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되자마자 주가 15% 폭락, 카카오 정신아 앞에 놓인 과제
카카오가 창사 이래 첫 여성 리더를 맞았다. 새로운 수장 정신아 대표는 사업 부진과 도덕적 해이라는 이중 악재에 놓인 카카오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까.
정신아 대표는 인문, 경영, IT, 스타트업 투자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스펙트럼 넓은 리더라는 점이 눈에 띈다. 1975년생, X세대인 그는 연세대에서 불어불문학과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고 같은 학교 경영학과에서 마케팅 석사학위를 받은 뒤 미시간주립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녀는 마케팅 분야 내로라하는 인재들의 등용문이자, 재벌가 자제들이 경영 수업을 받기 전 한 번씩 거친다는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정 대표는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의 경험에 대해 유튜브 채널 'EO’에서 "신규 사업에 관한 아이디어를 내고 전략을 짜는 일을 담당했는데, IT나 테크 분야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가 가장 신나고 재미있었다. '나는 이런 쪽의 일을 해야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그는 이베이 APEC(아시아·태평양), NHN 수석 부장을 거쳤다. 드라마 '검블유’에서 배타미(임수정)가 유니콘에서 바로로 이적하는 설정인데, 정신아 대표도 같은 코스를 거친 점이 흥미롭다. 정 대표는 NHN에서 스마트스토어의 전신인 스토어팜, 네이버페이 기획에 참여했다. 네이버 시절의 경험에 대해 그는 EO에서 "기업이 잘하는 일과 시장에서 통하는 것 사이의 감을 잡는 일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정 대표가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기준은 사람이다. 그는 "실체 있는 '똘끼’를 가지고 계시는 분들에게 꽂혀서 투자하는 편"이라고 투자 철학을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많은 회사를 만났고 투자해보니 결국 그 사업을 이뤄내는 건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도 말했다. 때로는 창업자의 경력이나 사업 모델보다 팀워크, 우직함, 끈기, 도덕성 같은 요소들이 성공의 더 큰 요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정 대표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그는 잘 지어진 밥을 앉아서 받아먹기보다 함께 밥상을 차리는 벤처캐피털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
매출 부진, 공정위와 각종 분쟁, 도덕적 해이 논란도 수습해야
정 대표가 카카오벤처스에서 성공 신화를 써온 건 분명하지만, 계열사를 137개나 거느린 카카오를 이끌어가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더욱이 현재 카카오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우선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여러 건의 문제로 얽혀 있다.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재판을 받고 있는데, 창업주인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여기에 관련돼 있는지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4월 16일 "김 전 의장은 시세 조종 피의자다. 관련해서 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소설 공모전 계약 문제를 놓고 과징금 5억4000만 원을 부과한 공정위와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도 금융당국으로부터 회계 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CTO(최고기술책임자) 등 임원들의 대규모 스톡옵션 실현으로 기업 이미지가 실추된 것도 문제다.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팔면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락하기 때문에 일반 주주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불법은 아니지만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여지는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 대표가 취임 후 첫 인사로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CTO를 카카오의 새로운 CTO로 내정해 안팎으로 비난 여론이 높다. 정 CTO 내정자는 카카오뱅크 상장 당시 스톡옵션을 행사해 70억 원가량을 벌어들인 인물이다. 이후 스톡옵션 문제가 불거지자 일신상의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가 이번에 다시 돌아오게 됐다. 이에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는 카카오에 "정 CTO의 평판 리스크를 해결하고, 앞으로 유사 평판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정 대표 취임 직후 카카오의 주가는 5만4800원에서 4월 16일 종가 기준 4만6750원으로 15%가량 하락했다. 카카오보다 실적도 좋고 고점 대비 주가 하락 폭도 덜한 네이버 최수연 대표가 주주총회에 출석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인 뒤 "기회를 찾겠다"고 약속한 반면, 정 대표는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 주주들과 소통의 첫 단추부터 어긋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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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뉴스1
김명희 기자 may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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