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국 관계도 ‘삐걱’···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상 교착 장기화 우려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상 핵심 중재국인 카타르가 미국의 정치인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 조건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 타결이 더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복수의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스라엘 현지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카타르만이 협상을 성사시킬 수 있다”며 카타르가 중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미국 민주당 소속 스테니 호이어 하원의원과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교장관이 휴전 협상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
앞서 미국 일부 정치인들은 카타르가 하마스 편이라고 주장하며 협상 진전이 더딘 상황을 두고 ‘카타르 탓’을 했다. 호이어 의원은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카타르는 하마스에 대한 자금 지원을 끊고, 하마스 지도자들이 도하로 피신하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며 “카타르가 하마스를 압박하지 못한다면 미국은 카타르와의 관계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이어 의원이 이 같은 성명을 내자 카타르 정부는 “우리는 중재자일 뿐 이스라엘도, 하마스도 통제하지 않는다”며 즉각 반발했다. 하마스에 금전 지원을 했다는 주장도 부인했다.
알사니 총리는 급기야 카타르가 협상 중재 역할을 그만둘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카타르의 중재 노력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오용되고 있다”며 “카타르는 이 역할(중재)을 전면적으로 재평가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치인들이 카타르의 심기를 건드리자 미국 정부는 수습에 나섰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호이어 의원이 성명을 낸 이튿날 “카타르는 인질 협상 부문에 있어서는 (우리와) 가까운 파트너”라며 “카타르는 인질을 귀환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이집트와 함께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카타르는 핵심 중재국으로 꼽힌다. 미국과 하마스 양측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타르에는 1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는 공군 기지가 있으며, 양국은 올해 초 미군 주둔 기간을 10년 추가 연장키로 했다. 동시에 카타르는 2012년부터 수도 도하에 하마스 정치국 사무소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동국에서 자국 위상을 높이기 위해 협상에 적극 임해온 카타르가 실제로 중재를 중단하진 않으리라 전망하고 있지만, 여전히 협상 타결은 요원한 상황이다.
밀러 대변인은 22일 “하마스가 요구한 것들이 있었고, 이스라엘은 이런 요구를 충족하려 일정 부분 움직였다. 그러자 하마스는 요구 사항을 또 바꿨다”며 하마스가 협상 과정에서 비협조적으로 나왔다고 비판했다.
하마스와 중재국 사이 불신도 커지고 있다. 카타르와 이집트는 최근 몇 주간 하마스의 대표들에게 협상 조건을 완화하라고 요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카타르가 하마스 지도부를 향해 협상에 동의하지 않으면 추방하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하마스 정치국은 사무소를 옮기려는 목적으로 다른 중동국과 접촉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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