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싱 랠리’, 경기 회복 신호탄 될까 [재테크_금융]

조홍규 前 삼성자산운용 센터장 2024. 4. 2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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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와 AI 기대감에 기술주·성장주·빅테크 관련주 강세
“에브리싱 랠리는 향후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 우려도

(시사저널=조홍규 前 삼성자산운용 센터장)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이례적으로 동시에 상승하는 현상을 시장에서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라고 부른다. 올해 들어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원자재 등 자산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주가는 연초 대비 6% 상승했고, 일본 주가도 17% 치솟았다.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주가 상승세가 다소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는 이 같은 조정을 주식 매수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또 다른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암호화폐 가격도 올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작년 말 4만 달러 초반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7만 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조정으로 6만3000달러 수준에 거래되고 있지만 상승률로 보면 50%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동시에 상승하는 '에브리싱 랠리'가 지속되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사진은 환율이 표시된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연합뉴스
올해 들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동시에 상승하는 '에브리싱 랠리'가 지속되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 ⓒ시사저널 박정훈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동반 강세, 왜?

일반적으로 위험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약세로 돌아서던 안전자산도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국제시세 기준으로 연초 2070달러에서 2400달러로 16%나 상승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달러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장 중 1400을 돌파했다. 연초 대비 7% 이상 상승한 상태다. 국내외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가 흐름도 만만치 않다. 서부텍사스유 기준으로 유가는 올해에만 20% 가까이 상승했다. 대표적인 원자재 중 하나인 구리 가격도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친환경발전 및 AI(인공지능) 관련 전기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구리전선에 대한 수요 역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금융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이 공급되면 자산 가격의 동반상승이 나타날 수는 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2020년 3월 미국을 필두로 각국 정부는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저금리와 함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치면서 엄청난 유동성을 자산 시장에 공급했다. 이로 인해 2021년 말까지 주식, 암호화폐, 원자재, 부동산 등 모든 자산의 가격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가파른 물가 상승에 대한 정책 대응으로 자산 가격이 하락하며 2023년까지 금융시장의 약세 흐름이 나타났다.

그렇다면 최근 흐름도 코로나 팬데믹 당시의 상황과 유사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통화정책 측면에서 금리 인상이 끝나고 다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우호적으로 돌아선 측면이 있다. 특히 연초에 미국 연준의 파월 의장이 연내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이 미국 기술주 및 성장주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인공지능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이 빅테크 중심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상승장에서 소외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이른바 '포모 현상'으로 대표되는 투자자들의 심리도 주식시장을 상승시키는 동력이 되고 있다. 암호화폐의 경우 시장 유동성 측면보다는 개별 자산의 이벤트가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연초 현물 ETF 승인으로 상승세를 보이던 것이 비트코인의 반감기로 공급 감소가 예상되면서 다시 한번 상승세가 가속화됐을 것이다.

금 가격과 유가의 강세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이스라엘의 이란 영사관 폭격에 대응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 향후 이스라엘의 재반격 등이 예상되면서 중동 지역에 전운이 확산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 유가는 100달러를 넘어서고, 금 가격도 2500달러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월 미국 소비자물가(CPI) 발표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에브리싱 랠리에 대한 조심스러운 시각이 나오고 있다. 유가 상승을 반영한 에너지 물가 상승, 주거 물가의 더딘 둔화 흐름, 그리고 서비스 물가의 상승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6월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했던 시장 기대가 조정되는 과정에서 시장금리 상승, 달러화 강세, 주가 하락이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연내 기준금리 동결 또는 인상 시나리오까지 제기됐다.

때문에 에브리싱 랠리가 초래한 물가 압력을 경계할 필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미국 금리와 달러가 강세를 유지하는데도 최근 각종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경기 사이클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원자재인 구리 가격을 비롯한 각종 산업용 원자재 가격도 동반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산업용 원자재의 공급 및 재고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업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 정부가 '고품질발전 전략'을 통해 전기차 및 이차전지 등의 투자를 대폭 확대하면서 관련 원자재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즉 에브리싱 랠리의 지속은 역설적으로 물가 압력을 높이는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고 결국 금리 인하를 늦추는 효과로 인해 주식시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 작황도 인플레이션 통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커피· 코코아 가격 등이 가뭄과 작황 악화 등의 이유로 치솟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 급등은 금리로도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후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 전쟁 장기화도 각종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물가 리스크'를 자극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알루미늄, 구리 및 니켈 등의 수입을 금지하는 추가 제재에 나서면서 관련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에브리싱 랠리에 대한 찬반 의견 '팽팽'

반면,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할 만한 수준이었다는 데 동의하지만, 시장 반응은 다소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연준 위원들이 언급한 대로 물가는 울퉁불퉁한(bumpy) 경로를 지나고 있고, 물가 둔화가 예상보다 더디기는 하지만, 최근 물가 수준이 연내 금리 동결 또는 인상에 대비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이다. 3월 점도표에서 올해 금리 동결을 시사한 위원이 2명에 불과한 것을 감안할 때,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은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에브리싱 랠리에 대해서는 현재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찬성 의견은 에브리싱 랠리가 경기 회복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도 상승으로 인한 것이고, 앞으로도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반대 의견은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와 금리 인상으로 인해 에브리싱 랠리가 약화될 수 있고 경기 과열로 인한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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