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대통령’ 약속한 尹, ‘도어스테핑’ 망설이는 이유는?

변문우 기자 2024. 4. 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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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총선 참패 후 지지율 위기에…1년5개월 만 ‘깜짝’ 질의응답
도어스테핑 재개 기대감…일각선 ‘설화 리스크’ 부담 우려도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여당의 총선 참패 후 레임덕(대통령의 권력 누수) 우려가 제기되자,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언론과의 '소통'을 적극 모색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추진하겠다 밝힌데 이어 전날(22일)엔 1년5개월 만에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현안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나아가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이었던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을 조만간 재개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도어스테핑 재개의 실익을 두고 여권 내 의견이 갈리는 양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홍철호 신임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직접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지율 최저치' 찍은 尹, '표정'부터 달라졌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치'에 근접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조사(전화조사 인터뷰 방식, 응답률 12.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3%(부정평가 68%)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직전 최저치는 2022년 8월1주차와 9월5주차에 기록했던 24%였다.

다른 조사에서도 같은 경향이 이어졌다. 리얼미터가 지난 15~19일 전국 유권자 2509명에게 조사(무선 97%+유선 3% 자동응답 방식, 응답률 3.0%,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0%포인트)한 결과에서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2.3%(부정평가 64.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2년 10월1주차(32.0%) 이후 최저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10 총선 직전과 비교하면 1~2주 만에 지지율이 약 5%포인트나 급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위기에 윤 대통령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인사를 이례적으로 기자들 앞에서 직접 발표하며 소통에 나섰다. 당시 윤 대통령은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을 소개하기 직전 기자들에게 미소를 띈 채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또 오후 브리핑 때도 홍철호 신임 정무수석을 소개하기에 앞서 "오전에 보고 또 봅니다"라며 환한 웃음으로 기자들을 맞이했다.

윤 대통령은 정 실장과 홍 수석을 소개하는 과정에서도 '야당·언론·국민과의 소통력'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지난 2022년 11월 도어스테핑 중단 후 1년5개월 만에 이뤄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딱딱한 말투 대신 '편안한 어조'로 답변했다. 특히 그는 비공개 참모회의에서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다가가서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설득하고 소통하겠다. 또 야당과의 관계도 설득·소통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윤 대통령의 노력은 일회성으로 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내주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앞두고 있다. 관련해 그는 "저는 듣기 위해서 (이 대표를) 초청한 거니까 어떤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서로 얘기를 나눠보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언론과 소통을 늘리는 취지에서 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 간담회, 취임 2주년(5월10일) 기자회견도 꾸준히 대통령실 내부에서 검토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2023년 7월13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폴란드의 무명용사 묘지를 방문하고 있다. ⓒ시사저널 사진자료<br>

"尹, 매주 도어스테핑 해야" vs "설화로 혼란 가중시킬 수도"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재개할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도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매일 도어스테핑을 하며 호평을 받았으나, 불과 반년 만에 중단한 바 있다. 마지막 도어스테핑 당시 MBC 기자의 항의성 질문을 대통령에 대한 '무례'로 간주해 소통 창구를 닫아버린 것이다. 이후 윤 대통령이 다시금 '소통'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도어스테핑 재개는 윤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보여줄 상징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여권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의 태도 변화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시사저널TV 《시사톡톡》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기자들과 질의응답에 나선 장면을 두고 "보기 좋았다"며 "무리가 있을 수는 있어도 한 주에 한 번씩 정 실장과 함께 내려오셔서 기자들 질문도 받으시고, 까칠한 질문이 나와도 (대통령이) 머리를 끄덕이고 '제가 실수했구나' 하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침 뱉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도어스테핑 재개 시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국정운영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정치권 의견은 분분하다. 소통 접촉면을 넓혀 총선 참패 국면을 자연스레 전환시킬 가능성도 있으나, 그만큼 윤 대통령의 '설화 리스크' 소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과의 차별점으로 기자들과 매일 만나려 했지만, 제대로 된 준비나 전문성 없이 홍수처럼 말을 쏟아내 취임 초 국민들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변수를 고려해 윤 대통령도 도어스테핑 재개를 쉽사리 결정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도 통화에서 "대통령의 소통 의지는 강하시나 취임 초기 때처럼 매일 도어스테핑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며 "한 언론과의 불미스러운 사태도 있었고, 도어스테핑 외에도 기자회견 정례화 등 소통력을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은 다양하다"고 전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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