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꼬대하며 노래하는 새…비인간 동물들도 꿈을 꾼다
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한겨레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의 댕기자가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한 ‘깨알 질문’에 대한 답을 전문가 의견과 참고 자료를 종합해 전해드립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댕기자의 애피랩’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animalpeople@hani.co.kr로 보내주세요!
Q. 간혹 단잠에 빠져있는 강아지들이 발을 씰룩거리거나 낮은 소리로 낑낑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꿈을 꾸는 걸까요. 강아지뿐 아니라 고양이, 쥐, 문어도 꿈을 꿀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동물도 사람처럼 잠꼬대할까요?
A. 지난밤 편안히 푹 주무셨나요? 혹시 꿈을 꾸셨나요, 무슨 꿈을 꾸셨나요? 이제 인간이 아닌 비인간 동물에게도 이런 인사를 건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동물 가운데서도 쥐, 문어, 갑오징어, 비둘기, 거미도 잠을 자면서 꿈을 꿀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거든요.
수면은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일부 어류, 곤충 심지어 선충과 같은 동물에서도 나타나는 공통적인 행동입니다. 잠들면 물속에서 호흡이 어려운 고래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잠을 자는 것으로 유명하죠.
수족관의 큰돌고래들은 교대로 뇌의 절반씩을 사용해 잠을 자면서 뇌의 일부로 호흡을 하고, 야생의 향고래는 마치 통나무처럼 수중에서 ‘서서’ 코만 물 밖으로 내민 채 잠을 이룹니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들도 뇌를 절반씩 사용해 비행하면서 잠을 자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만큼 수면이 동물에게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겠지요.
동물들이 잠든다는 사실은 그리 새로울 게 없지만, 꿈은 어떨까요? 사실 이 질문은 간단치 않습니다. 인간이 왜 꿈을 꾸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떻게 중요한지 또한 아직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거든요. 꿈을 꾸는 것이 학습과 기억에 도움을 주고, 깨어있을 때 겪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응을 돕는다는 것이 유력한 이론이긴 합니다.
다만 과학자들은 다른 동물들의 꿈을 연구함으로써 ‘꿈의 미스터리’를 풀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인간과 뇌 구조가 비슷한 포유류를 비롯해 조류에서부터 곤충, 두족류 등 무척추동물의 수면과 꿈에 대한 연구가 지금까지 활발히 이뤄지고 있거든요.
‘꿈꾸는 비인간 동물’에 대한 첫 연구 대상은 집고양이였습니다. 수면 연구의 선구자인 뇌과학자 미셸 주베 박사는 1958년 잠자는 고양이의 행동을 관찰해 고양이가 꿈을 꾼다는 증거를 제시했어요. 고양이의 뇌파를 검사했더니 인간처럼 렘수면(REM)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앞서 인간이 이 렘수면 단계에서 꿈을 꾸는 것으로 조사됐죠. 때문에 주베 박사는 고양이도 이때 꿈을 꿀 가능성이 있다고 봤어요. 그렇지만 고양이가 어떤 꿈을 꿨는지 말해줄 수 없으니, 이를 알아볼 방법을 고안해냈습니다.
그는 고양이의 뇌간에서 렘수면을 조절하는 영역을 찾아내 그 부분을 마비시켰습니다. 렘수면 동안 뇌파만 활발하고 움직임은 없었던 고양이가, 뇌간의 일부를 제거하자 동작에 극적인 변화를 보였어요. 잠을 자면서도 마치 깨어있는 것처럼 사냥하거나 점프를 하고, 몸단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마치 우리가 낮에 있었던 일을 꿈으로 꾸는 것처럼 말이죠.
동물도 우리처럼 낮 동안의 일을 꿈으로 꿀 가능성이 있다는 사례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2001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연구진이 실험 쥐를 대상으로 실험했더니, 미로학습을 시켰을 때 나타난 뇌파와 실험 직후 잠자는 동안 나타난 뇌파가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쥐가 낮 동안 익혔던 미로를 꿈을 꾸면서 다시 학습한 것입니다.
포유류가 아닌 동물의 뇌파를 검사하거나 꿈을 꾼다는 증거를 찾는 것은 좀 더 까다롭지만 몇몇 실험 결과는 놀랍게도 비슷했습니다. 지난해 독일 막스플랑크 생물지능연구소는 잠자는 비둘기도 렘수면을 하고, 렘수면 단계에서 하늘을 나는 듯한 뇌파 활동을 보인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미국 록펠러대 연구진 또한 실험실 수족관의 문어가 렘수면에 해당하는 수면 단계에서 몸 색깔을 바꾸고, 이때 마치 포식자에게 공격을 받은 것처럼 먹물을 내뿜는 행동을 포착했습니다.
최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 가브리엘 민들린 박사 등 연구진은 이 가설에 또 하나의 사례를 추가했습니다. 물리학자인 민들린 박사는 2000년대 초반부터 새소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노란배딱새가 노래할 때의 뇌파와 근육 활동을 기록해왔는데요, 2018년 잠자는 새의 뇌파가 깨어서 노래할 때와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연구진은 새들이 정말 꿈속에서도 노래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노란배딱새가 노래할 때와 잠잘 때의 근육 활동을 100회 이상 기록하고, 이를 실제 소리로 구현해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이번 논문의 공동연구자인 안나 아마도르 박사는 “근육의 움직임으로 재현된 소리가 새소리와 비슷하긴 하겠지만, 훨씬 고르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 소리는 정말 새소리와 비슷했다. 충격적이었다”고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전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과학저널 ‘카오스’ 4월호에 실렸습니다.
짧은 번식철, 짝 찾기에 바쁜 새들이 잠들어서도 잠꼬대로 노래한다니 신비로운 한편 짠하기도 합니다.
인용 자료
Neron, DOI: 10.1016/S0896-6273(01)00186-6
Chaos, DOI: 10.1063/5.0194301
New Scientis, Do animals dream and if so, what about?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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