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까지 깨진 카카오, 믿을 건 AI?… GPU 구매에 1000억 투입

서진욱 기자 2024. 4. 23. 10: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테크노마켓]떨어지는 카카오 주가, AI에 거는 기대
[편집자주] 미래를 이끄는 테크 기업의 오늘을 전합니다.

카카오 분기별 주가 추이. /그래픽=조수아 기자.

국내 대표 테크 기업 카카오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전사적으로 불어닥친 사법 리스크가 다소 잠잠해졌으나 투자자들의 외면은 이어진다.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를 앞세운 그룹 전반의 쇄신 작업은 초반부터 의구심을 자아낸다. 증권가는 카카오가 뒤처진 인공지능(AI) 사업에서 반등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며 기대를 건다. 카카오는 AI 기반 구축을 위해 1000억원 조달에 나선다.
4만~5만원대 박스권에 갇혔다… 3년 가까이 이어진 하락세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4만~5만원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반등이 시작되며 올해 초 6만원 돌파에 성공했다가 다시 박스권에 갇혔다.

분기별 주가 등락률은 2023년 1분기 15%, 2분기 -20%, 3분기 -10%, 4분기 24%, 2024년 1분기 -1%로 집계됐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 이후 불거진 주가조작 의혹으로 지난해 2~3분기 주가에 직격탄을 맞았다. 올 들어선 전날까지 주가가 10% 빠졌다.

주가 흐름만 놓고 보면 카카오의 하락세는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2021년 6월 사상 최고가인 17만3000원(장 중, 6월24일)을 찍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카카오가 코로나19 팬데믹 초반인 2020~2021년 국민주로 등극한 점을 고려하면, 당시 투자자들은 70%에 육박하는 손실률에 허덕이고 있다.

개인은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약 4조3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카카오를 향한 굳은 신뢰를 보냈지만,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을 계속 팔면서 하락세를 이끌었다. 올 들어선 개인은 순매도, 외국인과 기관은 순매수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카카오 투자주체별 거래실적 추이. /그래픽=윤선정 기자.
정신아 주도 쇄신 가능할까… 증권가 목표주가 줄하향
주가 반등의 전제 조건으로 꼽히는 쇄신 작업은 이제 막 첫발을 뗐다. 지난달 28일 정식 취임한 정신아 대표는 최대주주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과 함께 CA협의체 공동의장을 맡아 계열사 관리와 협력 체계 구축에 나섰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의 국내 계열사는 138곳에 달한다. 비주력 계열사 매각이나 흡수합병 등 대대적인 정리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 선임,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사내이사 재선임 등 정 대표의 첫 인사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에스엠 주가조작 의혹을 계기로 출범한 외부감시기구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가 평판 리스크를 지적하며 사실상 반대했는데도 인사를 강행했다. 최근에는 에스엠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김범수 위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시사했다. 사법 리스크에 따른 경영 불안성 해소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AI전략 최고위 협의회 출범식 및 제1차 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카카오는 오는 5월9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컨센서스는 매출 1조9995억원, 영업이익 1271억원에 형성됐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15%, 19% 늘어난다는 추산이다. 한 달 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가 약 1300억원, 260억원씩 줄었다. 카카오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눈높이는 낮아졌다. 삼성증권 7만3000원→6만6000원, KB증권 7만5000원→6만9000원, 한국투자증권 7만5000원→6만8000원, NH투자증권 7만3000원→6만9000원, 교보증권 7만원→6만4000원 등 대부분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6만원대로 내렸다.

/사진=카카오 IR 자료.
1Q 실적보다 AI 전략에 주목… GPU 구매 위해 1000억 조달 예정
증권가는 1분기 실적보다 컨퍼런스콜에서 공개될 수 있는 카카오의 AI 전략에 주목한다. 기존 사업부문에서 큰 변화를 포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성장동력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동안 카카오는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쳐왔다. 하지만 지난해 전사적인 리스크 대응에 주력하면서 AI와 관련한 의미 있는 행보를 보여주지 못했다. 카카오는 올 초 '2024년 AI 관련 전망'에서 다양한 서비스에 AI를 순차적으로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중장기적 AI 로드맵이 부재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카카오는 AI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한국어 기반 LLM(초거대언어모델) '코GPT'의 2.0 버전을 공개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차일피일 공개 시점이 미뤄지더니 아직까지도 공개 일정을 잡지 못했다. 지난달 코GPT 2.0의 사내 시연이 이뤄졌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의 코GPT 소개. /사진=카카오.


카카오는 카카오브레인을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올 상반기 중 합병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카카오브레인은 카카오의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합병 절차가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다. 카카오는 이달 16일 카카오브레인에 360억원을 출자했다.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1164억원을 출자한 데 이은 추가 자금 지원이다. 카카오브레인 합병이 이뤄질 경우 지난달 최고AI책임자(CAIO)로 카카오에 합류한 이상호 전 SK텔테콤 CTO가 AI 조직과 개발을 총괄할 전망이다.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탄 충전에도 나섰다. 카카오는 자사주 460만주(지분율 1.03%)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교환사채(EB)를 2억580만달러(약 2850억원) 규모로 발행한다. EB 자금 중 1850억원은 타법인 인수, 나머지 10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쓸 계획이다. 운영자금은 내년까지 AI 서비스를 위한 GPU(그래픽처리장치), 서버 구매에 투입한다.

김동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전사 조직 개편이 이뤄지면서 신사업의 도입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면서도 "신임 CEO 체제의 AI 사업 로드맵에 따라 새로운 기대감이 형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AI에 대한 의사결정 지연과 실적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며 "글로벌 빅테크와 AI 기술 개발의 속도 차이가 확인되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AI 전략은 효과적인 접근"이라고 분석했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