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맘모스와 염갈량의 하이파이브···맛만 보고 막힌 LG 우타 거포 혈 뚫을까

김은진 기자 2024. 4. 2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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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범석이 지난 21일 문학 SSG 더블헤더 1차전에서 7회초 역전 만루홈런을 친 뒤 환호하며 달리고 있다. LG 트윈스 제공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이례적으로 한 선수를 콕 짚어 뼈아픈 말들을 쏟아냈다. 오른손 타자인 포수 김범석(20)을 향해서였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지 보름 여밖에 되지 않았는데 옆구리 근육을 다친 김범석을 조기귀국 시킨 뒤, 염경엽 감독은 실망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110㎏이 넘는 거구의 김범석에게 체중 감량의 숙제를 내줬지만 해오지 못한 것은 사령탑에게 매우 큰 실망감을 안겼다. 체중 감량 실패가 옆구리 부상의 원인이라는 확증은 없지만, 이제 2년차에 들어갈 어린 선수가 뭐라도 해보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염경엽 감독은 체중 감량 실패에 깊은 의미를 뒀다. 김범석은 강하게 커야 할 선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꼭 성장시켜 반드시 중용하고 싶은 원석이라 보고 어떻게 다듬는지가 중요하다고 여긴다.

김범석을 향한 쓴소리에는 LG의 심한 갈증이 섞여 있다. LG는 오랜 시간 우타 거포가 없는 팀이다.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기는 하지만 대표적인 거포를 배출한 적이 없다. 라인업에는 왼손타자가 즐비하다. 2011년 트레이드로 떠나보낸 박병호가 밖에서 터지면서 LG의 갈증에는 공복감까지 더해졌다.

LG 김범석이 지난 21일 인천 SSG 더블헤더 1차전에서 7회초 2사 만루 홈런을 때린 뒤 달려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근래 들어 젊은 타자들을 통해 희망의 싹이 하나씩 텄다. 2022년 송찬의가 시범경기에서 역대 가장 많은 6홈런을 쳐 홈런왕에 오르면서 큰 화제와 기대를 모았으나 1군에서는 기량을 드러내지 못했다. 당장 보여주지 못하자 우승권의 LG는 아주 많은 기회를 주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이재원이 그 기대를 받았다. 2022년 253타석에서 13홈런을 때리며 ‘제2의 박병호’라 불릴 정도로 장타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역시 피어나지 못했다. 개막 전 시범경기에서 옆구리 부상을 당했고, 복귀 이후에도 크게 터지지 못했다. 지난해 129타석에서 4홈런을 치고 이재원은 군 입대했다.

이재원은 염경엽 감독에게 있어 직접적으로 쓰라린 선수다. 지난해 LG 지휘봉을 잡자마자 이재원을 키우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고 1년 내내 쓰고자 했다. 중심타자로 키우기 위해 단계적인 타순 이동까지 계획을 세웠다. 군에 가려던 선수를 붙잡으면서까지 만들어보고자 했으나 결국 터뜨리지 못하고 군대에 보냈다. 김범석의 옆구리 부상은 이재원의 시즌 전 부상을 떠올리게 하는 기억이기도 하다.

LG 김범석이 지난 21일 인천 SSG 더블헤더 1차전에서 7회초 역전 만루홈런을 치자 염경엽 LG 감독이 환호하며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범석은 그 다음 등장한 대형 기대주다. 차명석 LG 단장을 비롯한 LG 내부에서는 “파워와 타격 재능에 있어서는 차원이 다르다”고 지금까지 유망주 중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례적으로 감독의 쓴소리를 들은 신예라면 멘털이 무너질 수도 있을텐데 김범석은 너끈히 회복했다. 옆구리도 다 회복한 김범석은 지난 12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쓴소리를 쏟아낸 지 두 달, 염경엽 감독은 “열심히 해보겠다니 믿어보려 한다. 성공하려면 본인이 실행을 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제부터는 일종의 탐색기다.

김범석은 지난 21일 SSG와 치른 더블헤더 1전에서 첫번째 화답을 했다. 지명타자로, 처음 선발 출전한 김범석은 6-8로 뒤지던 7회초 2사 만루에서 홈런을 쳐 승부를 뒤집었고 LG는 그대로 10-8 승리를 거뒀다. 김범석이 기대를 받는 이유, 파워와 임팩트를 동시에 보여준 홈런이었다. 거구지만 얼굴엔 아기미소를 띄고 쿵쿵 달려 홈을 밟은 김범석은 염경엽 감독과도 첫 하이파이브를 했다.

김범석은 선발로 2경기 포함해 5경기에서 11타수 6안타 6타점 2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의 말처럼 한참을 두고봐야 하겠지만 LG의 기대는 다시 샘솟고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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