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보다 더 가슴 찡한 윤이나의 미소 … 새 출발을 응원하면서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2024. 4. 2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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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연히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한 곡을 듣다가 눈물을 펑펑 쏟은 적이 있다.

노래 가사 속에는 응원이란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터라 그 제목을 보고서야 노래의 의미가 선명히 다가왔다.

그 시간을 지나면서 윤이나는 아픔을 미소로 극복한 듯했다.

그리고 지금 윤이나에게 중요한 건 미안해하는 것보다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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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나. <사진 KLPGA 제공>
언젠가 우연히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한 곡을 듣다가 눈물을 펑펑 쏟은 적이 있다.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사람들 틈에서 외롭지 않고~ 잿빛 도시가 익숙해져요~.’ ‘열 평 남짓 나의 집이 아늑한 걸요~ 한 번쯤 멋지게 살고팠는데~ 이제는 많이 지치나 봐요~.’

그때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당시 뭔가 지쳤던 일이 있었던 듯하다.

처음 듣자마자 마음을 울린 그 노래의 정체가 무척 궁금했다.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져 알게 된 노래는 드라마 ‘미생’에 삽입되었던 가수 곽진언의 ‘응원’이었다.

윤이나. <사진 KLPGA 제공>
노래 가사 속에는 응원이란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터라 그 제목을 보고서야 노래의 의미가 선명히 다가왔다. 힘든 상황에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세상의 모든 ‘미생’들을 ‘응원’하는 노래였다.

바둑 애호가쯤 돼야 알 수 있었던 ‘미생(未生)’이란 단어가 한때 ‘국민 단어’가 될 수 있었던 건 웹툰과 드라마의 인기가 컸기 때문이다.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은 상태를 가리키는 ‘미생’이 완벽하지 못한 인간 모두를 뜻하는 단어가 된 것이다.

최근 예전에 눈물을 쏟았을 때와 비슷한 감정을 다시 느낀 적이 있다.

이번엔 마음을 울리는 노래를 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어느 여자 프로골퍼의 미소를 보면서 가슴 찡한 감정이 들었다. 바로 규칙 위반에 따른 징계에서 풀려 1년 9개월 만에 필드로 돌아온 윤이나의 미소였다.

미소보다 먼저 본 건 눈물이었다. 복귀전이었던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첫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윤이나는 동료는 물론 자신 때문에 마음이 상했을 모든 이들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윤이나. <사진 KLPGA 제공>
하지만 그 눈물보다 오히려 미소가 더 가슴을 때렸다. 팬과 사진을 찍으면서도, 버디를 잡았을 때도, 그리고 보기를 했을 때도 윤이나는 미소를 보였다. 특히 보기를 했을 때 띤 미소를 보면서 ‘저 어린 선수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하는 마음이 들면서 감정이입이 됐던 것 같다.

윤이나가 감당해야 했던 1년 9개월의 시간은 형벌의 시간이자 반성의 시간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단련하는 시간이 됐을 것이다. 그 시간을 지나면서 윤이나는 아픔을 미소로 극복한 듯했다.

노래 ‘응원’은 이렇게 이어진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누구나 그렇게 살듯이~ 나에게도 아주 멋진 날개가 있다는 걸 압니다.’

삶은 팍팍하지만 누구에게나 어려움과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날개’를 갖고 있다고 노래는 얘기한다.

윤이나는 힘들었던 시간에 팬들의 응원이 가장 힘이 됐다고 했다. 그에게는 무엇보다 ‘팬의 응원’이 ‘날개’가 된 것이다. 물론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질타나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윤이나 스스로가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윤이나. <사진 KLPGA 제공>
그게 실수가 됐던가 실패가 됐던 윤이나뿐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아주 힘든 일을 겪게 된다. 좌절하고 절망하면서 포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자신만의 날개로 위기를 극복하는 이들도 많다. 필드로 돌아온 사실 하나만으로 행복해하면서 미소를 보이는 윤이나는 후자 쪽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윤이나에게 중요한 건 미안해하는 것보다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는 것이다. 좋은 성적이 곧 감사이다. 다만 너무 성적이 나지 않는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노래 ‘응원’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당당하게 살거라 어머니의 말씀대로~ 그때처럼 억지처럼 축 처진 어깨를 펴봅니다~.’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찾아오고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끝은 새로운 시작의 서막이기도 하다.

윤이나는 물론 나 자신을 비롯해 새롭게 출발하는 세상의 모든 ‘미생’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싶다. 오태식기자(ot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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