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대신 무용 택한 전설적 안무가 “물감 대신 인간을 재료로 창작하는 특권 누려”

이강은 2024. 4. 23. 14: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어렸을 때 (진로를 두고) 시각 예술가냐 무용수냐 두 갈래 길에서 갈등하기도 했어요. 결국 안무가가 된 건 큰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물감이 아니라 무용수라는 인간을 재료로 작품을 만들고 제가 상상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으니까요."

현존하는 발레 안무가 중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존 노이마이어(85)는 "제 모든 작품의 철학은 무용수가 살아있는 감정의 형체가 되도록 발레를 인간화하는 것"이라며 평생 걸어 온 안무가로서의 길을 축복받은 삶으로 여겼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존 세계 최고의 발레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 “발레를 인간화하는 게 작품 철학”
국립발레단, 노이마이어의 ‘인어공주’ 한국 초연 5월 1∼5일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천재적인 안무가, 그의 작품 올리려 오랜 시간 공들여”

“어렸을 때 (진로를 두고) 시각 예술가냐 무용수냐 두 갈래 길에서 갈등하기도 했어요. 결국 안무가가 된 건 큰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물감이 아니라 무용수라는 인간을 재료로 작품을 만들고 제가 상상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으니까요.”

현존하는 발레 안무가 중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존 노이마이어(85)는 “제 모든 작품의 철학은 무용수가 살아있는 감정의 형체가 되도록 발레를 인간화하는 것”이라며 평생 걸어 온 안무가로서의 길을 축복받은 삶으로 여겼다.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가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신작 ‘인어공주’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 연합뉴스
국립발레단이 제200회 정기 공연으로 5월 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하는 ‘인어공주’에도 그의 철학이 잘 담겼다.  

노이마이어는 23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어공주’는 아름다운 존재인 인어가 자기 세상을 벗어나길 갈망하고 희생과 고통을 선택한다. 바로 사랑 때문”이라며 “이 이야기의 가장 아름다운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인어공주’는 원작자인 덴마크 동화 작가 안데르센의 탄생 200주년인 2005년 로열 덴마크 발레단이 노이마이어에게 의뢰해 만든 작품이다. 그는 행복한 결말(해피엔딩)의 디즈니 만화 ‘인어공주’와 달리 원작에 충실하며 안무는 물론 무대, 조명, 의상까지 직접 디자인해 독창적인 ‘인어공주’의 세계를 창조했다. 특히, 안데르센의 외롭고 상처투성이였던 삶에 초점을 맞춰 안데르센의 분신 같은 인물 ‘시인’이 전체 작품을 이끌어 가도록 했다. 실제 공연에서도 사랑하던 사람의 결혼식에 참석한 ‘시인’의 눈물이 바다에 떨어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 무용수 시절 노이마이어 작품인 ‘카멜리아 레이디’ 주역으로 1999년 무용계 최고 권위 상인 ‘브누아 드 라당스’를 받은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은 “발레를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연출하고, 무용수들이 희노애락 등 인간적인 감정을 진정성 있게 춤으로 표현하도록 하는 천재적인 안무가”라고 소개했다. 이어 “(국립발레단이) 꽤 오랫동안 선생님 작품을 하려고 애썼다”며 “현존하는 전설적 안무가와의 작업을 통해서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이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 연합뉴스
노이마이어는 “무용수의 특권은 본인이 주체인 동시에 신체가 악기라는 건데, 관객도 무용수와 동일한 악기를 가지고 있다”며 “무용수의 진정한 움직임만이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그리움이나 실망, 행복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1973년 독일 함부르크 발레단의 예술감독 겸 수석 안무가를 맡아 50년 넘게 자리를 지키며 명문 발레단으로 키웠다. 런던 로열 발레단, 파리 오페라 발레단,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마린스키 발레단 등 세계 유수 발레단과도 함께 작업했다.

지나온 삶을 떠올린 노이마이어는 “투쟁하듯 쉽지 않은 시간이었고, 정직하게 창작하려 노력했다”며 “내 인생에서 새로운 챕터(장)를 찾기 위해 (함부르크 발레단 예술감독은 올해까지 하고) 그만 내려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