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질러도 만남 중단 안했다”…소수 여당 윤대통령 성공하려면 [매경포럼]

박만원 기자(wonny@mk.co.kr) 2024. 4. 23. 13: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거대야당을 상대하게 된 윤석열 대통령의 성공 여부는 협치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192 대 108이라는 의석 구도는 윤 대통령에게 협치 외의 다른 선택지를 없애버렸다.

여야 협치를 통해 역사적 의미를 지닌 개혁 입법을 잇달아 관철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좋은 사례다.

임기 말 '르윈스키 스캔들' 때문에 업적이 가려졌지만, 그가 보여준 협치의 리더십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윤 대통령에게 소수여당 대통령의 성공 전략을 보여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10 총선 패배로 尹 국정동력 위기
美 클린턴도 집권 3년차 총선 패했지만
野 의원들 수시로 백악관 초대해 설득
복지·재정 개혁 등 국정과제 완수해내
거대야당을 상대하게 된 윤석열 대통령의 성공 여부는 협치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4·10 총선에서 여당이 근소한 차이로 졌다면 윤석열 정부 내내 극단적 여야 대립은 불 보듯 뻔했다. 하지만 192 대 108이라는 의석 구도는 윤 대통령에게 협치 외의 다른 선택지를 없애버렸다. 여당의 총선 패배가 의도치 않게 협치 공간을 넓힌 셈이다. 당장 윤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이번주 회담을 제안한 것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만남에 대해 “이 대표를 국정 파트너로 인정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0월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했을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이승환기자
권력 투쟁이 아닌 시대적 과제에 천착한다면 소수여당 소속 대통령이라도 국정 주도권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여야 협치를 통해 역사적 의미를 지닌 개혁 입법을 잇달아 관철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좋은 사례다. 임기 말 ‘르윈스키 스캔들’ 때문에 업적이 가려졌지만, 그가 보여준 협치의 리더십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윤 대통령에게 소수여당 대통령의 성공 전략을 보여준다.

클린턴은 1992년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2년 뒤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압승해 상·하원 모두 여소야대 국면을 맞게 됐다. 그는 야당과의 힘 대결이 아닌 협치를 택했다. 중도실용적인 노선을 추구하며 진보와 보수를 모두 설득할 수 있는 정책을 우선 추진했다. 공화당 의원들을 수시로 백악관에 초대해 의견을 들었고, 여기에는 나중에 클린턴 탄핵을 주도한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도 포함됐다.

클린턴이 대선 후보일 때부터 내세운 국정과제는 밑 빠진 독과 같은 복지제도를 수술하고, 천문학적인 연방정부 재정 적자를 축소하는 것이었다. 그는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과의 협상에 매달렸고 결국 1996년 ‘복지개혁법’에 이어 1997년 ‘균형예산법’이 의회를 통과함으로써 두 가지 핵심 과제를 모두 완수해냈다.

특히 복지개혁법은 60년간 이어져 온 미국 복지제도의 근간을 바꾼 것으로, 실업자들이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 ‘일할 의욕’을 갖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당시 미국 정치권은 기존 복지제도가 저소득층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고 빈곤 퇴치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데 공감했다. 하지만 방법론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공화당은 개인의 책임을, 민주당은 취업 의지를 중시했다. 클린턴은 공화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층이 반대하는 감세 법안을 양보하는 등 주고받기를 통해 결국 복지개혁법과 균형예산법에 초당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윤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인 연금 개혁, 노동 개혁, 교육 개혁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전공의 파업사태 수습과 의료 개혁도 의회를 장악한 야당의 협조를 필요로 한다. 클린턴이 그러했던 것처럼 대통령의 어젠다를 거대야당의 힘을 빌려 완수해내야 하는 고난도 과제다.

‘국민연금을 이대로 뒀다간 고갈은 시간문제다’ ‘과도한 사교육비와 이로 인한 출산 기피를 방치하면 국가 소멸을 피할 수 없다’ ‘초고령화 시대에 의료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여야 할 것 없이 공감하는 과제임에 분명하다.

차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에 있을 뿐이다. 중간 지점에서 타협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만나야 한다. 대화를 해야 입장 차이를 좁히고 주고받기도 할 수 있다.

클린턴은 공화당 의원들과 협상할 때 고성이 오가는 논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야당 의원들과의 만남을 중단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이번 회담도 단발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고성이 터져나오고 얼굴을 붉히더라도 또 만나야 한다.

박만원 논설위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