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명 뿐인 서울의대 소아신장과 교수 모두 사직…"정부 처방 틀렸다"

천선휴 기자 2024. 4. 2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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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희경 서울대학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교수
"엉망된 의료체계에서 일하기 싫다…옳은 방향으로 개혁해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들이 지난달 11일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긴급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3.1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소아신장을 치료하고 있는 교수들이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병원을 떠나는 날을 8월 31일로 잡았다.

이들이 당장 병원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는 소아 만성콩팥병 환자들이 혼란을 겪지 않고 다른 병원에서도 계속 치료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전원을 돕기 위한 조치였다.

체중이 35kg이 안 되는 소아 만성콩팥병 환자 중 투석을 해야 하는 중증 환자는 일주일에 3번, 4시간씩 병원을 찾아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을 받아야 한다. 이 치료를 한 번이라도 거르면 사망하게 된다. 서울대병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소아 전용 투석실을 갖췄다.

하지만 단 두 명뿐인 서울대병원 소아신장분과의 강희경, 안요한 교수가 이번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어떻게 사직의 결심을 하게 됐는지 뉴스1이 2008년부터 16년째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신장질환 어린이들을 치료해오고 있는 강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희경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서울대병원 제공)

-어떤 아이들을 치료해왔나. ▶콩팥이 아픈 아이들이다. 가볍게는 요로 감염, 학교 소변 검사에서 혈뇨, 요잠혈, 단백뇨 등이 나온 환자도 있고 만성 사구체신염처럼 콩팥이 조금씩 나빠지는 이런 유전 질환을 갖고 있다거나 미숙아 같은 중증 환자들도 많이 온다.

특히 서울대병원엔 소아청소년 콩팥센터가 있고 유일하게 소아 전용 인공신장실 투석실이 있어 중증 환자들이 많다.

-소아신장분과를 전공하는 의사들이 몇 분이나 계시나. ▶많지 않다. 예전에 감염이 많을 때는 급성 신장염 같은 질환이 많았는데 요즘엔 환자도 줄고 있다. 게다가 취직할 자리가 없다. 취직을 시켜드릴 수 있어야 우리가 트레이닝을 하는데 자리가 없다.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도 교수가 세 명이었는데 지금은 2명뿐이다. 더 뽑아주지 않는다.

-힘든 길을 걸어오셨는데, 왜 사직 결심을 하셨나. ▶일이 힘들다기보다는 사명감을 갖고 해왔다. 지금도 그 사명감은 어디 간 게 아니다. 사명감이 있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를 비롯한 굉장히 많은 의료진들이 우리나라 의료의 공든 탑을 만들었다. 그런데 정부는 이 공든탑의 돌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도 듣지 않고 있다. 본인들끼리 마음대로 지어놓고 리모델링을 하려고 하는 거잖나. 엉망이 된 의료 체계에 다른 돌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정부는 국내 의료에 문제점이 많아 '의료개혁'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공든 탑에 물론 결함이 있다. 나도 실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환자를 지역으로 돌려보내고 싶었는데 보낼 곳이 없다.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지역에 돌려보내려면 웬만큼 검사실도 잘 갖추어져 있고 제대로 추적 관찰이 돼야 '유사시에 나에게 다시 보내달라'고 할 수가 있는데 빈 곳이 정말 많다. 정말 문제다. 의료 개혁을 해야 한다.

근데 문제는 그게 사람 수를 늘린다고 되는 게 아니란 거다. 물론 정부에서 내놓은 필수의료 패키지에서 가는 방향이 맞는 것도 많이 있지만 디테일들이 잘못됐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세부 조정을 이 공든 탑의 돌들과 같이 만들어 가야 되는데 전혀 안 되고 있다.

환자를 돌려보낼 곳이 없고 소아신장을 다루는 교수들이 없는 건 의료가 너무 왜곡됐기 때문이다. 나도 처음에 2000명 이야기했을 때는 '뭐 늘릴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다. 근데 들여다볼수록 말이 안 되더라. 이렇게 왜곡이 된 원인을 잘 찾아서 해결을 해야 되는데 원인을 제대로 찾으려고 했는지 의문이다. 정말 잘못된 진단에 잘못된 처방이다.

-필수의료 분야 의사가 부족한 건 사실이지 않나. ▶지금 필수의료 의사가 없는 이유는 의사도 사람이니까 이렇게 힘들고 박봉이고, 왜 있고 싶겠나. 이렇게 된 건 사실 실손보험 때문에 커진 비급여 시장이다. 이게 먼저 해결이 돼야 정상적인 진료가 어디서든 가능해지고 그렇게 된다면 의사 수도 다시 한 번 계산해야 한다. 지금 진료 횟수가 많으니까 그만큼 의사를 늘리자는 거잖나. 진료 횟수가 너무 비정상적으로 많다. OECD 데이터를 봐도 '내가 몸이 안 좋다'라는 인식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제일 높다. 이건 의사가 너무 많아서 생기는 일이다. 그냥 학교 하루 안 가고 자면 될 거, 직장 하루 휴가 내고 쉬면 다 좋아질 거 병원에 가서 독감 주사 맞고 출근한다. 옳은 방향이 아니다.

-우리나라 의료 미래, 어떻게 전망하시나. ▶이미 적어도 몇 년은 후퇴했다. 지금 고난도 수술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 정말 (세계) 톱이었다. 작년, 재작년 너무 좋았다. 요새 밤낮으로 운다. 절망적이다.

-정부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의료개혁 정말 필요하다. 더 미룰 수 없는 거 맞다. 나도 '이거 망하겠다, 큰일 났다' 생각했던 사람이다. 다만 방향이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공든 탑이 좀 더 공고해질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이어야 한단 말이다. 내가 사직서를 내고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보내고 하는 것도 이렇게 하자는 부르짖음임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나도 이 환자들 계속 보고 싶다. 지금까지 공부하고 쌓아놓은 것들 계속 쓰였으면 좋겠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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