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金보다 주목할 원자재 있다? AI 수혜 종목 ‘구리’, 헷지 수단 ‘銀’

민서연 기자 2024. 4. 2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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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세계 정세로 인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이 최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최근 금가격은 지난해 4분기 평균보다 300달러 이상 높은 수준이며 올해 들어서만 14% 올랐다. 온스 당 2400달러를 돌파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6일에는 금 한 돈(3.75g)이 45만원을 넘어 2005년 국내 금거래소 개장 이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금 가격이 파죽지세로 오르다 보니 당장 금에 투자하기는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은 다른 원자재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의 영향으로 여러 원자재들의 랠리가 이어지고 있어 금 대신 투자할만한 원자재들도 상당히 많은데, 황동판이나 전선을 만드는데 쓰이는 구리나 금에 가려 저평가 된 산업재 은(銀)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 5위 구리 생산 광산인 코브레 파나마 광산. /로이터=연합뉴스

◇전기차에도, AI 데이터처리 센터에도...곳곳에 쓰이며 몸값 높아진 구리

22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원자재 거래 업체 트라피구라는 향후 10년 동안 최소 1000만 톤(t)의 추가 구리 소비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리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칠레에 있는 세계 최대 구리 매장지인 에스콘디다 광산과 같은 규모의 광산이 8개 정도 더 건설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최근에 늘어나고 있는 전기차 생산에 구리 수요가 급증하고 전 세계 주요 산업체들이 청정에너지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레임 트레인 트라피구라 금속 전문 애널리스트는 1000만톤의 새로운 수요 중 3분의 1은 전기차, 그리고 AI 데이터 센터로 인한 수요에서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전기차, 전력 인프라 및 재생에너지 등의 발전으로 전기전도용 구리 케이블에 대한 수요 전망은 이미 높아진 상태다. 미국 구리개발협회(CD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1메가와트(MW) 당 27톤 규모 구리가 쓰인다. 또 전기차 한 대당 평균 83kg의 구리가 사용되는데, 이는 21.8kg의 구리가 필요한 내연자동차의 3.8배에 달하는 규모다. 전 세계가 전기차 공급을 늘려갈 계획이기에 구리 수요는 외부 정세와 관계 없이 우상향할 것으로 보인다.

구리 생산량은 갑작스럽게 늘어나기 어렵고 최근 공급 문제도 구리 가격을 높이고 있다. 구리 광산 개발은 허가에만 최소 10년이 걸리는데, 사업 타당성 검토와 인허가 과정, 자금조달과 건설 등을 거치면 최소 20년 이상 소요된다. 지난해 세계 5위 구리 생산 광산인 코브레 파나마 광산이 폐쇄됐고, 호주 아이사 광산마저 안전성 문제로 문을 닫는 등 기존 광산에서 채굴량은 줄어가는데 신규 광산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올해 구리 공급량을 전년보다 5% 성장에서 3%로 하향 조정했다. 또한 정제 구리 시장에서 53만4000t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구리 가격은 올해 들어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22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71% 오른 9814.5달러를 기록했다. 연초와 대비 15% 가까이 올랐다. 1월 초 8400달러대에 거래된 구리 가격은 이달 초까지 9000달러 이하에서 거래됐으나 지난 3일 8000달러대를 뚫고, 연일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까지 구리 가격은 65% 급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위스 세공소에 제련된 금 바. /로이터 연합뉴스

◇금 따라 치솟는 은 가격...“원자재도 잘 골라서 투자해야”

은도 또다른 원자재 투자 자산이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대비 수단이다. 미국 투자전문지인 인베스트먼트 뉴스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 금보다 더 귀한 것은 은이었다. 은의 가격은 통상적으로 금과 연동되어 금보다 더 큰 상승 및 하락폭을 보이는 레버리지격 상품이다. 최근의 금 가격 급등에 은도 따라 올랐는데, 실제로 금 현물에 투자하는 상품인 SPDR골드트러스트 상장지수펀드(ETF)가 올해 들어 13% 올랐고 지난 6개월 기준 18.2% 상승한데 비해 은 가격을 추종하는 아이셰어즈실버트러스트 ETF는 올해 들어 15%, 지난 6개월 간 18.4% 상승했다.

은 역시 전자 및 태양광 등 산업에서 활용도가 높다. 은은 주로 전도체로서 의료기기와 가전제품, 태양광전지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이에 경기 회복 국면 속 산업 생산이 활발해질 경우 은에 대한 수요는 확대돼 은 가격 상승을 자극하는데, 최근 은의 상승세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하할수 있다는 기대감도 반영됐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 지난 15일 내놓은 원자재 보고서에서 “은의 산업용 수요가 증가하고 은의 공급도 제한적인 점을 감안하면 금보다 은의 투자가치를 더 높게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니엘 하인즈 ANZ 수석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2024년 말까지 금은 온스당 2500달러, 은은 온스당 31달러 선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금/은 비율이 2024년 2월에 91배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24년 연말까지 80배로 정상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금/은 비율은 은에 비해 금이 얼마나 비싼지를 나타내는 비율인데, 최근 금의 급등으로 이 비율이 계속 떨어지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82배까지 올랐다.

금과 은, 구리를 비롯해 여러 자산 가격이 동시다발적으로 급등하는 ‘에브리씽 랠리(Everything rally)’ 상황에서도 모든 자산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금이나 은보다도 채굴하기 어려운 금속인 팔라듐과 플래티넘이 연초부터 부진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조지 밀링스탠리 수석 애널리스트는 “플래티넘과 팔라듐 ETF는 올해 들어 각각 7%, 6.3%씩 하락했는데, 이 광물들은 주로 보석이나 투자용으로 사용되지만 산업재로서는 금과 은보다 가치가 훨씬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민감재로 꼽히는 철광석도 오히려 가격이 떨어진 원자재다. 연초 130달러대 중반이던 철광석 선물 가격은 최근 100달러 초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철광석은 철강재의 주요 원료로서 주로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데,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 및 철강 산업에 대한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전체 철강 소비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업계에서 침체기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중국 당국이 철강 사용 제한을 규제하고 있지만 중국 내에는 이미 500개에 가까운 제철소가 있어 과잉 생산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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