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이봉주’…4년 만에 기적의 레이스 ‘감동’

난치성 질환으로 등이 굽고 허리가 꺾였던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54)가 다시 달렸다. 

강원일보 유튜브 채널 캡처

이봉주는 지난 21일 ‘제28회 삼척 황영조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해 ‘11342’ 번호를 달고 150m를 달렸다. 이날 파란색 모자에 하얀색 티셔츠를 입은 이봉주는 난치병으로 굽었던 허리를 곧게 펴고 앞으로 나아갔다. 

이봉주는 “늘 저와 동행하셨던 장인어른이 지난해 11월에 돌아가시면서 함께 못 오게 되어서 아쉽다. 장인어른도 여기 어딘가에 오셔서 축하해주고 계실 것”이라며 “오늘은 제가 삼척의 사위가 된 의미 있는 날, 결혼기념일”이라고 말했다.

2020년 원인 불명의 통증에 시달리다 ‘근육긴장 이상증’ 진단을 받은 이봉주는 의지와 상관없이 근육이 굳거나 몸이 뒤틀리는 질환으로 등이 굽고 목이 90도로 꺾이는 등 거동이 어려웠고, 2021년 6시간에 걸쳐 ‘척수지주막낭종’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런 그가 4년 만에 다시 출발선에 선 모습은 그 자체로 마라톤 풀코스 42.195㎞ 완주 못지 않은 감동을 안겼다. 

이봉주는 “보시다시피 지난해보다 좋다. 100% 좋아진 건 아니고 60% 정도”라며 “계속 좋아지고 있으니까 앞으로 더 좋아져서 10㎞, 하프, 풀코스까지 완주하는 몸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난치성 질환으로 고통받던 전 마라토너 이봉주가 4년 만에 다시 달렸다. 강원일보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그는 팬들에게 “걱정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보시다시피 몸이 많이 회복됐다. 더 회복해서 여러분과 뛰는 그날을 기대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봉주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을 획득하며 전 국민에 감동을 안겼다. 광복 이후 한국 육상이 올림픽에서 따낸 메달은 단 2개 뿐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황영조의 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봉주의 은메달이 전부다.

이후 이봉주는 1998년 방콕 아시안 게임·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 금메달, 2001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우승 등을 하며 ‘국민 마라토너’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봉주가 지난 1991년 10월 전주에서 열린 제72회 전국체전에서 서울대표로 출전해 생애 첫 1위를 기록하는 모습(왼쪽), 이봉주가 2009년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90회 전국체전 남자일반부 마라톤에서 1위로 골인하며 두팔을 들고 기뻐하는 모습. 연합뉴스

2009년엔 체육훈장 중 최고등급인 청룡장을 수상했다. 그가 남긴 2시간 7분 20초 기록은 23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이 같은 이력과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점 등을 높이 평가해 2022년 그를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