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지운 로미오&줄리엣, 약물·우울증… 현대의 비극 담아”

유민우 기자 2024. 4. 2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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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작품에서 셰익스피어를 덜어냈죠."

세계적인 안무가 매튜 본(사진)의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이 오는 5월 8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매튜 본은 문화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차별점을 묻자 이렇게 답하며 "대사가 없는 스토리텔링 공연이기 때문에 이야기는 남지만 셰익스피어의 대사는 사라진다. 이야기를 과감하게 바꿨고 현대적인 영화 음악을 연상케 하는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을 듣고 대본으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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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 8일부터 공연 ‘로미오와 줄리엣’… 안무가 매튜 본 인터뷰
대사 없는 스토리텔링 공연
시설에 갇힌 청년 이야기 다뤄
실제 10代 신인 무용수 발굴
무용 역사상 가장 긴 키스신도
청소년때의 불같은 사랑 그려
매튜 본의 무용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신’은 ‘무용사상 가장 긴 키스신’으로 꼽힌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입술이 닿은 채 한 몸으로 5분 가까이 2인무를 추는 도전적인 안무를 선보인다. LG아트센터 제공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셰익스피어를 덜어냈죠.”

세계적인 안무가 매튜 본(사진)의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이 오는 5월 8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매튜 본은 문화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차별점을 묻자 이렇게 답하며 “대사가 없는 스토리텔링 공연이기 때문에 이야기는 남지만 셰익스피어의 대사는 사라진다. 이야기를 과감하게 바꿨고 현대적인 영화 음악을 연상케 하는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을 듣고 대본으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매튜 본은 자신의 대표작 ‘백조의 호수’에서 가녀린 여성 대신 근육질 남성 백조를 내세우는 파격적인 해석으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는 스토리텔러로 평가받아왔다. 그는 영국 공연계 최고 권위의 올리비에상 최다 수상자(9회)로 현대 무용가 중 최초로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2016년)를 받았다. 이번에 무대에 오르는 ‘로미오와 줄리엣’ 역시 예상을 뒤엎는다. 셰익스피어의 동명 고전은 비행 청소년들의 이야기로 탈바꿈돼 동성애, 학대, 우울증, 약물 트라우마 등 민감한 소재들이 다뤄진다.

그의 작품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은 감시가 삼엄한 시설인 ‘베로나 인스티튜트’에서 만나 사랑을 느끼고 감시를 피해 사랑을 이어간다. 매튜 본은 “베로나는 원작의 공간적 배경이지만 ‘베로나 인스티튜트’는 청년들이 감금된 것처럼 보이는 상상의 장소다. 이곳이 소년원, 학교, 감옥, 병원인지는 관객들의 상상에 맡기겠다”고 했다. 이어서 “공연의 시점은 ‘그리 머지않은 미래’다. 청년들이 갇힌 이유는 사회가 장려하는 가치에 순응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부모에게 창피한 존재여서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매튜 본은 작품을 ‘이 시대의 10대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 2018년 영국 전역에서 16∼19세 무용수를 선발하는 대규모 오디션을 개최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 종종 너무 나이 든 무용수들이 캐스팅돼왔다. 젊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듣고 싶었고 그들만의 에너지와 통찰력을 원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선 ‘무용 역사상 가장 긴 키스신’인 강렬한 파드되(2인무)가 등장한다. 무용에서 키스 장면을 절제된 마임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매튜 본은 “젊은 사람들이 사랑에 빠질 때 매우 강렬해 서로를 떼어놓을 수 없다. 그 젊은 감정과 흥분을 포착해 관객들이 청소년 시절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의 느낌을 기억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관람에 앞서 겁먹지 않아도 된다고 당부했다. 매튜 본은 “관객들은 사전 정보를 읽고 가지 않으면 작품을 즐길 수 없을까 봐 불안해한다. 내 작품의 강점은 사전 지식 없이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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