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요원한 K-예능의 OTT 글로벌 차트 점령
아이즈 ize 최영균(칼럼니스트)
'피지컬 100 시즌2-언더그라운드'(이하 '피지컬 100 시즌2')가 큰 관심 속에 공개를 마쳤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를 통해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2일까지 총 9부작이 선보였고 최강의 피지컬을 갖춘 100인이 벌이는 극한의 경쟁에 새 시즌을 기다리던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시즌1이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 넷플릭스 글로벌 TV 쇼 부문에 한국 예능으로는 최초로 1위에 오를 만큼 큰 화제를 모은 프로그램의 귀환이었다.
'피지컬 100 시즌2'는 고대 그리스를 모티브로 한 시즌1과 달리 지하광산이라는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면서 경연장의 규모도 배 이상 커졌다. 레슬링 국가대표 금메달리스트 정지현 등 새 인물들이 화제가 됐고 시즌1에서 결승전 진행이 중단됐다 재개돼 벌어진 공정성 논란 같은 잡음도 없이 매끄럽게 공개가 마무리됐다.
넷플릭스 자체 순위 집계에서는 글로벌 TOP10 비영어 TV쇼 부문 1위에 올라 이름값을 했다. 하지만 플릭스 패트롤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부문에서는 최고 성적 2위로 시즌1처럼 정상에 오르지는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완성도도 높아지고 첫 시즌을 통해 인지도를 확보한 시즌2가 성적에서는 시즌1에 못 미쳐 보이는 상황은 한국 예능이 드라마에 비해 OTT에서 글로벌하게 인정 받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게 만든다.
한국 드라마는 전 세계를 석권한 '오징어 게임'을 정점으로 넷플릭스 순위에서 화려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13일 '기생수-더 그레이'처럼 공개되면 플릭스 패트롤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부문 1위를 찍는 일이 흔해졌다.
최근 '닥터슬럼프'나 '눈물의 여왕' 경우처럼 톱10 내에는 거의 매주 한국 드라마들이 랭크된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예능은 플릭스 패트롤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부문에서 10위 안에 드는 경우도 드물다. '피지컬 100'외에는 '솔로지옥' 같은 연애 프로그램들이 이따끔 톱10에 이름을 올리는 정도다.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를 벗어나 생각해 보면 한국 예능도 글로벌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복면가왕' 같은 프로그램은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인기리에 리메이크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 예능 한류를 일찌감치 일으킨 '런닝맨' 같은 글로벌 빅히트 예능이 존재한다.
글로벌 OTT에서 한국 드라마와 예능의 반응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드라마의 경우 2000년대부터 속칭 '미드'라 불리는 미국 드라마 시리즈를 참조하고 장점들을 도입해왔다. 연애 일색이던 한국 드라마는 점점 스릴러 등 장르물 비중이 높아지고 여러 장르를 뒤섞는 하이브리드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는 미드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이런 흐름을 거치면서 한국 드라마는 미드가 만들어 놓은 드라마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자연스럽게 따르게 됐다. 그런 결과가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가 예능보다 높은 성적을 거두는 중요한 이유일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 한국 예능은 상대적으로 드라마보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도입하는 적극성이 떨어졌다. 그나마 도입했던 경연이나 연애 분야에서 '피지컬 100'이나 '솔로지옥'처럼 순위에 오르는 결과물들이 간신히 나오는 것을 보면 한국 예능의 국제화는 드라마에 비해 부족했던 것 같다.
본질적인 특성 차이도 있다. 드라마는 서사의 힘으로 시청자들을 계속 보게 만드는 '가둬두기' 효과가 강하다. 보기 시작하면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충성도 높게 시청하게 되기 쉽다. 하지만 예능은 그렇지 못하다. 물론 예능에도 서사가 있기는 하다.
예능 PD들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구성의 긴장감이 상승해 절정을 맞고 끝마치는 구도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청자들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예능은 아무래도 드라마에 비해 서사의 두께가 얇다.
드라마처럼 회를 이어가며 시리즈 전체에 걸쳐 기승전결의 서사를 풀어가기에는 각 편의 연결성이 약해 쉽지 않다. 그나마 예능 중 서사가 뚜렷하고 시리즈의 연결성이 존재할 수 있는 경연이나 연애 프로그램들 중에서만 글로벌 순위에 진입하는 경우가 나오는 것을 봐도 불리한 예능의 속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예능은 드라마에 비해 글로벌 OTT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길을 찾아 한국 드라마만큼 세계에서 주목받는 예능이 줄지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한국 드라마도 20년 전으로만 가보면 '언어의 장벽' 운운하며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일은 불가능한 듯 여기던 시절이 있다. 한국 콘텐츠들은 불가능을 극복하는 유전자가 있다.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부전자전! '이을용 아들' 이태석, 또 황금 왼발로 어시스트 - 아이즈(ize)
- '범도4' 이동휘 "마동석, 내 은인…반대 무릅쓰며 기회 줘" [인터뷰] - 아이즈(ize)
- '김광현 키즈가 4번타자로...오시후, 명문 덕수고 전국대회 2연패 이끌었다 - 아이즈(ize)
- 르세라핌 2주간의 코첼라가 남긴 성과와 숙제 - 아이즈(ize)
- 고우석 '미스터리'... 삼진은 많은데, 피안타도 이상하게 많다 - 아이즈(ize)
- 역시 세계 1위! 코다, '역대 세 번째' LPGA 5연속 우승 역사...상금만 33억 5000만 원 - 아이즈(ize)
- 엘 클라시코와 맨체스터 더비, 그리고 지지대 더비 - 아이즈(ize)
- BTS's V's 'Friends' continues to chart on the UK's 'Official Big Top 40' for 4 consecutive weeks - 아이즈(ize)
- 절친였던 칸영화제와 소원해지는 한국영화가 나아갈 길 - 아이즈(ize)
- 무수한 포말들로 완성한 도영의 청춘 [인터뷰] - 아이즈(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