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곁 못 지켜 죄송" 눈물 흘린 '소아 신장' 교수…병원 떠나는 이유

구단비 기자 2024. 4. 23. 14:1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저한테는 (환자들과 관계가) 오랫동안 쌓아온 우정이라고 할 수 있죠. 이제 애들이 잘 커서 성인까지 지켜보는 게 소아과 의사의 역할인데 너무 서운해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강 교수는 "국제적으로 소아환자 신장환자를 대상으로 한 약품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서울대병원이 탑(최고)급"이라며 "오랜 기간 준비해 우리 병원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상황이 됐지만 이렇게 망쳐버렸다"고 지적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 왼쪽부터 강희경 서울대병원 소아신장분과 교수./사진=강희경 교수, 서울대병원

"저한테는 (환자들과 관계가) 오랫동안 쌓아온 우정이라고 할 수 있죠. 이제 애들이 잘 커서 성인까지 지켜보는 게 소아과 의사의 역할인데… 너무 서운해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국내 유일의 소아청소년 콩팥병센터에서 소아 신장 진료를 17년째 맡아온 강희경 교수가 지난 22일 밤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하며 울먹였다. 강 교수와 안요한 교수는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를 담당하는데 오는 8월31일까지 근무 후 사직한다는 안내문을 게시했다.

안내문에는 소아신장분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다른 병원의 목록과 "여러분 곁을 지키지 못하게 돼 대단히 죄송하다"는 사과가 담겨있다. 강 교수는 "진료하던 환자를 타 기관으로 연계할 시간이 필요했다"며 "후임을 뽑을 시간을 병원과 대학에 충분히 주기 위해 약 4개월 후 사직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2001년부터 소아신장분과를 전공했다.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한 지는 17년 정도, 지난해 외래 환자 6000명을 진료했다. 전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소아신장분과 교수는 25명가량으로 추정된다. 강 교수는 "소아신장은 정말 돈이 안 된다"며 "돈을 못 버니 병원에서 뽑아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외래 환자수는 타과에 비해 많지 않아도 소아·청소년들에겐 꼭 필요한 진료과 중 하나다. 선천적으로 신장이 약한 환자도 있지만 중환자실의 입원하는 경우 약을 장기적으로 먹는 과정에서 신장이 약해질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환자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던 강 교수가 사직을 결정한 것엔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이 컸다. 그는 "옳지 않은 방향으로 가는데 함께 하는 것은 동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며 "우리(의대교수)의 뜻을 다른 사람이 듣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강 교수는 "국제적으로 소아환자 신장환자를 대상으로 한 약품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서울대병원이 탑(최고)급"이라며 "오랜 기간 준비해 우리 병원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상황이 됐지만 이렇게 망쳐버렸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의료개혁이 꼭 필요하다는 것엔 동의한다"면서도 "방향이 너무 틀렸다. 인원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손 보험의 '비급여 장사'로 인해 진료비가 증가하는 것을 막는 게 최우선이라고 봤다.

동시에 사태를 방치했다는 반성도 이어졌다. 강 교수는 "지방에서 진료받으러 오는 환자분들은 제가 볼 수 있으면 그냥 봤다"며 "근데 지금 봤더니 그게 지방 의료를 망하게 하는 데 일조한 것이다. 가까운 데에서 진료를 보라고 말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강 교수를 포함해 지난달 25일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된 의대교수들의 집단 사직 현실화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20개 의과대학 교수가 속해있는 전국 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저녁 온라인 총회를 열고 집단 사직에 이어 집단 진료 중단도 논의한다.

강 교수는 "제가 진료하던 환자들을 제가 더 이상 볼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에 대해 속상하고 죄송하다"며 "하지만 (옳지 않은) 길로 갈 수 없다. 모든 의사가 환자를 잘 볼 수 있는 의료 환경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구단비 기자 kdb@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