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포 증가에 벌써부터 녹아내리기 시작한 KBO 불펜, 선두 KIA·꼴찌 KT 희비 교차

심진용 기자 2024. 4. 23.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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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시즌 초 불펜 난조로 고전하고 있다. 사진은 올 시즌 KT 마무리를 맡은 박영현. 정지윤 선임기자



KBO리그 각 구단 불펜이 봄부터 휘청이고 있다. 홈런포가 쏟아져 나오면서 투수들이 쉽사리 버텨내질 못한다. 넉넉하게 앞서고 있던 경기를 홈런 한 방으로 내주는 경우가 심심찮게 보인다. 시즌 초반 불펜진의 활약에 따라 구단마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2일 현재까지 KBO 10개 구단은 도합 124경기에서 240홈런을 때려냈다. 경기당 1.94개다. 지난해 이맘때 각 구단은 125경기에서 145홈런을 쳤다. 경기당 1.16개다. 지난해 대비 올 시즌 70% 가까이 홈런이 늘었다. 지금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 시즌 리그 전체 홈런은 1400개에 이른다. 2023시즌 리그 전체 홈런은 924개로 1000개가 채 되지 않았다.

홈런포가 늘어난 데 대한 다양한 해석이 이어진다. 일단은 공인구 반발력이다. 지난달 22일 KBO가 발표한 1차 수시검사 결과를 보면 공인구 평균 반발계수는 0.4208로 지난해 0.4175에 비해 소폭 올랐다.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이야기도 나온다. 일관된 스트라이크존에 타자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ABS존에 맞춰 투수들이 높은 코스 비중을 늘린 것도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높은쪽 공은 조금만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아도 홈런 치기 좋은 실투가 되고 만다. 예년보다 다소 이른 개막이 투수들의 시즌 초반 컨디션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으로 FA 이적한 김재윤. 삼성 라이온즈 제공.



홈런 증가로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지는 횟수가 늘고, 그만큼 불펜의 비중도 커졌다. 이날 현재까지 각 구단 불펜은 도합 125경기에서 960.2 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4.91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은 924이닝에 평균자책점 4.08이었다. 불펜 투수들을 이르게 올리고 있지만, 그래도 상대 타선을 잠재우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다.

10위 KT 불펜이 특히 힘겨운 시즌 초를 보내는 중이다. 26경기를 치르면서 도합 103이닝을 소화했는데 평균자책점이 7.75에 이른다. 그다음으로 높은 롯데·키움(각각 5.29)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역시 출발이 좋지 못했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상황이 나쁘다. 지난 시즌 첫 26경기에서 KT 불펜은 평균자책점 5.30을 기록했다.

이날 현재 2경기 차 1위를 달리고 있는 KIA는 불펜 전력 역시 가장 탄탄하다. 구원투수 평균자책점 4.07로 가장 낮다. 지난 시즌 불펜 최다 이닝을 소화했던 임기영이 부상 이탈했지만 크게 타격이 없다. 마무리 투수 정해영을 비롯해 최지민, 장현식, 전상현, 곽도규 등 필승조 투수들이 고루 활약 중이다.

KIA 마무리 투수 정해영. 연합뉴스



지난 시즌 대비 LG와 삼성의 변화가 눈에 띈다. 뒷문 부실로 많이 고생했던 삼성이 올해는 불펜의 질과 양에서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날까지 불펜 소화 이닝이 112.1이닝으로 리그 최다, 평균자책점은 4.33으로 리그 3위다. 확실하게 업그레이드 된 불펜 투수들을 맘껏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김재윤·임창민 등 베테랑 이적생들의 역할이 크다. 지난해까지 불펜과 선발을 오가다 올 시즌 구원투수로 정착한 최하늘도 맹활약 중이다. 구원으로만 11차례 등판해 15.2이닝 동안 3실점만 했다.

‘디펜딩 챔피언’ LG는 핵심 불펜 자원들이 대거 이탈한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고우석이 미국으로 갔고, 함덕주는 부상, 정우영은 퓨처스리그에 머물고 있다. 이정용은 지난해 12월 상무 입대했다. 지난 시즌 도합 238이닝을 책임졌던 이들 4인방이 올해는 단 1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올 시즌 26경기를 치른 현재 LG 불펜 투수들이 소화한 이닝이 모두 96.2이닝, 지난해 같은 기간 112이닝에 비해 15.1이닝이 줄었다. 10개 구단 중 낙폭이 가장 크다. 류현진의 복귀로 선발진이 탄탄해진 한화 정도를 제외하고 대다수 구단의 불펜 이닝이 늘어났지만, LG의 방향은 다르다. 불펜 부재 속 당분간 선발 야구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는 LG의 현 상황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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