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인권정책에 인권·평등이 없다”···시민단체들 규탄 회견
시민단체들이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에 대해 “인권정책을 실천하기 위한 충분한 고려가 없는 내용”이라고 규탄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시민단체는 2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인권도 평등도 없는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인권의 법적 보호와 제도적 실천을 위해 2007년부터 5년마다 세우는 범국가적 종합계획이다. 국제사회의 권고로 2007년부터 5년 단위로 수립해왔다. 법무부는 지난달 26일 제4차 계획을 발표했으나 공청회 등 관련 절차를 1년가량 미룬 데다 ‘디지털 시대의 인권 보호 및 증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신 성소수자·이주민 등 인권 다양성 의제 등은 빠뜨려 시민사회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이들은 먼저 “차별금지법 등 주요한 인권 관련 과제 추진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몽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거의 정지화면처럼 멈춘 상태”라며 “왜 인권정책기본계획에 차별금지법이 포함되지 않았는지 정부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차 계획에는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 국회 논의 시 합리적 의견 제시’라는 표현만 있다.
성소수자 관련 정책이 전무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장서연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022년 윤석열 대통령에게 권고한 성소수자 지원 체계 강화와 관련된 내용도 전부 삭제됐다”며 “성소수자 자살 예방을 위해 위기 상황에 처한 성소수자에 대한 쉼터 이용 지원 방안 등 시급한 과제들이 모두 빠졌다”고 말했다.
4차 계획 초안에 사용된 ‘성평등’이라는 단어가 최종본에서는 ‘양성평등’으로 대체된 것에 대해서도 “성평등이라는 용어가 성소수자를 포함한다고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 단체들의 요구에 굴종한 것인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한희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3차 계획 수립 때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었다”며 “언제까지 정부에서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규탄하러 나서야 하는 건지 참담하다”고 말했다.
정부 기관의 인권정책기본계획 이행에 실효성을 더하는 ‘인권정책기본법안’은 이번 21대 국회의 임기가 만료되기 전까지 처리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부가 각각 발의한 법안 모두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돼 있다. 해당 법안은 인권정책기본계획의 시행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각 기관의 인권정책 성과를 점검·평가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https://m.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307232100025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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