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안 터질수 있었다?"…금융사 '망 분리', 10년만에 재검토

권화순 기자 2024. 4. 2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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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가 전세계적인 화두로 떠올랐지만 국내 금융회사는 10년 전에 도입한 '망 분리' 규제에 따라 초기 단계에서 발목이 잡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2년 금융권 대규모 전산사고와 2013년 개인정보유출 사태로 금융회사들은 내부망에서 인터넷 접속이 금지됐다.

당국의 규제 방향성과 개선 폭에 따라 금융회사의 미래전략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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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분야 생성형 AI시장 규모/그래픽=조수아


AI(인공지능)가 전세계적인 화두로 떠올랐지만 국내 금융회사는 10년 전에 도입한 '망 분리' 규제에 따라 초기 단계에서 발목이 잡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2년 금융권 대규모 전산사고와 2013년 개인정보유출 사태로 금융회사들은 내부망에서 인터넷 접속이 금지됐다. 이로 인해 생성형 AI개발이나 클라우드 등 디지털 신기술 개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면서 미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 교보생명, 흥국화재, KB라이프 등 8개 보험사들은 지난해 금융당국 샌드박스 지정을 받아 내부망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사용하고 있다. SaaS는 인터넷이 연결된 상태에서 소프트웨어를 구독하는 서비스로, MS의 SaaS를 통해 화상회의, 파일공유, 문서공동작업 등이 가능해졌다.

보험사들이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건 SassS가 전자금융감독규정에서 금지하고 있어서다. 금융회사의 보안 유지를 이유로 내부 업무망과 외부 인터넷을 분리해야 한다. 이를 '망 분리'라고 한다. 망분리 규제는 2012년 대규모 전산사고 이후 도입됐다.

2017년 전세계가 렌섬웨어 감염 사고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국내 금융권이 무풍지대였던 것은 이같은 강도 높은 보안규제 덕분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금융시대에는 발전을 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텍스트, 이미지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 이후 기존에 없던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하는 AI 개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서다. 반면 글로벌 금융회사인 모건 스탠리는 이미 고객 자산관리 자문서비스에 생성형 AI를 도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만약 생성형 AI가 가능해지면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진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며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생성형 AI가 인터넷 정보를 활용해 종합 고려해 권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성웅 금융보안원 부장은 "AI 발전 속도에 따라 각 분야별로 사람이 하고 있는 업무의 약 20~30%를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며 "AI를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금융회사의 경쟁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금융 발전의 필수 주제가 됐다"고 진단했다.

금융회사가 클라우드 기반 AI서비스 사용해야 하는 필요성/그래픽=조수아


금융회사의 막대한 전산비용 지출도 향후에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는 망분리와 해외 서버 이용 금지 등의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규제로 클라우드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금융회사는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전산 설비를 구축하고 유지해야 한다. 또 최신 서비스 모델 등을 직접 개발해야 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글로벌 빅테크 대비 기술력도 부족하다.

김용태 법무법인 화우 디지털금융센터장은 "거대언어모델(LLM), 생성형 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다양한 신기술을 금융산업과 금융소비자에게 적용시키면서 효율과 보안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논의를 시작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유관기관과 각계 전문가 등과 함께 '금융부문 망분리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개최했다. 망 분리 규제 도입 후 10년만에 첫 논의다. 당국의 규제 방향성과 개선 폭에 따라 금융회사의 미래전략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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