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인기 애니메이션, 그림은 北이 그렸다?

서희원 2024. 4. 2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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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IP 클라우드서 외주 작업물 발견
中 등 아시아 기업이 北에 '재하청' 추정
미국 애니메이션 '인빈서블'. 배우 스티븐 연이 주인공을 맡았다. 사진=아마존 프라임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 일부가 북한에서 제작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여기에는 아마존 프라임 '인빈서블' 등 인기 애니메이션도 포함됐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산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22일(현지시간) 미탄 윌리엄스 선임 연구원의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말 북한 IP를 쓰는 클라우드 저장 서버에서 만화 작업 파일을 발견했다”며 관련 내용을 전했다.

윌리엄스 연구원에 따르면 해당 서버는 NK 인터넷 블로그를 운영하는 닉 로이 사이버 수사관이 발견했다. 북한에서는 일반적으로 IT 노동자들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기 때문에 클라우드 서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해당 서버는 설정 오류로 암호 없이 누구나 들어갈 수 있게 설정됐다.

로이 수사관은 올해 1월 한달 간 해당 서버에 매일 접속하며 파일이 수정되는 사항을 지켜봤다. 매일 애니메이션 작업에 대한 지시사항이 바뀌어 표시됐으며, 이후에는 수정 사항을 반영한 작업 파일이 다시 업로드 되기를 반복했다.

북한 IP 클라우드 저장 서버에서 발견된 스케치. 아래에는 편집 코멘트가 중국어와 한국어로 적혀 있다. 사진=38노스

함께 공개된 실제 캡처본을 보면, 옆모습을 그린 애니메이션 스케치 아래에 캐릭터 머리 모양을 고치라는 편집 코멘트가 중국어와 한국어로 써 있다. 한국어는 중국어 코멘트를 단순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발견된 파일 대부분은 채색하기 전, 스케치 작업 초기 단계로 보였다. 매일 작업물이 바뀌었고, 바뀐 작업물의 양도 상당했다.

북한 IP 클라우드 저장 서버에서 발견된 스케치. 사진=38노스

여기에서는 아마존 프라임 '인빈서블 시즌3', HBO Max '이야누: 차일드 오브 원더' 등 미국 슈퍼히어로 애니메이션과 올해 7월 일본 방영 예정인 '마도구사 달리아는 고개 숙이지 않아',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에카치 에필카의 '고양이' 등 작업물이 확인됐다. 이 외 작업물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영국 BBC 채널 어린이 만화 '옥토넛' 영상 파일도 발견됐다.

해당 서버에 파일을 올린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윌리엄스 연구원은 북한 만화 영화 제작을 도맡고 있는 '조선 4·26 만화영화촬영소'를 유력하게 봤다. 1957년 설립된 해당 제작소는 1960년 북한의 첫 아동영화 '신기한 복숭아'를 포함 '소년장수', '고주몽', '영리한 너구리' 등을 제작했다.

이 북한 제작사는 지난 2021년 미국 재무부로부터 미국 달러 거래 금지업체로 지정됐다. 이듬해에는 러시아 애니메이션 '스페이스독3: 트로피컬 어드벤처'에 관여한 정황이 나오자 중국, 싱가포르, 홍콩, 러시아에 본사를 둔 7개 회사를 추가 제재 대상에 올렸다.

윌리엄스 연구원은 북한 제작사가 복잡한 외주 제작 단계를 거쳐 미국, 일본 애니메이션 업체의 일감을 따냈을 것으로 추측했다.

미국과 일본 등이 애니메이션을 중국 등 제작사에 하청하고, 이를 또 북한에 재하청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북한 작업자들은 가상 사설망 등을 이용해 다른 나라 출신으로 위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중간 단계에 한국 업체가 끼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라이언 포지 엔터테인먼트는 '이야누' 시리즈 제작을 한국 업체에 아웃소싱했는데, 한국 업체가 올해 1월 다른 한국 기업에 허락없이 이를 또다시 아웃소싱해 계약이 끊겼다는 것이다.

다만 이 한국 스튜디오는 라이언 포지측에 이 일이 북한과는 연루되지 않았으며, 한국 기업에만 재하청했다고 설명했다.

38노스는 이번 일이 대북 제재집행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만화 제작사들은 작업에 참여하는 모든 업체를 파악하고 화상면접 등 안전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빈서블' 제작사 스카이바운드 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일에 대해 “북한 기업이나 그 어떤 계열사와도 협력하지 않으며, 우리 애니메이션에 참여하는 북한 기업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당사의 명시적인 사전 서면 동의 없이 제3자에게 하청을 주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이 경우에는 이를 추구하거나 승인하지 않았다”며 내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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