하던 휴먼 수사물 <수사반장>은 무겁고 심각한 분위기였다. 이에 비해 <수사반장 1958>은 경쾌하고 코믹한 설정과 연기가 주를 이루는데 시대극에 흔히 뒤따르기 쉬운 무게감을 덜어 폭넓은 시청층의 접근을 용이하게 만들기 위함인 듯하다.

<수사반장>의 올드팬들은 최불암의 진지한 박영한과, 이제훈의 코믹한 1958년 박영한은 괴리감이 클 수도 있겠지만 <수사반장> 방송 이후 세대들도 시청자로 함께하기 위해서는 <수사반장 1958>의 흥겨운 분위기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첫 회 뱀사탕 가게의 뱀들처럼 <수사반장 1958>의 고증은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되살리는 지난날의 시대상으로, 젊은 세대들에게는 근현대사 시대물의 신기한 소품과 풍경들로 다가설 듯하다. <수사반장 1958>의 즐길 거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초반 코믹한 분위기 이면에는 원래 <수사반장>이 보여준 진한 휴머니즘이 향후 방송분에서는 재현될 기미도 보인다. 현재는 영화 <언터처블>처럼 부패가 만연하고 공권력이 정의를 실행하기 힘든 환경에서 거악인 정치 깡패 이정재를 단죄하기 위한 특수 수사팀이 꾸려지는 과정에서 서민들을 돌보는 잔잔한 휴머니즘이 등장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수사반장 1958>은 단순히 악당인 이정재만 잡고 끝나는 단순한 형사물 스토리로 끝날 느낌이 아니다. 1958년인 시대 배경과 빌런이 이정재인 점 때문이다. 이 시점은 이승만 자유당의 독재 정치가 폭주하던 시기이다. 이정재는 단순한 깡패가 아니라 자유당과 엮여 있는 정치 깡패다.

경찰과 범죄자 개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옳고 그름에 대한 역사적인 관점에서의 서사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 그리고 이정재에 대한 단죄는 경찰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5.16 군사 쿠데타 후 군부에 의해 이뤄진 실제 사실이 있다.

드라마에는 사실의 허구화가 흔하지만 <수사반장 1958>에서 이정재를 형사들이 법적 처벌하는, 철저히 상상적인 결론으로 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수사반장 1958>은 박영한의 수사팀과 이정재의 대립 이면에 민주주의와 정의의 문제 같은 역사적 담론들이 어느 정도 담길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런 시대정신과 연결될 수밖에 없어 보이는 휴머니즘은 초반부보다 농도가 짙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첫 회 박영한이 한국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양민 학살 현장에서 갈등한 듯한 일을 상기하며 힘들어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수사반장 1958> 초반 코믹한 흐름에는 툭 튀는 의외의 에피소드였는데 이런 장면의 배치는 드라마가 당시 휴머니즘과 시대적 정의에 대한 진지한 서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표시로 읽히기도 한다.

물론 학도병 회상 장면은 회수되지 않는 떡밥인 맥거핀으로 그칠 수도 있다. 그래도 역사적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인 1958년을 택한 <수사반장 1958>이 현재의 코믹한 수사물에 얼마나 역사나 정의와 관련된 휴머니즘을 진지하게 더할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만은 분명하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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