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했는데 알고 보니 가스라이팅”…애플, 독점 논란 벗어나려면 [World & Now]

2024. 4. 2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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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A와 B라는 두 개의 이동통신사만 있다고 생각해보자.

점유율이 높은 A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문자만 주고 받아도 상대가 A를 쓰는지 B를 쓰는지 알 수 있다.

A사 은행에 돈을 맡길수도 있고,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도 있다.

A사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사용하면 은행계좌도 쉽게 열 수 있고, 자동차도 매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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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시장 지배력 앞세워
경쟁사로 소비자 이탈 막아
고객은 선택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다른 선택지 없어
애플, 독점 논란 벗어나려면
생태계 개방 등 자발적 노력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의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한국에 A와 B라는 두 개의 이동통신사만 있다고 생각해보자. 점유율이 높은 A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문자만 주고 받아도 상대가 A를 쓰는지 B를 쓰는지 알 수 있다. 반면 B사를 쓰는 사람들은 상대가 A를 쓰는지 B를 쓰는지 알 수 없다. A사는 B사의 이동통신 서비스의 보안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차별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A라는 회사는 은행도 운영한다. A사 은행에 돈을 맡길수도 있고,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도 있다. 심지어 A사는 자동차도 만든다. A사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사용하면 은행계좌도 쉽게 열 수 있고, 자동차도 매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A사의 서비스 안에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편하다.

근데 A사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해지하고 B사로 이동하려면, A은행의 계좌도 닫아야하고 A자동차도 다른 차로 바꿔야한다. 한국의 고객들이었다면 A사가 너무하다고 말할 것이다.

애플은 미국에서 신용카드와 함께 저축계좌까지 고객에게 서비스한다. <사진=애플>
A라는 회사는 실제로 세상에 존재할뻔 했다. 애플이 ‘애플카’ 사업을 접지 않았다면 말이다. 아이폰에서 시작된 애플 생태계는 현재 개인용 컴퓨터(맥), 금융(애플카드), 엔터테인먼트(애플TV+)까지 확장됐다. 그래서 애플의 생태계에 한번 들어가면 너무 편해서 헤어나오기 어렵다. 애플은 경쟁사의 생태계로 전환하기도 아주 어렵게 만들어놨다. 애플의 시장점유율이 점점 높아지는 국가에서는 더욱 락인효과가 강하다.

경쟁이 치열하고, 애플의 점유율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면 이런 폐쇄적인 생태계는 훌륭한 경영전략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이 계속 축소되면서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애플의 유일한 경쟁자는 삼성(구글)뿐이다. 다른 회사들은 모두 망해서 시장에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삼성(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애플은 선진국과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이익을 계속 가져갈 것이다.

조나단 칸터 미국 법무부 반독점 국장이 지난달 22일 애플을 반독점 혐의로 기소하는 자리에서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과거 반독점법의 시각으로 보면 애플은 독점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애플은 독점보다 무섭게 경쟁사들을 망하게 하고, 소비자들이 애플을 ‘선택’했다고 믿게 만든다. 하지만 실상은 ‘선택’을 불가능하게 만들어놨다. 요즘 유행하는 표현으로 소비자와 감독당국은 애플에게 ‘가스라이팅’ 당했다.

애플마저도 현재의 높은 점유율과 이익이 ‘혁신’의 결과라고 믿는 것 같다. 과거엔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성장이 끝나고 과점화된 시장에서 1위 사업자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시장은 왜곡되기 마련이다. 미국 법무부가 결국 칼을 빼든 것이 다행이다.

애플을 쪼개는 것이 답일까? 애플에게 벌금을 매기고 규제를 하는 것이 답일까? 시장과 소비자의 힘으로 애플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 스마트폰 시장도 이동통신 시장처럼 고객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경쟁사로 이동을 할 수 있고, 알뜰폰 같은 대안이 있어야 한다.

애플이 지금 하는 것처럼 문자메시지의 말풍선 색을 다르게하는 치졸한 서비스는 사라져야한다. 대신 제품과 서비스로 경쟁하게 만들어야한다. 사실 이건 애플이 생태계를 개방하기만 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애플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덕주 실리콘밸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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