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정 앞둔 하이브, 뉴진스 없어도 될까?
뉴진스 10개월 만의 컴백 초읽기인데 실적 타격 미칠까
증권가선 “뉴진스, 하이브의 지적재산…영향 없다”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국내 엔터테인먼트 분야 대장주인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 어도어와의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어도어의 지분 20%를 보유한 민희진 대표가 하이브의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독립을 추진하면서다. 어도어 소속 아티스트 '뉴진스'는 하이브의 간판 'BTS'의 군 공백을 메꾸던 알짜 그룹이었기에, 논란 이후 하이브 주가가 10% 넘게 빠지는 등 시장의 충격이 상당하다.
특히 하이브는 지난해 자산 규모 5조원을 넘기며 대기업 집단 지정을 눈앞에 두고 있던 터라 논란이 커졌다. 하이브 매출 중 어도어의 비중은 10%가량으로 추산돼 경영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실제 뉴진스가 하이브를 탈퇴할 가능성은 낮아, 중장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아일릿 vs 뉴진스'로 번진 어도어의 '반란'
23일 코스피 시장에서 하이브 주가는 연이틀 급락세를 보였다. 전날 장중 한 때 10% 넘게 떨어졌던 하이브 주가는 이날에도 2%대 떨어진 20만9000원에 장을 연 뒤 낙폭을 키웠다. 전날 하루 동안에만 7500억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주가가 출렁인 데엔 어도어와의 경영권 갈등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하이브는 어도어 경영진인 민희진 대표와 임원 A씨 등의 경영권 탈취 정황을 포착하고 전날 대대적인 감사에 나섰다. 하이브는 이들이 대외비인 계약서를 유출하고 하이브 보유 지분을 팔도록 유도했으며, 하이브 소속이었던 A씨가 직위를 이용해 내부 정보를 어도어에 넘긴 것으로도 파악하고 있다.
동시에 하이브는 어도어 이사회를 상대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민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을 별도 발송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해임을 추진하는 한편, 법적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 대표가 하이브의 표절 의혹을 꺼내들며 반박에 나서면서, 사태는 장기화할 조짐이다. 민 대표는 "뉴진스를 보호하고 한국 음악 산업과 문화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 사태'에 대해 공개 입장을 밝힌다"면서 "카피 문제에 대한 정당한 항의가 어떻게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일릿'은 또 다른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 소속 아티스트로, 데뷔한 지 한 달 된 신인이다. 아일릿은 데뷔 초반부터 '제2의 뉴진스'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빌리프랩 측이 사전 협의 없이 뉴진스의 컨셉을 모방했으며, 이는 지적재산권 침해에 해당해 항의했다는 게 민 대표의 입장이다.
"뉴진스는 하이브 IP…민희진 소유 아냐"
만약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경영 독립에 성공해 하이브를 탈퇴한다면 하이브의 경영상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뉴진스가 당장 내달 10개월 만의 컴백을 앞두고 있어 우려가 커졌다. 하나증권 자료에 따르면, 2025~2026년 예상되는 하이브 핵심 레이블들의 기업 가치는 어도어가 2조원 수준으로, BTS가 소속된 빅히트(6조1000억원), '세븐틴'과 '투어스'가 소속된 플레디스(2조7000억원)에 이은 세 번째다.
자산 규모도 쪼그라들 수 있다. 하이브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 5조3457억원을 기록하면서 대기업 집단(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요건인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을 충족한 상태다. 이 기준이라면 하이브는 국내 엔터사 최초 대기업 반열에 오르게 된다.
다만 증권가에선 중장기적으로 이번 논란이 하이브의 실적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주가 급락 사태를 '저점 매수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이 이어진다. 뉴진스의 지적재산권은 민 대표 개인이 아닌 어도어에 있으며, 어도어의 최대 주주는 하이브이기 때문에 민 대표의 독립 시도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안도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뉴진스는 어도어와 전속계약을 체결했으며 하이브가 어도어의 지분 80%를 보유한 이상 뉴진스는 계속해서 하이브의 지적재산(IP)에 해당한다"면서 "뉴진스는 데뷔 이후 2년간의 활동을 통해 이미 견고한 팬덤을 형성했고, 이들은 (민희진) 프로듀서의 팬이 아닌 뉴진스의 팬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진스의 활동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BTS의 완전체 활동이 재개되는 만큼 어도어의 기여도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설령 하반기 뉴진스의 활동이 중단되더라도 올해 실적 영향력은 10% 미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사내 공지를 통해 "이번 사안은 회사 탈취 기도가 명확하게 드러난 사안이어서 이를 확인하고 바로잡고자 감사를 시작하게 됐다"며 "불안한 마음 갖지 말고 뉴진스의 컴백과 성장을 위해 업무에 최선을 다해 달라. 이번 사안을 잘 마무리 짓고 멀티 레이블의 고도화를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지속해 고민하고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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