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업 성공하려면'…머리 맞댄 산학연 전문가들

신민경 2024. 4. 2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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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학회 '기업 밸류업 성공 위한 과제' 개최
김소영 "밸류업 골든타임, 흔들림없이 추진"
정은보 "기업 자의 바탕으로 긴 호흡"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사진=신민경 기자

한국증권학회는 23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NH금융타워2 4층 그랜드홀에서 '기업 밸류업 성공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정책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영상 환영사를 통해 "지금이야말로 기업 밸류업을 본격 추진할 골든타임인 만큼 흔들림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자율공시 가이드라인을 5월 중 확정 발표하고 세제지원 방안도 적극 검토 중으로 준비되는대로 조속히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밸류업 프로그램을 '정부의 규제'로 보기보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 건전한 시장의 압력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밸류업 지원방안에 대해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금리와 고물가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1분기 외국인 순매수액이 사상 최고치인 16조원을 기록했다는 것은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단기간 내 성과에 치중하지 않고 기업의 자의를 바탕으로, 긴 호흡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조발제를 맡은 이관휘 서울대 교수는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이유를 두고 "단순히 미흡한 주주환원이나 낮은 수익성에 있지 않고, 거버넌스 이슈와 함께 시장 효율성을 저해하는 각종 제도들(세금·규제)과 포괄적으로 얽혀 있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 그 목표가 단기적 주가 부양이 돼서는 안 되며 궁극적으로 기업 펀더멘털을 향상시키는데 있어야 하고, 규제 개혁과 함께 특히 이사회 역할이 핵심적이라고 주장했다.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강창모 한양대 교수는 기업의 내재가치 성장을 위해 일반주주 이익 보호와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주주환원 정책과 일반주주 이익 보호 정책에 대한 기업의 공시 책임 강화, 이사회의 일반주주에 대한 책임 강화, 장기적 기업가치 증대를 목표로 기관투자자의 주주관여 활동 관련 입법·정책을 제언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ESG운용부문 대표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상장사 거버넌스 개선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등 여타 국가에 비해 느슨한 내부거래 공시기준 강화,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 제고, 이사진의 업무 전문성 제고, 경영진 보수지급과 관련한 객관적 기준 도입 및 공시 등 추가적인 조치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주제 발표가 끝나고 안희준 성균관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학계와 연구원, 기관투자자,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고상범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주주가치 기업경영이 확립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자본시장 선진화 노력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도 유관기관과 차질없이 준비 중이라고 설명하면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긴호흡으로 추진해 나가야 하는 만큼 시장참여자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동참을 요청했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이사회가 직접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경영위원회, 보상위원회 같은 이사회내 위원회에서 산업특성, 기업여건 등을 고려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평가해야 함을 강조했다. 또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주주에게 설명하고 논의하는 자리를 정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수철 NH투자증권 운용사업부 총괄대표는 한국증시 저평가 원인은 경영권을 행사하는 지배주주와 기타 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 이해관계를 일치시키지 못한다면 이사회 변화를 유도하고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분석이다. 그 과정에서, 규제 강화보다는 행동주의 펀드나 주주권 행사를 활성화하는 것이 자본시장 발전에 긍정적이라고 이 대표는 부연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국장하면 바보다"란 인식이 많은 상황을 거론했다. 자본에는 국경이 없기에 현 상태에서 자본은 해외로 계속 유출되고 이는 한국 기업과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 우려돼 시간이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밸류업은 의미 있는 시작으로 평가하지만 상법 개정, 행동주의 펀드와 연기금의 감시 기능 강화 등 추가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밸류업 성공을 위해 기업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러 유인책을 제시하고, 모자회사 중복상장, 대주주의 터널링 해소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다고 강조했다. 또 저평가 기업들의 기업 가치 제고를 담당하는 사모펀드(PEF) 역할 제고와 M&A 시장 활성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최재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산업의 성장동력이 약화된 것도 문제라고 했다. 이로 인해 성장주 위주의 글로벌 투자 트렌드에서 자연히 소외됐고 주식의 저평가로 이어졌다는 판단이다. 그는 "M&A를 통한 기업구조조정과 외국인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주식시장의 선진화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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