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어의 입장문에 들어가면 안 됐던 것들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4. 4. 2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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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민희진 어도어 대표(좌), 하이브 방시혁 의장(우)/사진=어도어, 하이브

엔터 업계 최대 기획사 하이브와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자 뉴진스가 소속된 어도어의 갈등이 불거졌다. 하이브는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희진 대표는 본질적인 문제는 '뉴진스 베끼기'라며 반박하고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굳이 들어갔어야 하는지 의문인 내용이 들어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하이브가 어도어 경영진을 상대로 감사에 착수하면서 알려졌다. 하이브 감사팀은 이들이 대외비인 계약서를 유출하고 하이브가 보유하고 있는 어도어 주식을 팔도록 유도한 정황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어도어 측에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민희진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이에 어도어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반박했다. 어도어는 하이브의 신인 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베끼기가 본질적인 문제라며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했지만, 정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민희진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민희진 대표를 해임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이브와 어도어의 주장은 서로 다른 지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에 초점을 맞췄다. 어도어는 경영권 탈취 의혹이 아니라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의 카피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역량을 쏟았다. 

돌아설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처럼 보여지는 양측은 사태를 대응하는 방식에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이브는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의혹과 관련해 기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방시혁 의장이 민희진 대표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이성적이고 차분한 모습이다. 

반면 어도어의 대응은 감정적이다. 어도어의 입장문은 어도어라는 이름으로 나왔지만, 사실상 민희진 대표의 입장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민희진 대표 개인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들어가서는 안됐던 내용들이 들어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가장 큰 부분은 아일릿에게 '뉴진스 아류'라는 낙인을 찍은 것이다. 뉴진스의 성공으로 K팝 시장에는 '뉴진스 라이크' 열풍이 불었다. 많은 그룹은 뉴진스를 레퍼런스 삼아 이지 리스닝 계열의 음악 혹은 청량함을 내세운 콘셉트를 선보였다. 다만, '뉴진스 라이크'라는 표현은 이러한 콘셉트를 가장 먼저 활용한 뉴진스의 이름에서 시작한 것일 뿐이다. 자세히 뜯어보면 뉴진스와 민희진 대표가 완전한 무에서 유를 만들어냈다고 보기에도 어려운 구석이 있다. 

아일릿의 데뷔 과정에서 '뉴진스 라이크'의 느낌이 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많고 많은 그룹 중 아일릿을 콕 집어 말한 것은 다른 기획사가 아닌 같은 레이블 안에서 '뉴진스 라이크'를 선보인다는 사실에 불쾌함을 느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를 공식 입장을 통해 낙인을 찍은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민희진 대표가 찍은 낙인으로 인해 아일릿은 앞으로의 활동에 계속해서 따라갈 꼬리표가 생기게 됐다. 

처음에 '뉴진스 라이크'를 선보였던 그룹들은 그 후 자신들의 색깔을 만들어 나가며 차별점을 만들어 나갔다. 아일릿 역시 이러한 가능성을 가진 그룹이다. 민희진 대표 역시 '아일릿의 활동이 많아질 수록 뉴진스와의 다른 점들만 모아 부각시키며 데뷔 시의 사태를 희석시키려고 할 것'이라며 그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민희진 대표는 입장문의 거의 절반에 걸쳐 '아일릿은 뉴진스의 카피'라는 주장을 강조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차단했다.

그리고 이는 결국 민희진 대표가 기를 쓰고 지키려하는 뉴진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확률이 높다. 곧 컴백을 앞둔 뉴진스의 티징 콘텐츠가 공개되면 이들이 레퍼런스로 삼은 다양한 콘텐츠들이 발굴되고 이는 카피 의혹으로 확산될 것이다. 다른 그룹에게 '카피'·'아류'라는 낙인을 찍은 어도어가 자신들의 의혹을 '레퍼런스'라고 해명했을 때, 대중들이 이를 납득할 수 있을지 혹은 '내로남불' 급의 망언으로 받아들일지는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뉴진스 멤버들과 충분히 논의를 거쳤다는 대목도 조금은 섣부르다는 생각이 든다. 뉴진스 멤버들이 이 입장에 동의했다는 점을 바탕으로 현재 그림을 요약하면 실질적인 회사의 주인과 멤버들이 믿고 따르는 프로듀서가 다른 상황에서 멤버들이 프로듀서에게 힘을 주는 그림이 그려진다. 불과 지난해 벌어졌던 피프티피프티 사태의 구조다. 

물론, 이번 뉴진스 사태와 피프티피프티 사태를 동일선상에 두기에는 아직 차이가 있다. 민희진 대표가 자신의 경영권 탈취 의혹을 부인하며 강조했던 이야기 중 하나도 "지난해 피프티 피프타 사건이 선례로 남았는데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겠냐"는 것이었다. 

경영권 탈취 의혹이나 프로듀서 차원의 카피 논란 등 지금 제기되고 있는 논란은 모두 '어른의 싸움'이다. 첫 입장문부터 멤버들의 동의를 받았다고 언급한 것은 강력한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서였겠지만, 오히려 어른 싸움에 아티스트를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느낌을 준다.

다분히 감정적인 어도어 혹은 민희진 대표의 입장문은 대중들에게도 그다지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하이브 측이 제시한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증거도 내밀지 못해 더욱 여론은 싸늘한 상태다. 민희진 대표가 격렬해진 감정을 추스르고 차분히 대응해 나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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