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런던정경대 “늘어나는 기후 소송, 정책 변화와 기업 책임 이끌었다”

이정아 기자 2024. 4. 2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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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소개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에 대해 정부와 기업에 보상을 요구하는 '기후 소송'이 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이 환경 정책을 강화하고 기업의 그린워싱을 억제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기후 소송./뉴스1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기후변화로 발생한 손실과 피해에 대해 보상할 것을 요구하는 ‘기후 소송’이 최근 10년 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각국이 환경 정책을 강화하고 기업의 그린워싱을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17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 그랜덤기후변화 및 환경연구소가 주요 기후 소송 120건을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세계 각국에선 기후 소송이 급증했으며, 기후 소송이 정부와 기업이 기후 대책을 강화하도록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6년부터 지금까지 51개국에서 제기된 기후 소송은 2340건이 넘는다.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제기됐다. 사례가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비정부 조직, 전문 기관, 감시 기관도 이러한 사례에서 승소해 정부와 기업의 기후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런던 기후소송네트워크의 인권변호사인 루시 맥스웰 공동책임자는 네이처를 통해 “실제로 정부와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낸 기후소송 결과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9일(현지 시각)에는 유럽 최고인권법원이 스위스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시민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스위스 여성 노인 2000명 이상이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네이처는 이번 판결로 유럽 전역과 전 세계 법원이 기후 소송에 대한 판결에 영향을 미치고 더 많은 지역사회가 정부, 기업을 상대로 기후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2013년에는 네덜란드의 환경단체 우르겐다재단은 시민 900명과 함께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지 않다며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정부에게 2020년까지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5% 이상 줄이도록 명령했다. 그 결과 네덜란드 정부는 2021년 기후 대책을 위해 68억 유로(약 10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석탄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에는 독일의 젊은 환경 운동가들이 독일 정부의 탄소 제로 정책에 대한 목표가 불충분하다는 소송에서 이겼다. 당시 독일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까지 줄이겠다고 했었다. 결국 독일 정부는 판결에 따라 2030년까지 배출량 감축 목표를 65%로 강화하고, 2040년까지 88%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렇듯 스위스와, 네덜란드, 독일 정부는 법원의 명령 후 기후 정책을 수정했다.

마리아 안토니아티그레 미국 컬럼비아대 기후변화법사빈센터장은 “특히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일어난 과거 두 사건은 기후 소송에 있어 중요한 발판이 됐다”며 “기후 소송이 기후 변화에 대처하려는 국가의 의지를 증폭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을 상대로 한 기후 소송도 비슷하다. 그랜덤기후변화및환경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을 상대로 한 기후 소송이 기업의 주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 연구진은 2005~2021년까지 미국, 유럽의 공공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기후 소송 108건을 분석했다. 쉘(Shell), BP 같은 글로벌 메이저 정유사에 대한 소송이 많았다. 그 결과 기후 소송 제기와 법원 판결로 인해 회사의 전체 가치 평가와 주가가 바로 하락했음이 밝혀졌다.

연구를 이끈 조아나 셋저 그랜덤기후변화및환경연구소 교수는 “특히 2019년 이후 기후 소송으로 인한 주가 하락이 더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기후 소송으로 인해 기업의 평판이 나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투자자와 기업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랜덤기후변화및환경연구소 연구진은 2016~2023년 제기된 기후 소송 120건을 분석한 결과 기업의 ‘그린워싱(greenwashing·녹색세탁)’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린워싱이란 기업이나 단체가 실제로는 환경 보호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면서도 허위로 친환경적인 광고를 내세우는 행위를 말한다.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기후 소송이 제기된 후 기업들은 대부분(70%) 광고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문구를 없앴다고 밝혔다.

맥스웰 공동 책임자는 “앞으로 정부와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후 소송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며 “더 많은 사례가 기후 위기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승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 9일 스위스 정부에 대한 기후 소송이 승리한 건이 전 세계 기후 소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는 과학을 기반으로 신속한 기후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 역시 보고서를 통해 기후 위기에 의미 있는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기업 행동, 규제 체계와 대중 인식에 대한 체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986년부터 세계 51개국에서 제기된 기후 소송 건은 총 2340건이 넘는다. 2023년 데이터는 정확하지 않다./네이처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1081-w

Grantham Research Institute on Climate Change and the Environment

https://www.lse.ac.uk/granthaminstitute/news/climate-washing-litigation-towards-greater-corporate-accounta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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